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오마이뉴스 이종호
천정배 민주당 의원이 27일 현재 당무회의에서 논의중인 개혁안이 좌초될 경우 향후 행보와 관련 "생각하기 어렵지만 비상한 결단을 내려야하는 상황이 올 지도 모르겠다"며 탈당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해 주목된다.

천 의원은 이날 오전 불교방송 '유창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언론에서 부르는 신주류 내부에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순식간에 당무위원들 전체 분위기가 급변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천 의원은 이어 최근 신당 논란과 관련 "아직 구체적인 신당논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개혁과 관련해서 결국 신당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정도의 그런 아이디어나 생각을 해보고 있는 수준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천 의원은 또 "우선은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힘으로 모았던 당원들이 먼저 민주당의 구심을 형성해 문제해결을 위해 협력해야한다"며 신주류의 단합을 강조한 뒤 "이런 점이 어렵게 돼있어 민주당이 전체적으로 중심을 잃고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신주류의 핵심이랄 수 있는 천정배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이른바 구주류의 실질적 당권 장악을 견제하고 개혁안 후퇴에 위기에 대비 배수의 진을 치겠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만약 개혁안마저 구주류의 바람대로 수정에 수정을 거듭할 경우 신당창당쪽으로 결심을 굳히겠다는 의지를 본격적으로 천명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천 의원은 향후 정치질서 재편과 관련 "원론적, 중장기적으로 볼 때 정치구도가 노선과 이념, 기본정책을 중심으로 짜여져야 한다는 것은 국민 누구나 찬성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구체적으로 여야가 헤쳐 모이는 것이 쉬운 것도 아니고, 또 한편으로 과거에 권력을 이용한 인위적 정계개편으로 자칫 흐를 위험도 있는 만큼 이를 경계하면서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여야 모두 정치개혁을 추진해가야 한다"고 밝혔다.

천 의원은 이라크전 파병 동의안에 대해 '파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이라크전에 대한 시각, 파병에 대한 시각은 국익상 중요한 문제지만, 의원들도 쉽게 소신을 버리고 당론에 따라야할 가벼운 사안은 아니다"며 크로스보팅에 따른 표결을 주장했다.

개혁안 '발목잡기' 위험수위
민주당 구주류 조직적 반발...대변인제 폐지에도 '부정적'

민주당의 개혁안 통과를 둘러싸고 당내 구주류의 개혁안 '발목잡기'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대변인제 폐지방침에는 '무장해제론'으로 완전개방형경선에는 '사전선거운동론'으로 맞서며 원안 수정을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의 목소리는 당무회의 등을 거치면서 개혁안에 대폭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개혁안의 수위 조절을 담당할 조정위원회 위원장에 개혁안 강성반대파로 분류된 박상천 의원이 임명된 데다 개혁파 의원들 내에서도 의견조율이 되지 않아 구심력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열린 당무회의에서 "한나라당이 폐지하면 모르지만 우리가 스스로 먼저 포기할 성질이 아니"라며 "정쟁의 도구이자 상징으로 비쳐지는 것은 이해하지만 당이 싸우는 것이지 대변인 개인이 싸우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 의원은 "자칫하면 총선을 앞두고 우리가 무장을 해제하는 결과가 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개혁특위는 당초 정쟁과 뉴스 독점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대변인제를 폐지하고 언론관리기능을 담당할 공보관을 신설하는 방안을 개혁안에 포함시킨 바 있다.

아울러 박상천 의원은 지난 24일 당무회의에서 완전개방형 경선 도입과 관련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면서 기간당원이 투표에 참여하는 경선제로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공직후보자자격심사위원회, 비례대표 추천위원회 등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직의 당내·당외 인사 참여비율을 기존 50:50에서 당내 인사 비율이 높이는 방향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의 자율성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박 의원은 여성전용구 신설, 지역구 30% 여성 공천 등 여성정치참여 확대 문제에 대해서도 위헌소지가 있다며 도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구주류의 잇단 개혁안 저지 '성공랠리'는 신주류의 약화된 리더십과 분열에 기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신주류 내부에서조차 개혁안과 관련 파열음을 냄으로써 구주류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해석.

당 개혁특위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신주류가 완전히 분열되고 지도부라는 사람이 자기얘기만 해서 그런 것 아니겠나"라며 "특히 정대철, 이상수, 추미애 의원 등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목소리를 못 내니까 저쪽이 살아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정위원회에 박상천 의원이 위원장으로 임명됐는데 할말 다한 것 아니냐"는 푸념섞인 불만도 토해냈다.

당 개혁특위 간사를 맡았던 천정배 의원도 지구당위원장직 사퇴 기자회견에서 "지도부를 포함하는 당무위원들 다수의 반발에 부딪혀 좌초할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지도부 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 이성규 기자


다음은 천정배 의원의 답변 전문이다.

- 지구당위원장직 사퇴 배경은.
"우선 민주당의 당무위원회의가 개혁을 무산시키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개혁안을 만든 개혁특위 간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고 지도부와 당무위원들에게 엄중 항의하고 싶은 심정이고, 내 자신부터 기득권을 버리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

- 현실적으로 총선에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
"이제 우리나라 국민의 정치문화나 선거운동 양상이 많이 변했다. 지구당위원장직이 없어도 충분히 선거에 대비해서 의정활동도 열심히 해서 지구당이 없어진 것은 아니니까, 지구당 소속으로 평당원으로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

- 지구당 간부들의 반응은 어떤가.
"미리 당 간부들과 상의했다. 대체로 절반 정도는 격려해주었고, 나머지 절반도 반대는 아니고 걱정을 많이 하더라. 지구당 간부나 당원들로부터 많은 이해와 격려를 받고 있다."

- 당 개혁안 좌초 위기 원인은.
"당 개혁특위가 개혁안을 마련한 게 2월 10일, 한달 반이 넘었다. 그때까지 잘 진행돼갔다. 하지만 그 직후에 이른바 신주류 -언론에서 부르는- 내부에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개혁안에 대해 충분히 이해못한 분들이 여러 가지 반대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다 순식간에 당무위원들 전체 분위기 급변했다. 이제는 오히려 개혁안이 실패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졌다."

- 신주류 내부에서도 너무 앞서 나가는게 아니냐는 반대의견에 대해.
"너무 앞선다는 점에서는 동의할 수 없다. 현실인식이 다르다고 본다. 특히 지구당위원장이 현재와 같은 제도를 고수해야된다는 주장을 하시는 분들은 총선을 앞두고 지구당위원장의 조직선거를 생각하는 것 같다. 그것도 어느 정도 동의한다. 하지만, 조직선거가 위력이 있느냐, 아니면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 많은 불신을 갖고 민주당이 앞장서서 정치개혁을 이끌어달라는 염원이 있는데, 이에 응답하는게 선거에 유리한가 생각해본다면, 후자가 유리하다.

민주당의 개혁이 우선돼야 국민적 지지가 높아져 그것으로 선거에 이길 수 있는 것이지, 민주당이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비록 지구당위원장을 유지해 지역을 돌아다니며 조직관리를 한다고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조직선거 관념에 빠져있는 분들이 과거의 현실에 얽매여 있다고 본다. 비현실적이라고 본다.

- 좌초될 경우 향로에 대해 말해달라.
"좌초될까 걱정되지만, 아직 절망하고 싶지는 않다. 당무회의가 아직 진행중이다. 당을 거듭나게 하려는 노력을 다방면으로 끈질기게 기울여야한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개혁이 무산될 때, 생각하기 어렵지만 비상한 결단을 내려야하는 상황이 올 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그렇게 생각한다."

- 신당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아직 구체적인 신당논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개혁과 관련해서 결국 신당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정도의 그런 아이디어나 생각을 해보고 있는 수준이 아닌가 싶다."

-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세력인 호남지역 민심이 좋지 않다는 얘기가 있다.
"우선 우리 민주당의 당원이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정치개혁을 비롯해 사회개혁을 열렬히 지지해온 분들이다. 맹목적인 지역주의의 포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당 전통적인 지지층이 동요한다면 민주당이 개혁이 잘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는 지역주의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혁을 제대로 해나가면 박수를 칠 것이다."

- 대구 영남대 강연에서 '새로운 주류'라는 발언을 했다.
"새로운 주류는 당내 신주류 개념과는 다르다. 새로운 주류는 우리나라 도덕성과 개혁성, 능력을 갖춘 사람을 뜻하는 것이다. 과거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던 분들이 물적 성장에는 성공했지만 도덕성을 갖추는데는 실패했다. 능력뿐만 아니라 도덕성과 개혁성을 갖춘 젊고 새로운 사람들이 많이 정치에 참여해 사회의 주력이 돼야한다는 의미였다."

- 특검법 등 민주당 내부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대단히 송구스럽다. 사실 민주당이 대선과정에서 극심한 혼란과 분열을 겪었다. 당 일각에서 도저히 국민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 그런 문제점이 선거 이후에도 아직 분명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저는 이런 때일수록 민주당이 자기개혁을 거듭해서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는 자랑스런 전통으로 돌아가야 한다. 바로 1년여 전에도 민주당이 대단히 어려운 처지에 놓였을 때 당 개혁을 통해서 국민경선을 과감히 도입했다. 그것으로 결국 지지를 회복하고 대선에서 이겼다. 지금도 민주당이 그런 초심으로 돌아가야한다. 우선은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힘으로 모았던 당원들이 먼저 민주당의 구심을 형성해 문제해결을 위해 협력해야한다. 이런 점이 어렵게돼 있어 민주당이 전체적으로 중심을 잃고 있다."

- 정치권의 새판짜기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원론적, 중장기적으로 볼 때 정치구도가 노선과 이념, 기본정책을 중심으로 짜여져야 한다는 것은 국민 누구나 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구체적으로 여야가 헤쳐 모이는 것이 쉬운 것도 아니고, 또 한편으로 과거에 권력을 이용한 인위적 정계개편으로 자칫 흐를 위험도 있는 만큼 이를 경계하면서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여야 모두 정치개혁을 추진해가야 한다. 이라크 전쟁, 북핵문제 등으로 국가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내부문제로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리고 있다. 하지만 길게보면 정당정치를 발전시키는 어떤 불가피한 진통으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 이라크전 파병에 대해 견해를 밝혀 달라.
"저는 파병에 반대한다. 이번 파병에 대해서는 크로스 보팅, 의원들 각자 소신에 따라 투표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라크전에 대한 시각, 파병에 대한 시각은 국익상 중요한 문제지만, 의원들도 쉽게 소신을 버리고 당론에 따라야할 가벼운 사안은 아니다. 우리 정치가 당론에 얽매여 거수기 노릇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크로스 보팅을 하는게 옳다고 본다."

- 파병안이 부결됐을 때 우려에 대해서는.
"그런 점이 걱정된다. 그래서 행정부에서 파병동의를 요청한 것이 바로 한미동맹관계 등 국익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행정부만 국가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고, 입법부도 국가를 걱정하고 책임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의원들이 다수의 의사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면 그것도 국익을 고려한 결정으로 인정돼야한다."

- 현재 국회내 분위기는 어떤가.
"상당히 국회 내에서 활발한 논의와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내일 표결까지 좀 더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될 것이다. 당초 반대의원이 소수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