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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들은 근골격계 문제는 IMF이후 노동강도가 강화된데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근골격계 문제는 IMF이후 노동강도가 강화된데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 이국언
이번 노동부 특별조사는 지난 1월 현대삼호중공업 노동자 31명이 근골격계 질환과 관련해 집단 산재요양승인을 받은 것과 관련하여 이뤄진 것으로 지난 2월 24∼26일까지 이 회사 근로자 1252명에 대한 설문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노동부, 특별조사 후 개선개획 수립지시

이 결과 153명은 작업중 통증이 비교적 심하고 귀가 후에도 통증이 계속되거나 통증으로 인해 작업 및 일상생활에 장애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부는 이 조사를 토대로 오는 6월 2일까지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개선계획 수립을 지시하고 특별조사시 제외됐던 부서의 근로자에 대한 건강보호 방안도 마련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부의 조사결과에 대해 삼호중공업 노조는 "회사가 산재를 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후속 집단 산재요양 신청 등 투쟁의 수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를 둘러 싼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삼호중공업 노조가 근골격계 직업병 공동연구단과 함께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근골격계를 호소하는 증상자의 규모가 노동부 특별조사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노사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근골격계 공동연구단 결과와는 현격한 차이

한 근로자가 수십미터 고공에 올라 혼자 선박 도장 작업을 하고 있다.
한 근로자가 수십미터 고공에 올라 혼자 선박 도장 작업을 하고 있다. ⓒ 이국언
노조에 따르면 총 1081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의 근골격계 질환 자각증상 기준에 따른 유소견자는 968(89.55%)명 이었으며 이중 증상의 정도가 중간 이상인자를 1차 건강진단 대상으로 적용했을 때 유소견자는 554명(51.25%)로 알려졌다.

노조는 지난 3.23∼24일 이뤄진 1차 건강검진 결과 340명중 95% 이상이 산재요양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 15일부터 이중 2차 정밀진단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는 150여명에 대해 2차 건강검진을 추진하고 있다.

노조는 근골격계를 호소하는 근로자들이 양산되고 있는 원인을 한라 부도 이후 이어진 대량감원과 작업량 증가에 따른 노동강도 강화에서 찾고 있다.

이창길 산업안전 부장은 "한라중공업 부도 이후 현대는 회사를 살려야 한다며 조합원들이 마치 죄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쥐어짜 왔다"며 "줄어든 인원으로 늘어난 물량을 감당하느라 극심한 노동강도에 시달려 왔다"고 주장했다.

"이 상태로 얼마나 버텨 나갈지 겁이 난다"

건조1부 김모(36) 씨는 "오후가 되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일이고 뭐고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조장 달고 반장 달고 싶은 욕심에 5년 동안 죽도록 일해놓고 지금에 와서는 뭐냐"고 자책하고 있었다.

그는 "이 상태로 얼마나 버텨 나갈지 겁이 난다"며 "물량을 조절해 왔더라면 여기까지는 안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퇴직 후를 대비해 따로 부업거리를 준비하는 등 심적인 위기감에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었다.

노조 라성훈 사무국장은 "근골격계 문제는 무리한 작업에서 비롯된 만큼 단순히 산재를 승인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며 "작업조건 개선과 근로시간 단축 등 근본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삼호중공업 김태혁 부장은 "회사와 상의 없이 노동조합 단독으로 조사한 결과에 대해 회사가 답변을 할 일이 아니다"며 불신을 나타났다.

그는 "조선업종에서는 최초로 대한인간공학회에 용역을 실시해 4월말이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물리치료실을 확장할 계획이지만 근골격계는 근력이 약화되어 나타나는 것이니 만큼 근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다 의미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근로시간 단축 등 보다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며 특별단체교섭을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근로시간 단축 등 보다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며 특별단체교섭을 주장하고 있다. ⓒ 이국언
근골격계 공동연구단 박태호씨는 "근골격계는 단순한 직업병이 아니라 97년 이후 구조조정에 따른 노동강도 강화로 나타난 결과물"이라며 "요양신청을 마친 사람이 다시 현장에 복귀하더라도 작업현장이 바뀌지 않으면 다시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현대삼호중공업은 최근 작업도중 잇따라 사망사고와 중대재해가 발생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달 26일 협력업체 근로자 김재원씨가 고소차 협착사고로 숨진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비정규직 문재인씨가 또 다시 고소차에 의한 추락사고로 중태에 빠지는 중대사고를 입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노조 한 관계자는 "울산 현대에서 고소차 사고로 목숨을 잃은지 20일만에 똑 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목숨은 안중에 없이 안전장치도 소홀히 한 채 무리하게 작업을 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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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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