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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000여개 기업의 재무재표를 분석한 결과 경영실적이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간의 격차는 대폭 커졌다. '영업이익집중도'(위)와 '매출액집중도'.
국내 2000여개 기업의 재무재표를 분석한 결과 경영실적이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간의 격차는 대폭 커졌다. '영업이익집중도'(위)와 '매출액집중도'. ⓒ 한국은행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의 경영성과 분포를 분석 결과, 개별기업의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은 크게 개선됐으나 경영실적이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간의 격차는 대폭 커졌다.

또 매출액 및 수익성에서 5대 기업 중심으로 영향력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 91년부터 2002년 상반기까지 '국내 제조업체의 경영성과 분포추이'를 파악하기 위해 국내 20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조사를 위해 한국은행은 각 기업의 연도별 기업 재무제표를 이용했다. 우선 재무구조는 부채비율·차입금의존도·유동비율 분포를, 수익성은 매출액영업이익률·매출액경상이익률·이자보상비율의 분포를 각각 비교했다. 집중도는 매출액, 영업이익, 경상이익 기준으로 전체 대비 상위 기업의 점유비중 추이를 이용했다.

한국은행은 조사된 데이터를 상·하 5위수(상하 100위 업체), 상·하 25위수(상하 500위 업체), 중위수(2000개 업체 가운데 1000위 업체)로 구분해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중위수에서 지난해 5.7%를 기록했으며, 2001년을 제외하고 평균 5.5% 내외로 안정적인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조사대상업체의 평균 매출 영업이익률 7.8% 보다는 낮게 나타난 점에서 상위 대기업(상하 5위수)이 일반 기업에게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기업경영분석팀 김태석 차장은 "조사대상업체 중 절반 이상 가량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평균보다 아래라는 것'은 상위 대기업이 일반기업보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크게 높다는 것"이라며 "이는 기업간의 차이가 '극과 극'임을 보여주는 결과로 상위 기업을 제외한 기업의 영업이익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상위 5위 기업과 하위 5위 기업간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각각 21.7%와 -16.5%로 차이가 무려 38.2%였으며, 지난 99년 이후 가장 큰 격차를 나타냈다. 또 상위 25위 기업과 하위 25위 기업간은 각각 10.4%와 1.8%로 8.6% 차이가 나타났으며, 91년 이후 큰 차이를 보였다.

외환 위기 이후 상위 5대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경상이익 별 '집중도(concentration ratio)'는 크게 높아졌다. 우선 기업이 제조업 전체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매출액 집중도)은 지난해 상반기 19.4%로 전년도 18.1%보다 1% 포인트 높아졌다. 지난 9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 아울러 영업이익 집중도의 경우 '5대 기업'이 30%, '상위 50대 기업'이 54.6%로 상위 50대 기업이 제조업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상위 50대 기업, 제조업 전체 영업이익 절반 이상 차지

'영업이익집중도 표'(위)와 '매출액경상이익률 분포 추이표'.
'영업이익집중도 표'(위)와 '매출액경상이익률 분포 추이표'. ⓒ 한국은행
이외에 '이자보상비율' 중위수는 94년 127.3%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98년 110.3% 최저치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 99년부터 올라가기 시작한 이자보상비율은 지난해 상반기에는 282.4%를 기록했다. 상·하위 25위수는 91년 이후부터 98년까지 그 차이가 200% 포인트 미만이었지만, △99년 284%△2000년 391% △2001년 503%로 격차가 벌어져 결국 지난해 상반기 910%로 확대됐다. 이는 경영성과가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간 격차가 매우 컸음을 보여준다.

또 절반 이상 업체의 '유동비율'은 가중평균비율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외환위기 이후 중위수는 유동비율이 크게 높아졌기에 '단기지급능력 개선'이 업체전반으로 확산됐다는 평가다. 반면 상위업체의 유동비율은 외환위기 이후 크게 상승했지만, 하위업체는 낮은 수준을 지속함으로써 상ㆍ하위업체간 격차는 확대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점에서 조사대상업체의 절반이상은 매출액경상이익률과 이자보상비율이 가중평균비율보다 높은 수준을 보인 가운데 외환위기 이후 저금리 효과가 업체전반으로 확산됐다. 결국 기업의 부채상환능력은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가 내려졌다.

국내 기업의 부채비율 중위수는 '91∼97년' 350% 안팎이었고, 98년(245.2%)부터 급격히 낮아지면서 2002년 6월에는 126.1%까지 떨어졌다. 조사대상업체 중 절반 이상이 평균부채비율(135.6%)를 밑돌고 있었다.

이에 대해 김태석 차장은 "다수의 우리 기업이 외환위기 이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로 기업의 재무안정성이 업체 전반으로 확산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김 차장은 "이번 조사는 경영성과가 우수한 기업과 부진한 기업을 비교해봄으로써 실제로 얼마나 좋아졌는지, 문제점은 무엇인지 판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의 경영성과 개선이 대기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점에서 하위기업들이 영업개선 과정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이길 바란다"고 앞서 말한 바를 강조했다.

한편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팀은 국내 기업들이 재무안정성을 유지한 가운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경영합리화와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는 등 기업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정부당국과 금융회사의 경우 기업구조조정이 자율적으로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업퇴출제도'를 정비하고 '여신심사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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