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14일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차별화를 위해 일부러 특검제를 채택해 한미동맹의 새로운 단초를 만들겠다는 것을 가정하지는 않았냐"라며 노 대통령의 특검제 수용 배경에 대한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추 의원은 이날 오후 정세현 통일부 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열린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특검제 채택이 한미동맹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고 정세현 장관에게 질문한 뒤 이렇게 말했다.
추 의원의 이날 발언은 이라크 파병 동의안 등 노 대통령의 결정을 대체로 존중해 왔던 그간의 태도와는 사뭇 달라 노 대통령의 대미·대북정책에 대해 불만이 쌓인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추 의원측 한 관계자는 "특검법 수정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 특검제 실시가 대북관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추 의원은 또 "가정이지만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국회에서 특검제가 채택이 됐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이면에 햇볕정책과의 차별화를 통해 한미동맹관계의 좋은 출발을 시작하겠다는 것이 깔려 있었다면 대단히 위험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만약 (노 대통령의 특검법 수용이) 한미동맹의 환심을 사려했다는 것이 깔려있다면 나는 굉장히 떳떳하지 않다고 본다"며 노 대통령이 보다 당당하게 대미외교를 펼쳐갈 것을 우회적으로 주문했다.
추 의원은 미국이 북한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친구의 적과 어떻게 사귈 수 있느냐'라는 미국의 단선적이고 감정적인 표현처럼 우리는 한미동맹관계를 공고히 하면서도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남한과 북한이 장기적으로 통일돼야 할 분단국가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군사적으로만 북한을 상대하려 하는 미국에 남한과 북한은 분단국가라는 점을 당당히 말하면서 한미동맹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통일부 장관은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