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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청사 2층에 위치한 기자실
전남도청사 2층에 위치한 기자실 ⓒ 강성관
접대문제가 불거진 것은 3월 26일 도청의 한 공무원이 <그 날밤 춘향들의 하소연>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부터다.

이 글의 게시자 '암행어사'는 "일부 기자 나으리님들, 그들이 도정보고회를 따라 다니면서 민폐 끼쳤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면서 "그 정도가 예상보다 더해져 공직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조그만 봉투 하나 식사대접'은 관례로 인정하면서 "그러나 광주에 돌아와서 2차를 가고, 3차를 가고 심지어는(차마 입에 올릴 수 없는 사연이 풍성하다는데) 이런 추태를 부렸다는 소식은 내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남도청 안팎에서 알려진 이날의 술 자리는 이렇다.

3월 20일은 전남 도정보고회 마지막 날로 순천시와 광양시에서 보고회가 있었다. 당시 전남도청 출입기자들이 도정보고회 취재를 한 후 광양에서 저녁식사와 함께 간단한 술자리를 가졌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다. 도청의 고위 관계자, 국장급 인사 4명 ∼ 5명과 도정보고회 동행 취재기자 7명이 광주에 도착해 고급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소위 '2차'까지 갔다는 것이다.

물론 출입기자들은 소위 '2차'까지 가게됐고 말단 공무원이 여관방을 잡아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네티즌 '진상규명'은 "도정보고회가 끝난 다음 무슨 명목으로 술 잔치가 있었는지 진실이 규명되어야 한다"면서 "(뒤풀이 비용이)도비나 시·군비로 지출되었다면 우리 도민의 혈세로 기자들이 술을 마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통 술집은 아니었지만 '2차'는 없었다"

이어 기자들에게 촌지를 지급하는 것은 관례로 그나마 이해할 수 있지만 "너무 과도한 접대를 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공보실 한 관계자는 "출입기자 7명과 함께 상무지구 마그넷 근처에서 술 자리를 한 것은 사실이다"며 "국장 3명 ∼ 4명이 그 자리에 배석했다"고 확인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평범한 술 집은 아니었다"면서 자신은 "중간에 나왔고 자세하게 아는 바는 없다"고 말했다. 또 '술값을 어떻게 지불했느냐'는 질문에 "나는 지불하지 않았다"면서 "간단한 술 자리였을 뿐이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이날 술 값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진 도청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이 22개 시군을 돌아다니면서 취재하는 것이 힘든 일이다"면서 "취재해 준 것이 고맙고, 고마운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 술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룸 살롱이란 것이 요즘에는 가요룸이다"며 "술 심부름하는 아가씨 몇 명만 불렀다"고 소위 '2차'접대에 대해서 부인했다. 또 "계산은 내가 했지만 도청 법인카드를 쓰지는 않았다"면서 "수가 많아서 맥주를 마셨고 현금으로 100만원 정도 계산했다"고 말했다.

출입기자단에 대한 '과도한 접대' 논란에 대해 당시 술 자리에 함께 했던 도청 관계자들은 실제 고급 주점에서 술 자리를 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 도청 업무추진비로 술 값을 지불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또 도청 관계자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기자들이 술자리에 배석했는지에 대해서 확인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도청 안팎에서는 "기자들이 눈치 때문에 제대로 말하겠느냐", "배석했던 사람이 도청 법인카드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인데 말도 안된다"고 믿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 도청의 다른 직원은 "일상적으로 이런 접대가 있었왔는데 개인 돈으로 계산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면서 "몇몇 출입기자들이 이런 것을 좋아해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한 중앙지 기자는 "기자나 행정기관이나 관례라고 생각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면서 "이번 일도 '재수가 없어서 말이 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자들이 행정기관의 예산집행 비판에 앞서 출입기자들에게 쓰여지는 이런 돈이 과연 올바르게 쓰이는 것인지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지방지 기자는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시민의 혈세로 그런 일에 돈이 썼다면 안될 말이다"면서 "결국 기자실 운영, 출입기자단 구성 등 취재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없이 이 같이 관행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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