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에 병력을 파병할 경우 우리 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02년 7월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형사재판소는 재판 대상으로 △ 침략전쟁 △ 전쟁범죄 △ 반인륜적 범죄 △ 대량학살 등 4가지를 다루고 있는데 이라크전이 이 요소를 모두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들 전문가들의 주장은 대(對)이라크전이 국제법상 '침략전쟁'임을 전제로 한 것으로 향후 법해석의 여지에 따라 논란이 일 수는 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對)이라크전이 유엔헌장과 국제관습법 등 국제법상으로도 침략전쟁임을 빗겨나갈 소지가 거의 없어 국제질서 재편 여하에 따라 현실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이라크전 파병에 관한 국내법과 국제법상의 문제점과 대책' 토론회에 참석한 박찬운 민주화를위한 변호사모임 난민법률지원위원회 위원장은 미국의 대(對)이라크전이 '침략전쟁'임을 증명하기 위해 UN 헌장, 유엔의 1441 결의문 등을 조목조목 분석했다.
박 변호사는 국제법상 '무력사용금지의 원칙'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명백한 조약상 의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UN 헌장이 허용하고 있는 무력사용의 허용 조항에 대(對)이라크전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UN 헌장은 제7조의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가 있을 경우(UN의 집단안보체제의 원칙)와 제51조의 자위권의 행사일 경우 무력사용을 가능토록 하고 있는데 대(對)이라크전은 이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박찬운 변호사가 내린 결론이다.
1차적으로 미국과 영국은 안보리의 결의와 지지를 얻어내지 못했고 또한 2차적으로 UN이 자위권 발동 요건으로 규정한 '무력공격'이 미국이나 영국에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공격이 임박했을 경우에도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도록 헌장은 규정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영국에 이라크의 공격이 임박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가 빈약하다고 박 변호사는 밝혔다. 따라서 1974년 UN 총회가 결의한 침략전쟁의 개념에 이라크전이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1974년 UN 총회 결의(Resolution of the definition of Aggression, December 14, 1974)
"영토, 영주권 또는 정치적 독립을 침해하거나 국제연합헌장에 위반되는 무력의 사용"(무력의 사용에는 군대에 의한 영토의 침략, 폭격, 해상봉쇄 등이 있음)
또한 박 변호사는 미국과 영국이 전쟁 정당화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의 결의 1441호도 '이 요구에 불응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맞이할 것'(it will face serious consequence as a result of its continued violations of its obligation)이라고 경고하고 있을 뿐 무력사용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미국이 1441 이후에 안보리의 결의를 받아내려 했던 것은 이라크에 대한 무력사용을 위해 UN의 추가 결의가 전제됐기 때문임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UN 안보리의 1441 결의문만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없음을 자인했다는 것. 이 또한 침략전쟁임을 명백히 해주는 대목이다.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법과대학장도 박 변호사와 동일한 근거로 미국의 대이라크전이 '침략전쟁'임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특히 이 교수는 UN 안보리의 1441 결의가 명시하고 있는 '심각한 결과'는 UN 헌장에 따라 '권고'(제39조) → '잠정조치'(제40조) → '비군사적 제재'(제41조) → '군사적 제재'(제42조) 순으로 단계적으로 취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미국과 영국은 이 조항 또한 위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어 박찬운 변호사와 같이 "우리가 파병을 결정하게 될 경우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국가신인도를 위해서도 대단히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는 파병이라는 결정보다 사실상 유명무실화된 UN 안보리와 사무총장의 권한을 넘어 유엔 총회의 '평화를 위한 단결결의'(Uniting fot Peace) 조치를 취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 | 선제공격 전략 수정돼야 북핵 평화적 해결 가능 | | | 송영길의 파병반대 '이상론'에 대한 반박 | | | | 송영길 민주당 의원이 파병반대론자들의 논리가 명분상으로는 옳지만 이상적이고 국익을 무시한 주장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본격 반박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이날 토론회 토론자로 참석해 "파병반대가 명분은 있으나 이상적이고 국익을 무시하고 있다는 데 대해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만약 파병할 경우 한반도 평화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송 의원이 문제삼은 파병찬성론의 핵심적 논리는 파병을 통한 한미동맹 강화가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가져온다는 주장. 송 의원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송 의원은 이라크 방문 때 외신기자들이 이라크는 북한에 비해 덜 위험하며 덜 긴급하다고 지적했다고 하면서 "왜 군사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지, 왜 이렇게 불공정한지 나에게 물어왔다"는 말을 인용했다.
이어 그는 "미국내 매파의 선제공격전략 자체가 실패해 수정되지 않는 한 위험할 수 있다"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는 이 전략이 잘못됐다는 것이 판명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파병에 동의하고 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선제공격 전략이 유효하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한반도 문제가 좌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송 의원은 "부시 행정부와 미국민이 독선적 사고에 기초해 이 전쟁을 잘못 시작했구나라고 깨달을 때 북한과의 실질적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이같은 인식을 미국 내외에 확산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또 이라크 파병 동의안을 대통령이 제출하는 것 자체가 위헌요소가 있기 때문에 표결대상이 될 수 있느냐도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헌법과 정면 충돌하고 있는 이라크전 파병 동의안의 제출과 상정, 표결 등 일련의 처리과정이 위헌안을 헌법기관이 통과시키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 이성규 기자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