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제천시 영천동사무소에 근무하던 ㄱ씨(6급)는 직원들만이 이용하는 전자결재 게시판에 '시장님께 지시(?)하는 의원님들'이란 제목의 글에서 새해 들어 단행한, 1억2천만원의 용역비와 함께 숱한 논란 끝에 이루어진 시의 조직개편이 또 다시 조정되냐며 시의 행정을 꼬집었다.
이어 그는 ‘애초 기구조정안이 잘못 됐나? 아니면 심의가 잘못 됐나? 귀동냥에 의하면 의원님들께서 시장님께 지시(?)했다는 후문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며 ‘애초 기능별로 묶었으면 1년은 운영해야지 3개월만에 또 바뀌나?’라고 주장에 나섰다.
이와 관련하여 ‘시장님과 의원님들이야 민선이니 그럴 수 있다. 시장님께 충심어린 진언이 아쉽다’며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아쉬움을 밝혔다.
글 말미에는 ‘직협은 뭐하나? 직협이 우습게 보이니 이런 일이 생기지!’라며 공직협의 행보를 비판하며 ‘직협임원진만 탓할게 아니다. 우리 모두 방관하고 무관심할 때 조금씩 조금씩 이렇게 돼가는 거다. 처음에는 조금씩 그러다 나중에는 안중에도 안 둔다’고 공직내부의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한 ‘그래서 노조가 필요하다 직협은 못 한다’라며 이전부터 주창하던 공직협의 노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였다.
ㄱ씨는 최초 게시되었던 내용 중 특정인을 인지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하여 글을 수정하며 ‘주장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어느 한분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었으나 전후 문맥상 그분을 비난하는 것 같은 오해의 소지가 있어 수정게시 한다’며 직원들의 이해를 구했다.
또한 ‘노조전환을 추진하며 우리 공직내의 갈등과 불협화음을 조장하며 특히 어느 특정 개인에게 상처를 주거나 특정인을 비방하고 싶지 않음을 밝혀드린다’고 덧붙였다.
ㄱ씨가 최초에 올렸던 게시물에서 특정인을 인지할 수 있어 물의를 빚자 본인의 의사에 의해 수정조치 되었으나 이러한 사실은 지역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확산되어 일반시민들에게 까지도 전해졌다.
ㄱ씨의 게시물이 올라간 후인 10일 인사위원회가 열렸으며 ㄱ씨는 15일자로 4개월 정도 근무하던 영천동에서 백운면으로 전보발령 조치되었다.
당사자 ㄱ씨는 직위상 공직협 회원은 아니지만 상조회원으로 공직협 태동기부터 남다른 애정으로 많은 역할을 해 오고 있다는 주위의 평을 받고 있으며 여러 차례 노조로의 전환에 대한 당위성과 필요성을 공직협 홈페이지에서도 주창해 왔다.
현재 공직협이 노조로의 전환을 둘러싸고 여러 의견이 분분하나 실명으로 본인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ㄱ씨의 의견이 지역에 익히 잘 알려져 있으며 상당부분 설득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 주위 공무원들의 평가이다.
정부에서도 공무원노조 허용과 관련해 많은 노력을 보이고 있으며 노조전환으로의 과도기를 겪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인사조치는 다분히 공직협 활동을 위축시키는 인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분분하다.
공직협 내부의 사정에 밝은 한 공무원은 "이번 인사는 한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공무원 사회를 둘러싼 내부비판의 기능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공직협의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는 파행적 인사조치였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그는 "시에서 사전 조율을 통해 원만히 해결할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정과 공직협 관련 발언이 있은 후 즉각적인 인사조치를 단행한 것은 모양새도 좋지 않을뿐더러 인사권자의 시정운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단면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ㄱ씨는 현재 업무 인수를 받느라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적으로는 인사조치를 받아들이며 근무에 충실할 생각이지만 공직협의 발전을 위한 입장에서는 수긍할 수 없음을 내비치고 있다. 또한 "개인의 영달이 아닌 하위공직사회의 권익보호와 후생복리차원은 물론 대 시민서비스 향상을 위해서 공직협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처음부터 외부의 공간에 글을 올리지 않은 것은 내부적으로 개혁해 보겠다는 의지였다"고 강조의 뜻을 내 비쳤다.
그후 심경을 토로하며 올린 게시물에서 그는 "(전자결재의 게시판은)우리시 내부 통신망이며 이곳의 게시판은 자유로운 의사수렴과 전달 그리고 내부의 비판을 수렴하기 위하여 만들어 놓은 것이다. 비록 내용에 있어서 다소 거북한 문구가 들어있는 비판적 논리라 하더라도 이곳에 실명으로 게시된 내용에 대하여는 문제를 삼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내가 우리시 직협 홈페이지나 상급기관 홈페이지 또는 전공노의 홈페이지에 비실명으로 올렸다면(?) 내가 이런 불이익을 받을까"라고 토로하기도 했으며 마지막에 "내꼴 당하지 말고 비판이나 뭐다 하지 말고 입 닫고 그저 좋은 글만 올리세요"라는 한탄 섞인 부탁을 하기도 했다.
노조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공직협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이번 인사는 공직협과 관련한 일련의 쓴소리를 막겠다는 시의 사전포석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의견이다.
줄곧 공직협을 지켜보던 시민 김모(43ㆍ자영업)씨는 "전후 사정을 볼 때 이번 인사는 문제가 많으며 파행적 인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공직협 문제로 일련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시민을 위한 공무원의 권익보호와 근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조직이라면 노조전환을 거쳐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해서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제목소리를 찾기 바란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지난 16일 제천시청 홈페이지의 인터넷민원 <제천시에 바란다>에는 김순자라고 실명을 밝힌 ‘제천시의 부당한 인사를 규탄한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되었다.
내용을 살펴보면 “이번 인사는 제천시 공무원 전체를 무시하는 처사이다’며 ‘싫은 소리 비판적인 글을 올렸다고 인사조치에다 감사부서 조사까지 동원한 시장과 조직와해 운운하며 징계조치 하겠다고 한 부시장은 각성해야 한다”고 인사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제천시청 모든 공무원도 내일이 아니라고 방관만 하고 있는 것은 그런 부당한 처사의 화살이 언젠가는 나를 향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만 한다”며 “모든 제천시청 공무원들은 잘 못된 처사에 힘을 모아 대처 합시다”라고 호소에 나섰다.
공직협의 한 관계자는 "현재 ㄱ씨는 공직협회원이 아니고 상조회원의 자격이다"며 "이번 인사와 관련한 공식적 입장을 밝힐 수 없는 처지"라며 "현 집행부는 나름대로 시기에 맞춰 노조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의 한 관계자는 "인사위원회에서 인력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전보발령이다"라는 의견외에는 다른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 않아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15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24개 '사회갈등' 현안을 선정하고 현황을 점검, 주무부처 중심으로 해결시안을 마련해 정부차원에서 종합 대응키로 했으며 노동 분야에 '공무원 노조 허용'이 포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