조 대령은 25일 열린 'F-X 시민백서『종이비행기』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오마이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아직 군인신분인 관계로 인터뷰가 자유롭지 못했지만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한국의 전쟁 지지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조 대령은 "우리나라 정부의 이라크 전 지지는 석유 침탈 전쟁 편승한 것"이라며 "눈앞에 이익을 위해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조 대령은 "북한 핵을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을 담보로 이라크 전을 지지했다고 하는데 남의 나라 불행을 담보로 해서 우리의 평화를 얻고자 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건지 의문이 든다"면서 "이번 전쟁의 지지는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며 이렇게 이라크 전을 지지하면서 미국이 북한 공격하는 것을 무슨 명분으로 반대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 조주형 대령은 현재 어떤 신분인가.
"기밀누설과 관련해 고법에서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대법에 항고중이다. 현재까지는 군인신분이며 휴직으로 처리되고 있다."
- F-X 시민백서 출판됐는데.
"개인적으로 아직 재판중인 관계로 솔직히 껄끄러운 것은 사실이다. 물론 국방부도 신경이 많이 쓰일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공개된 것이다. 국방부가 장담하는 것처럼 F-15K에 문제가 없다면 이런 백서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지 않겠나."
- 지난해 여러 가지 의혹에도 불구하고 결국 차기 전투기로 F-15K가 선정됐는데.
"미국은 현재 F-15E에 투자하니 않는다. 특별히 F-15E를 개량하지 않고도 임무를 완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F-15E는 조기경보기 엄호기와 함께 작전을 들어가기 때문에 개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F-15E가 들어가지 못하는 곳에는 스탤스기가 들어간다.
F-15E 기종의 활용도는 이번 전쟁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어느 보도를 봐도 F-15E이 투입됐다는 소리를 못 들었다. F-15E는 현대전에서 거의 쓸모가 없는 전투기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F-15E을 개량한 F-15K를 차기전투기로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전 개념에서 F-15K는 장식용 전투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어떻게 보나.
"결국 미국은 석유를 노린 것이다.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에너지를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미국의 대 이라크 전은 에너지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에너지 안보정책이라는 측면에서 전쟁을 지지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석유 침탈 전쟁에 편승한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거론했지만 중립을 지킬 수도 있었다. 반대를 했던 러시아 등 나라들도 석유를 가지고 있다. 에너지 정책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고민되어야 한다. 눈앞에 이익을 위해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 우리 나라도 대 이라크전 전쟁 지지를 했는데.
"미국에 알랑거려서 부스러기라도 주어 먹어 먹어야 하는 건지. 세계 180여 개 나라 가운데 미국에게 잘 보여서 도움을 받고자 한 나라는 30여 개 나라에 지나지 않았다. 국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했다는데 그러면 30여 개 나라를 제외한 전 세계 150여 개 나라는 골로 가는 건가. 북한 핵을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을 담보로 이라크 전을 지지했다고 하는데 남의 나라 불행을 담보로 해서 우리의 평화를 얻고자 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건지 의문이 든다.
이번 전쟁의 지지는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다. 이렇게 대 이라크 전을 지지하면서 미국이 북한 공격하는 것을 무슨 명분으로 반대할 수 있겠나. 북한이든 이라크든 대량살상 무기, 핵무기 개발 등으로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은 똑같은데... 국익이라는 측면은 이해되지만 이번 전쟁에 대해 중립을 지키는 대다수의 나라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F-X사업 시민백서' 발간
지난해 최고의 논란거리 중의 하나였던 'F-X사업'과 관련한 논란과 쟁점을 정리한 '시민백서' <종이비행기(나남출판사)>가 출간됐다.
지난 2002년 F-X외압 의혹규명과 F-15K 도입반대 운동을 펼쳤던 참여연대 등 주요시민단체와 조주형 대령 변호인단으로 구성된 'F-X 시민백서 편집위원회'는 25일 오후 6시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F-X 시민백서『종이비행기』출판기념회를 가졌다.
편집위원회는 "이 백서는 F-X사업 과정의 외압을 폭로했다가 구속됐던 조주형 공군대령의 재판과정에서 확인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F-X보고서이자, F-15K 도입 반대운동을 펼친 네티즌과 시민운동의 생생한 현장기록"이라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6개월간의 준비과정을 통해 발간된 388쪽 분량의 이 백서에는 지난 10년간 F-X사업이 어떤 외압과 굴절을 겪어 왔는지를 조주형 대령과 시민사회단체의 시각에서 소상하게 기록하고 있다. 또 그 결과로 채택된 F-15K(미 보잉사)의 잘못 알려진 실체를 체계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또한 시민운동과 네티즌들, 그리고 변호사단의 활동 과정에서 겪었던 숨막히는 순간과 못다 한 뒷 얘기, 한미동맹과 방위산업의 현주소와 F-15K 반대운동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분석도 담고 있다.
한편 이날 자리에는 F-15K 도입반대 운동의 도화선 역할을 한 조주형 공군대령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백서는 크게 7장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1장 'F-X사업 개요'는 F-X사업의 준비과정에서 최종결정까지의 상황을 알기 쉽게 요약하고 있다.
2장 'F-X사업의 전모'에는 조주형 대령이 재판과정 및 변론을 위한 면담과정에서 진술한 내용을 변호인단이 무려 원고지 700매 분량으로 종합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2장에는 F-X 첫 출발부터 F-X 시험평가 및 협상까지의 군 내부 논의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소개하고 있고, 조 대령 양심선언 이후의 F-15K 선정과정의 쟁점사항에 대해서도 시계열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또한 F-15K와 다른 유럽기종과의 차이점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부분까지 꼼꼼히 비교 정리함으로써 F-15K 선정 근거로 국방부 획득실이 밝혔던 바에 대한 체계적인 반박을 시도하고 있다. F-X 실무책임자 중 한사람이었던 조대령의 눈에 비친 한미동맹의 현주소도 현 상황과 관련해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3장, 4장은 F-X외압규명과 F-15K 도입 반대운동에 나섰던 시민운동의 활동상을 소개하며 그 뒷 얘기도 함께 다루고 있다. 또 그 동안 이 문제를 집중 취재한 <오마이뉴스>, <뉴스위크> 기자들이 만난 조 대령을 소개하고 있다.
5장 ,6장에서는 평화운동 관점에서 본 F-X사업의 의미와 F-X도입 10년을 통해 확인된 한미동맹과 방위산업의 현주소와 과제를 정리했다. 이밖에 F-X 임무수행 능력평가를 위한 모의 시나리오와 F-15K 전투기의 성능과 기술 이전의 허와 실을 파악하는데 필요한 비공개 자료 등이 부록으로 실려있다.
이번 백서 편찬에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문규현 신부와 조주형 대령의 변호인인 이덕우 변호사, 박기혁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운영위원,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 유병희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조직국장, 성공회대 대학원생인 이동화씨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