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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Five Years> 포스터
포스터 ⓒ 신시 뮤지컬컴퍼니
예술의 전당 자유 소극장에서는 'Last Five Years'(신시뮤지컬 컴퍼니 제작 / 한진섭 연출)라는 독특한 뮤지컬이 지난 3월 28일부터 공연되고 있다.

이 작품은 남녀가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고 갈등하고 이혼하는 5년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별 흥미롭지도 않는 내용의 이 뮤지컬이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그 독특한 구성에 있다.

무대에서는 남자의 시간과 여자의 시간이 서로 다르게 존재한다. 남자는 나이 먹듯이 시간이 지나고 여자는 회상하듯이 지나간 시간을 불러낸다. 이들이 무대에서 같은 시간을 체험하는 것은 오직 청혼하는 장면 하나 뿐이다.

관객에게 혼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이 같은 극 구성은 연출을 맡은 한진섭의 손에 잘 버무려져 있다. 극 초반에 혼란스러워 하던 관객들도 시간이 지나면 곧 제이미의 입장에서, 혹은 캐쉬의 입장에서 사랑하고 갈등하고 헤어짐에 마음 아파한다.

관객이 작품속 주인공에게 쉽게 동화되는 것은 이 작품이 담고 있는 내용이 웃고 즐기고 잊어버리는 그런 보통의 뮤지컬이 아니라 사랑하고 갈등하고 헤어져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고민해봤음직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6일, 요란하지 않은 색다른 뮤지컬 'Last Five Years'을 연출한 한진섭씨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4월 말에 공연이 끝난다. 연장 공연 계획은 없는지?
"지금 구체적인 계획은 없으나 신시에서 만든 작품은 대개 한번 공연하고 끝내지는 않는다. 두 사람만 출연하니까 여러 명 스케줄 봐야되는 것도 아니고. 가을쯤에 재공연을 할 것 같다. 사실 그 작품은 장기로 해야 된다. 한 달은 적은 기간이다."

- 배우 두 명이 나오는 단출한 뮤지컬이다. 많은 인원이 나오는 뮤지컬과 비교한다면 어느 장단점이 있는가?
"배우는 둘이지만 스텝은 똑같다.

장점이라고 하면 '배우들 다 모여' 하면 두 사람만 모이면 다 모이게 된다. 스텝들과 항상 한 방 안에 다 있을 수 있으니까 호흡이 좋았다. 조명, 음향, 무대장치 모두 연습하면서부터 함께 참여했다. 조명디자인도 그렇고, 무대디자인도 그렇고, 음향디자인도 그렇고. 원활하게 토론이 됐다는 게 장점이다.

짧은 시간 안에 바쁘게들 일한다. 물론 이번에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연출에서 시작해서 디자인에 대한 부분들까지 세세하게 계속 이야기 해왔기 때문에 연출부 모든 사람이 다 제대로 역할을 해준 것 같다.

단점은 없었던 것 같다. 아주 좋았다."

연출가 한진섭
연출가 한진섭 ⓒ 양길용
- 두 배우의 역량이 성패를 좌우 할 정도이다. 이 배우들이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 무대를 비롯한 세심한 고려가 필요했을 텐데?
"이 작품을 소개 해준 에이전시가 있는데 일본에 있는 영국사람이다. 그 분이 하는 말이 이 작품이 미국의 오프브로드웨이에서 했는데 배우들은 온브로드웨이에서 제일 잘 나가는 사람들 중에 모았고 작품 결과가 다 좋았는데 무대가 좀 미흡했다는 평이 있었다고 한다.

무대에 그야말로 배우가 기댈 부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 해서 높낮이를 두었고 삶이라는 것이 돌고 도는 쳇바퀴 같은 것이라는 의미에서 원형의 무대를 사용했다. 배우들이 될 수 있으면 비빌 언덕을 주기 위해서 무대장치, 무대미술에 많이 신경을 썼다."

- 독특한 구성의 뮤지컬을 공연하게된 이유가 궁금하다?
"외국만 해도 공연문화가 많이 성행이 되어 있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드라마 뮤지컬도 선호하지만 그것 말고 이런 특이한 성격의 작품도 좋아한다. 그런데 아직은 우리 관객들은 그렇게 즐기지 못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아가씨와 건달들>이 우리나라에서 초연 된지 20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이유가 스토리라인이 정확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편한 내용이다. 그냥 사람이 만나서 사랑하고 갈등하다 헤어지는 이야기인데 구성이 하나 바뀐 것 때문에 조금 헷갈릴 수도 있고 그런 헷갈림 때문에 좋아하는 관객도 있겠지만 일반의 관객은 아직 쉽게 즐기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 극단의 박명성 대표도 워낙에 특이한 구성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개성 있는 작품을 하게 됐다. 틀림없이 돈 못 버는 거 아는데도 시작했다. 왜냐하면 그래도 뮤지컬계에 선도적 단체의 입장에서 좋은 작품은 돈 생각 안 하고 시도를 해봐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입장에서도 쉽지는 않았지만 보람있고 많이 배웠다."

- 앞서 언급하셨듯이 이 작품의 매력은 독특한 구성에 있다. 극 구성에 대해 설명해 달라?
"사실은 아주 간단하다. 남자와 여자의 시간이 거꾸로 간 것이다.

이것이 극적으로 풀릴 적에 어떤 장점이 있었는가 하면 보통의 작품이 처음에 만나서 좋아하고 좋아함에 결실이 되어 결혼하고 갈등하면서 우울해졌다가 헤어지면서 끝난다. 그런데 구성을 바꿈으로서 여자는 우울하게 시작하면서 밝게 끝나고, 남자는 밝게 시작해서 우울하게 끝난다. 작품 속에 밝고 어두운 부분이 계속 공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작품이 지겹지가 않았다. 이 사람이 우울해질만하면 다른 사람의 밝은 면이 점점 나와지고 하는 극적으로 표현하기 아주 좋은 구성이었다.

또 한가지 구성상에 재미있었던 것은 서로 다른 시간의 얘기인데도 이 사람 이야기와 다른 사람 이야기가 서로 연결이 된다. 예를 들어,

'나는 나중에 결혼해서 집에서 애나, 정원을 돌보고 있거나 생각 없이 안주나 준비하고 고기나 굽는 천재 뒤꿈치만 따라다니거나 하는 남자만 의지해서 사는 그런 결혼 생활은 안 할거야.'

라고 결혼하기 전에 얘기를 하는데 그 다음 남자 노래는 바로 그런 것 때문에 갈등이 되어져 나온다. 그러니까 서로 다른 때 얘기지만 다 연결된다. 구성 하나만 꼬아 났음에도 그 안에서 커다란 변화가 있다."

- 무대가 원형이어서 시계 바늘만 없지 시계 같다. 두 명의 배우들을 원형의 무대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한 것 같다. 무대에 대해 설명해 달라.
"자유소극장은 4면을 다 쓸 수 있는 변형의 무대가 가능한 극장이다. 그런데 현재 좌석이 일반 프로시니엄 무대처럼, 무대와 반대편에 객석이 있는 형태로 바뀌었다. 자유소극장에서 하는 공연들은 그렇게 무대를 자유스럽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토월극장과 마찬가지로 그냥 프로시니엄 무대를 조그마하게 만들어놓은 것처럼 쓰고 있다.

이 공연은 사실 4면을 다 썼으면 하는 생각이었는데 밴드 구성하면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원형무대에서 일탈할 수 있는 부분,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부분을 하나 만들었다.

원형의 무대는 인간의 굴레라는 말처럼 그 안에서 쳇바퀴 돌 듯이 돌아가는 인간의 일생을 그리기 위해 사용했다. 무대를 나눠서 한쪽은 제이미의 공간, 한쪽은 캐쉬의 공간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원형의 무대 안에 레벨을 두었고 시간이 달라졌을 때 레벨의 차이를 두기 위해서 높낮이를 줬다."

- 두 배우들이 서로 다른 시공간에 있으면서도 마치 동일 시공간에 있는 것처럼 연출했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시점의 이야기를 하는데 한 사람이 노래한다고 해서 나머지 사람이 무대에서 사라지게 되면 너무 재미없을 것 같아서 동일 시점이 아니어도 상대역을 출연 시켰다. 이것은 물리적인 의미의 존재로만 있지 시점은 다르다. 그래서 조명을 안 줬다. 빽라이트만 주어서 뒤에만 비추고 얼굴 표정은 보이지 않게 그렇게 했다."

캐쉬역의 이혜경(좌), 제이미 역의 성기윤(우)
캐쉬역의 이혜경(좌), 제이미 역의 성기윤(우) ⓒ 신시 뮤지컬 컴퍼니
- 제이미가 쓴 소설 내용과 뮤지컬의 남, 녀의 모습이 관련 있는 것 같다.
"제이미의 소설 속에 나오는 재봉틀, 시계, 가위 이런 소품들을 무대 위에 달아 놓았다. 그 씬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대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대 위에 슈멀송에 등장하는 대·소도구들을 걸어 놓은 것이다.

처음에 남자가 '너는 내 소설 속의 주인공이고 나는 너의 얘기를 꼭 쓰겠다'고 말하고 헤어질 적에 '나는 소설의 끝을 바꿨다' 이렇게 말했다. 일종의 극 중 극이라고 할 수 있다.

슈멀이라는 사람이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지만 그 사랑하는 여자는 이교도 여자고 그 여자는 밖에서 살기를 원해 떠났지만 남자는 떠나지 못했다. 그 이유가 종교든 뭐든 자기의 틀을 깨트릴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슈멀은 계속 그것에 대해 미련을 가지고 41년 전으로 다시 날 되돌려주오 라고 얘기한다.

소설 속 슈멀은 여자주인공과 대비가 되고 슈멀의 여자친구인 이교도 처녀는 남자 주인공과 대비가 된다. 그래서 제이미가 캐쉬에게 '네가 네 틀을 깨지 않고서는 발전할 수 없다'라는 이야기를 해주는데 결국 캐쉬가 자기의 틀을 깨지 못하고 결국 헤어지게 된다. 그 전체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 부분에 힘을 줬다."

- 우리나라에서 공연된 브로드웨이 뮤지컬 중 가장 최근작인 것 같다. 음악도 보통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뮤지컬 넘버와는 느낌이 다르다.
"클래식 악기로 구성되어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작품 속의 클래식 악기의 멜로디가 인간 안에 있는 심성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편곡과, 악기 구성이 주요했다.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어쿠스틱 기타, 엘렉 베이스 기타 이렇게 구성 됐다. 클래식한 악기를 가지고 했기 때문에 이 작품이 딱딱하지 않을까 생각할 텐데 그렇지 않다. 재즈며, 로큰롤이며 이런 것들을 다 표현했다. 작곡한 사람이 새로운 형태의 뮤지컬을 만들었다.

만나서 사랑하고 갈등하고 헤어지는 평범한 얘기를 고급스런 음악에 실은 게 이 작품의 큰 장점이다. 작곡가가 이 작품을 썼다. 대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가사가 다 대사인 것이다. 그 사람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형태의 새로운 뮤지컬이 나온 것 같다."

-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원작이 도움이 됐는가?
"이 작품에 자료가 없다. 보통 대본에 지문이 있다. 장소는 어디고 장면에 대한 설명이 있고 심정에 대한 것이 지시문으로 있다. 그런데 이 작품에 대한 자료는 악보하고 악보에 쓰여있는 가사와 몇 덩어리의 대사, 그리고 지시문 두 개가 전부다.

몇 가지 소개하자면

'첫 번째 만났을 때 그들은 둘이서 데이트를 하고 몇 일 후 전화를 하고 있다. 그리고 몇 일 후 다시 공원을 거닐고 있는 듯 하다.'

라는 지시문하고 그리고 피어라고 강가에 낚시 할 수 있게 만든 게 있다.

'오하이오의 강가, 그들은 피어에 앉아 있다.'

그 다음에 지시문은 하나도 없다. 컴퓨터에서 찾아보니까 주소가 하나 있어서 거기 들어가 보니까 사진 몇 장 밖에 없더라. 지시문이 없어서 객석의 관객처럼 힌트를 보고 알아냈다.

'저 정말 스물 셋이에요.'

그러고 있는데 조금 있다가 여자가

'네 나이 28인데 모든 걸 다 이루었다니.'

대본 번역해 놓은 것 보면서 처음부터 그렇게 찾아 갔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정확하게 디렉션이 나와있는 작품 보다 자존심이 덜 상했다. 내가 해보고 싶은 대로 했으니까.

무대도 마음대로 만들었다. 저쪽사람들은 회전무대를 돌려 쓴 것 같다. 무대를 쪼개서 이거 쓰고 돌리면 그 다음 게 준비되어있고 돌리면 또 다른 것이 준비되어있고 이런 식으로. 그래서 아예 우리 공연에는 그것을 한 무대에 넣었다.

간단한 소품도 어느 정도까지 쓸것인가. 어디까지는 제대로 하고 어디까지는 생략할 것이냐에 대해서 우리 스스로 구분했다. 이 작품에서 전화내용이 많더라. 그래서 전화까지는 실제 전화로 썼고 나머지는 마임을 하게 했다. 여자 침대씬에서 남자가,

'이봐 꼬마 잘잤니'

하면서 나왔던 그 장면에서 마임으로 여자가 있는 듯이 했다.

'저기가 존 레논, 저기가 누구'

이 때쯤에 좀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부러 그렇게 했다. 그렇게 해놓은 다음에 여자가 다시 똑같은 얘기를 했을 때 '아 이게 시점이 결혼했을 때만 만났고 서로 갈라지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그때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사실 설명을 많이 할까 고민했다. 예를 들어 자막으로 씬이 바뀔 때마다 남자 몇 살 여자 몇 살 이것을 계속 넣어 줄까 토론을 했었다. 우리 극단의 대표는 제작자로서 작품을 많이 알려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일반 관객도 편히 볼 수 있는 방법으로 대사를 좀 넣어보면 어떨까 내지는 그런 방법들을 많이 생각을 해 보자고 했는데 우선 이 작품은 사람들이 보물 찾기 하듯 힌트를 찾아가면서 보는 게 좋다고 결론 내렸다. 끝날 때쯤 되면 관객이 안다."

연출가 한진섭
연출가 한진섭 ⓒ 양길용
- 정보가 없이 들어온 관객은 당혹스러울 텐데.
"작품을 재미있게 보는 방법이라고 극장 밖에다 만들어 놓았다. 남자는 만났을 때부터, 여자는 헤어질 때부터 이렇게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을 적어 놓았다. 그런 정보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일일이 풀어서 숟가락에 떠 넣어 먹여주는 작품도 있겠지만 이런 작품도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200석짜리 소극장에서 하는 공연인데 객석을 꽉꽉 채워서 돈을 벌어 보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공연이 아니다. 아마 매니아들이 찾아 올 것이다. 매니아들에게 색다른 음식을 내놓는 의미의 공연이다.

연배가 올라가면 갈수록 작품에 곤혹스러워 하는 것 같다. 그래도 무조건 몰라라가 아니라 나름대로 성실하게 힌트를 주었으니까 그 분들이 잘 몰랐어도 보고 나면 뒤에 생각나지 않을까."

- 작품을 본 관객들의 반응은 어떤가?
"이 작품은 인터넷에 평이 안 올라온다. 극단에서 공연하면 평이 무지하게 올라오는데 이상하게 첫날 한 세 개 올라오고 나서 이틀 사흘 됐는데도 아무 것도 안 올라오더라. 걱정이 됐다. 아무리 관극평에 신경 안 쓴다고 하더라도 아무 것도 없으니 신경이 쓰인다. 지금 보니까 스물 몇 개 올라와 있다.

대개 여자들이 주로 많이 쓴다. 여기도 보면. 여자 관객들이 이 작품 보면서 캐쉬하고 동일인물화 되는 것 같다. 아예 작품 속에 많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

'내가 헤어졌을 때 그놈, 그놈이 그랬지.'
'저도 저를 생각해봤습니다.'
'저를 돌이켜봤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올라오는 것 보니까 일반작품처럼 커다란 감동, 반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나도 저랬어.' 라는 생활 속의 공감이 와지는 것 같다. 그래서 자기를 되돌아볼 뿐이지 공연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기 안 하는 것 같다."

- 가사를 직접 개사했는데, 개인적인 감정이 묻어있을 것 같다.
"가사를 제가 작업을 했다. 개사를 했는데 내 얘기 같은 것도 많이 있다. 거기에 보면,

'나는 내 할 일을 열심히 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는 거지.'

나는 가장 큰 남자의 포인트는 그것이라고 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려면 돈이 본이 되는 사회인데 내가 일을 열심히 하기 위해서 그에 따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느끼기에,

'나는 내 가정을 위해서 내 식구들을 위해서 혹은 나를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하는데 그러다 보면 늦고 술도 먹고 들어 갈 때도 있고 늦게 들어가야 되고 아침 일찍 나와야되고. 가정 돌볼 새 없고.'

그렇게 이 사람은 죄인이 된다.

'난 그렇게 열심히 일해서 잘 살아 보려고 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지 나는 모르겠다.'

그래서 여자한테 무서운 말을 한다.

'나는 네가 잘 되길 바라며 박수를 쳐주는데 너 성공 못 했다고 해서 넌 왜 날 위해서 박수를 쳐주지 못하느냐. 네가 성공 못했다고 해서 나까지 끌어들이지 말아.'

라고 하는 말이 여자들에게 못이 박히는 말인 것 같다. 그 구절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더라. 사실 내가 느낀 것을 쓴 것이다.

여자의 대사처럼 '천재의 뒷꿈치만 따라다니면서 저 사람의 인생의 한 귀퉁이에 있는 일부분'이라는 것에 갈등이 시작되는 것 아닌가 한다."

ⓒ 신시 뮤지컬 컴퍼니
- 뮤지컬 배우로 시작해서 현재 연출을 하고 있다. 어떻게 뮤지컬을 시작했고 어떤 작품을 했는지 알고 싶다.
"남경읍씨, 설도윤씨, 이혜영씨, 이정아씨 이런 사람들하고 같이 뮤지컬을 했다. 그 사람들이 다 연극배우다. 옛날에 뮤지컬 배우라고 따로 없었다. 사실 지금도 '나는 뮤지컬 배우야' 이런 것에 대해 그렇게 구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뮤지컬도 연극이니까. 연극을 음악적으로 푼 것 일 뿐이다.

처음에 연극배우를 했다. 정극을 했었다. 셰익스피어 작품도 한 다섯 작품정도 했었다. 주로 광대를 했다. 나는 광대 아니면 순 악인, 깡패두목 이런 것을 많이 했다. 무대 위에서 죽여본 사람이 너무 많다. 죽이는 거 아니면 광대 이것을 주로 많이 했다.

나도 좀 생각하면서 말하는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별로 안 써주더라. 어쨌든 83년도에 현대극장에 가서 뮤지컬을 시작하게 됐다. 지금 성대 교수로 계신 정진수 선생님이 당시 민중극장 대표로 계셨다. 저도 민중극장 출신인데 제가 뮤지컬을 좋아한다는 것을 아시고 요즘말로 트레이드 시켰다. 우리 극단 대표인 정진수 선생님이 현대극장의 김의경 선생님에게 '얘 뮤지컬 좋아하니까 여기서 작품을 하게 해주세요.' 그래서 83년에 현대극장에 갑자기 들어가서 들어 간 날부터 다리 찢고 뮤지컬 시작했다. 뮤지컬 하면서 좋은 역할들 많이 해봤다.

지금 돌아가신 원래 신시 대표이신 김상렬 선생님이 계신다. 그분과 거의 작품을 많이 해왔는데 선배가 되다 보니까 연기 감독을 좀 했다. 후배들 연기에 대해서 얘기해주다가 선생님이 연출파트 쪽 일도 시켜서 하게 됐다. 연출을 도와서 많은 일을 했으니까 연기감독 하면서 조연출 역할을 한 것이다. 그렇게 몇 년 하다가 선생님이 기회를 주셔서 98년도에 <더 라이프>라는 작품으로 데뷔를 했다.

<더 라이프>는 전에까지 있었던 뮤지컬 공연 형태에서 조금 더 템포감 있고, 박진감 있는 연출을 했다. 저는 요즘 사람들이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너무 느릿느릿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작품이 아무리 슬프거나 느린 것을 원하는 작품이라도 느린 것 안에도 템포가 있다. 템포는 가져야 된다. 그래서 제가 다른 작품들에 비해 템포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썼다.

그 작품으로 시작해서 <겜블러>, 그 다음에 악극도 했다. <가거라 삼팔선>도 했고. 민요극이라 할 수 있는 <회심곡>이라는 작품도 했다. <2001 회심곡>이라고 해서 <회심곡>을 했었고 예전에 90년도에 <캣츠>하면서 배우 했었는데 2000년도에 딱 십년 후에는 <캣츠> 연출을 했었다. 어린이극도 계속 했었다."

- 많은 작품에 출연도 하고 연출도 했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
"외국작품 하면서 그쪽 사람들의 작품을 통해서 많이 배우는 것도 좋았지만 제가 연출했던 작품 중 가장 맘에 들었던 작품은 <가거라 삼팔선>이라고 하는 악극이다. 보통 우리나라에 들여오는 외국작품은 이미 검증된 작품들이다. 제작자 측에서는 안정된 작업을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한다. <가거라 삼팔선>은 악극의 형태지만 그래도 그게 창작극이었고 했기 때문에 그 작품에 애정이 많이 간다. 다른 작품 특히 <렌트>도 그렇고 외국에서 워낙 유명한 작품들은 애정이 덜하다. 그것을 자존심이라고 해야될지 모르겠지만.

될 수 있으면 공연 전에 원작을 안 보려한다. <라이프>는 공연 전에 가서 구경을 했다. 물론 그것과 똑같이 안 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그래서 무대장치를 많이 변화시키고 우리 식의 문화로 바꿨기 때문에 감성도 많이 바꿔서 했다. 그리고 <갬블러>라는 작품도 사실 자료들이 많이 있어서 이리저리 많이 보면서 했기 때문에 그 작품도 그런데 그 이후에 작품들 <렌트>도 그렇고, <틱틱붐>과 같은 작품은 사실 안 보려고 노력했다.

외국 나가서 기회가 있었는데 안 봤다. 안보고 내 생각대로 한번 해보고 싶었다. 그게 어떻게 보면 아집이고 이상한 똥고집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데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 이번에 "Last 5 Years"도 공연을 안 해서 볼 수도 없었지만 한번 이거 둘이 나오는 건데 우리 나름대로 해석해서 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 그렇게 우리들끼리 생각을 모으고 아이디어 회의를 해서 한 작품이다."

- 자신의 연출 스타일을 이야기한다면?
"작품 모두가 사실 연출이 어떠한 방향, 어떠한 색깔, 이러한 큰 울타리만 정해주는 거지 그 안에 소프트웨어적인 의미의 모든 것은 모두 다 같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특히 제가 고집 피워야 하는 것은 피우겠지만 아닌 것은 스텝들이나 배우들의 의견들을 많이 듣는다. 그래서 제 생각과 많이 벗어나지 않는다면 수용하는 편이다.

공연이라는 것이 배우 예술이다. 첫 번째 작가가 글 쓴 작가고, 두 번째 작가가 연출하는 사람이고 세 번째 작가가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무대에서 직접 객석과 교류하는 사람들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무대예술이라는 것은 그 무대 선 사람들의 작품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의견이나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해석이나 이런 것을 많이 듣는다.

연출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앙상블이다. 그래서 공연하는 사람들, 공연하러 그 작품에 임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야말로 친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무슨 일이 있어서 다투게 되더라도 해결해서 다시 또 호흡을 맞추지 않으면 무대 바깥에서 인간들간의 친소감이 무대 상에 그대로 나타난다. 서로 친해져야 상대역도 할 수 있다. 진짜 사이가 안 좋은 사람들이 안 좋은 역할을 하더라도 그 작품은 이상해진다. 진짜 교류가 안된다.

이번 공연은 배우 두 사람이 굉장히 호흡이 잘 맞았다. 좋게 평가하고 있다."

연출가 한진섭
연출가 한진섭 ⓒ 양길용
- 만들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연출자와 연출가가 있다. 연출자는 지금 나 같은 사람이 연출자이다. 작품 되어져 있는 상태에서 그 안에서 잘 요리를 하는 사람이다. 연출가가 되려면 그야말로 나의 울타리가 정확히 있어야 한다. 내 생각엔 내가 쓰고, 구성해서 연출하는 작품을 해야 나는 연출가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직은 연출자다.

창작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다. 그런데 실제 나와서 작품을 해보니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여러 여건들로 미루어서. 언젠가는 꼭 하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홍범도 장군이라고 계신다. 일제시대 독립운동 하시던 분이다. 요즘 많이 좋아져서 그 분에 관해 얘기 할 수 있게 됐다. 예전 소련과 북괴의 시절에는 이런 얘기를 하면 사상 의심을 받을 정도의 인물이다. 소련이 러시아가 되면서 자료가 넘어왔다.

그분이 국제 공산주의자인데 그게 무슨 이데올로기적인 의미의 공산주의자가 아니다. 나중에 1937년 중앙아시아 이주정책 때 그곳에서 사람들과 같이 먹고살기 위해서 했던 것 뿐이다. 묘비명에도 저명한 조선출신의 국제 빨치산 이렇게 써있지 이데올로기적인 그런 공산주의자는 아니라고 본다.

역사 기록소설이라는 어떤 소설을 봤는데 홍범도 장군이 이전에 침략자들과의 싸운 이야기들이 너무나 소설 같은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이게 허구냐 아니냐 때문에 여러 자료들을 수집했다. 서울대에 계신 신용하 교수 자료하며 독립기념관에 있는 자료 이런 것을 모아서 이것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져봤다.

북한에서 하는 작품들 <꽃파는 처녀> <피바다> 같은 경우 갈등구조가 일본과 싸우는 것이다. 그래서 <의병 홍범도>를 북쪽 배우들과 남쪽 배우들이 함께 하는 공연을 한번 했으면 좋겠다. 몇 년 전부터 시도를 했는데 그게 그 당시에는 쉽게 이루어 질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요즘은 이런 이야기를 해도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이다. 남들이 들어도 '이거 택도 없는 이야기다' 라고 생각은 안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의병 홍범도>라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

또 현대판 악극을 해보고 싶다. 대개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악극들이 일제시대, 6.25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6.25 이후에 60년, 70년 내지 70년, 80년 그 당시의 이야기를 하면 귀에 익숙한 음악극이 될 것이다. 저희 극단에서 <마마미아>도 하지만 예전에 아바가 불렀던, 어렸을 때 춤추던 노래인데 그것처럼 저희 또래들 아니면 좀 밑에 세대들이 좋아하는 곡들이 많이 수록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나는 연극하는 사람이니까 훌륭한 인물들을 연극으로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장춘 박사 이야기도 그 하나의 예이다. 우범선이라고 우장춘 박사의 아버지인데 을미사변 때 명성황후를 시해하기 위해 왔던 사람 중에 한 명이다. 우장춘 박사가 조국에 죄를 갚기 위해 일본에서 한국으로 국적도 바꾸고 '씨없는 수박'을 비롯해 묵묵히 와서 일했던 사람이다. 작품이라는 게 인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니까. 그게 가공의 인물이냐 실제 인물이냐의 문제이다. 실제 인물 중 해보고 싶은 인물이 많다.

그리고 상고사, 옛날 상고사를 해보고 싶다. 한단고기에 나와있는 것들."

- <의병 홍범도>를 꼭 평양에서 공연하게 되길 기원합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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