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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바넷 미 해전 대학(naval war college) 교수는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의 자문위원이다.
토마스 바넷 미 해전 대학(naval war college) 교수는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의 자문위원이다. ⓒ 미 해전 대학
중국과 함께 외교적으로 북한정권 교체를 추진해야 한다는 이른바 '럼스펠드 메모'가 파문을 몰고 오고 있는 가운데, 도날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자문위원인 토마스 바넷 해전 대학(Naval War College) 교수가 "중국이 김정일에게 망명처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바넷 교수는 지난 4월 초 이메일을 통한 필자의 질문에 대해 "이라크 다음에는 북한이 될 것"이라며, "북한이 붕괴될 때, 미국은 중국, 일본, 남한 등과 함께 김정일 정권을 축출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내 추측으로는 중국이 김정일에게 망명처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특히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병력이 투입된다면, "그것은 대부분 남한군의 몫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초부터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정해진 수순이며, "이라크 다음에는 북한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주장을 접한 필자는 바넷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 부시 행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김정일 정권을 교체하려고 하느냐는 요지의 질문을 보낸 바 있다.

물론 바넷의 주장은 미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의 공식 방침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그는 도날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을 비롯해 펜타곤의 여러 기관에 세계화 시대의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마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어, 그의 주장이 결코 가볍게만 볼 수도 없다.

특히 필자와 이메일을 주고받은 시점이 '럼스펠드 메모'가 작성되는 시점과 거의 일치하고, 럼스펠드 메모의 요지가 군사적인 방법이 아닌 '외교적인' 방법으로 김정일 정권 축출을 '중국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어서, 내용상으로도 상당한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ADTOP3@
"이라크와 북한은 제거되어야 할 '갭'"

'코어'와 '갭' 이론을 설명하고 있는 토마스 바넷
'코어'와 '갭' 이론을 설명하고 있는 토마스 바넷 ⓒ 미 해전 대학
'세계화와 전쟁'이라는 연구주제로 명성을 쌓아온 토마스 바넷 교수는 최근 "펜타곤의 새로운 지도"라는 글을 통해 21세기 미국의 신안보전략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미국의 남성잡지인 에스콰이어 3월호에 기고한 글을 통해 그는 세계를 '코어(Core)'와 '갭(Gap)'으로 나누고 갭을 줄여나가는 것이 부시 행정부의 핵심적인 전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러한 주장은 CNN, FOX TV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제시되었다.

바넷은 우선 탈냉전 이후 세계화 시대의 세계를 '기능하고 있는 중심부(Functioning Core, 이하 코어)'와 '통합되지 않은 틈새(Non-Integrating Gap, 이하 갭)'로 분류한다.

코어 그룹에는 미국을 필두로 서구 민주주의 국가와 일본, 그리고 한국, 대만 등 아시아의 신흥 공업국, 그리고 푸틴의 러시아, 중국 등이 포함되고, 반면에 갭 그룹에는 중앙아시아·중동·아프리카·중앙 아메리카의 대다수 국가들 및 북한이 포함된다고 바넷은 분류하고 있다.

분류 기준은 한 국가가 국내의 규칙을 국제 규칙에 얼마나 조화시켜 나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 능력이 있는지의 여부에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갭으로 분류된 국가들은 국내 규칙을 국제 규칙에 맞게 조정하는 것을 거부하거나 정치적·문화적 경직성 및 만성적인 빈곤에 의해 세계화에 적응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세계화를 거부하거나 이를 수용할 능력이 없는 나라들은 갭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류법에 따라 "세계화 체제의 관리자로서의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은 첫째 9.11 테러와 같은 파괴적인 교란으로부터 코어 국가들의 면역성을 증진시키고, 둘째 테러, 마약, 전염병과 같이 갭 국가들의 최악의 수출물부터 코어 국가들을 보호하며, 셋째 갭 그룹 가운데 최악의 문제 국가들에 적극적으로 안보를 수출하는 것에 맞춰져야 한다고 바넷은 강조하고 있다.

즉, 미국의 21세기 핵심적인 전략은 미국의 지도하에 갭을 줄이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선제공격은 적용 시점이 아닌 적용 지역의 문제가 된다.

바넷이 권고한 세 가지 핵심적인 미국의 역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세 번째에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각각 다자주의와 양자주의가 핵심적인 접근법이라면 세 번째, 즉 가장 문제가 되는 갭 국가들에 안보를 수출한다는 것은 '일방주의적 접근법'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바넷은 "다른 국가들이 생각조차 할 수도 없는 방법으로 세계화 체제의 규칙을 (가장 문제가 많은 갭 국가들에게) 강제로 이식시키기 위해서 미국은 군사적으로 '거대한 바다 괴물(Leviathan)'처럼 행동할 것"이라고 비유한다.

진정한 세계화를 위해서는 그 갭을 줄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누구도 할 수 없는 역할을 미국이 해야 하며, 때에 따라서는 미국 혼자서라도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바넷이 규정한, 그리고 부시 행정부도 상당 부분 수용한 '가장 문제가 심각한 갭 국가들'은 어떤 나라이고, 또 무슨 근거가 제시되고 있을까? 바넷은 단순히 세계화의 낙오자일 뿐만 아니라, 테러리즘을 잉태하고 있는 만성적인 갈등에 시달리고 있는 국가들이 가장 큰 문제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부시 행정부의 "악의 축" 발언에서 나타났듯이 갭 국가들 가운데 대량살상무기 획득 및 확산을 시도하는 국가들은 미국의 세계전략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제거해야할 정권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의 기저에는 이들 국가들이 미국 주도의 세계화 체제에 적응할 수 없다는 가정이 깔려 있기도 하다.

미국이 21세기 가장 큰 전략적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는 중국은 관리의 대상으로 분류되었다. 즉, 중국은 정치체제에 있어서는 갭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경제체제는 코어에 가깝고, 더욱 중요하게는 중국을 코어 그룹에 편입시키는 것이 미국의 전략적 이해와 부합한다는 것이다.

가장 문제가 많은 갭 국가들, 이라크와 북한

토마스 바넷
토마스 바넷 ⓒ 미 해전 대학
부시의 이라크 침공 전부터 "2차 걸프전은 그 여부가 아니라 시점의 문제이고, 나는 이것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불가피하며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해온 바넷은, 그 이유를 후세인 정권이 세계화에서 이탈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화에 위험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미국이 세계화 시대에 전략적 안보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이라크 점령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는 "역사의 큰 획을 긋는 일이 되는 것"이라는 것이다.

즉, 미국은 이라크 점령을 통해 독재정권을 제거하고 후세인과 테러리스트 사이의 연계를 끊는 것은 '부수적인 이익'이고, 진정한 이익은 나머지 갭 국가들도 군사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략적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에 따르면 이번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은 중동에서 유일하게 코어 국가로 분류된 이스라엘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중동을 친미적 질서로 재편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주장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떠한가? 우선 바넷의 분류에 따르면 북한은 동아시아의 "유일한 갭" 국가가 된다. 바넷의 전략에 따르면, 북한 역시 이라크에 이어 가장 먼저 제거되어야 할 갭이 된다.

바넷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려고 하고, 일본인 납치 인정, 핵 합의 위반, 미사일 수출, 일본과의 정상회담 및 공동 성명 채택, 신의주 특구 지정 등 최근 행태가 종잡을 수 없다는 점에서 "미친 정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고 있다는 이유로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며, "이라크 다음에 북한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방식으로는 이라크에 적용된 것과는 달리, 김정일 정권의 망명 유도를 통해 '무혈 입성'이 제시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미국은 해·공군력만 사용하고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지상전은 남한의 몫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동아시아 전체를 미국 주도의 '코어' 질서로 재편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호주 일간지, "펜타곤, 북폭 계획 마련"

한편 최근 북한 핵 과학자 등 20여명이 서방국가로 망명했다고 보도해 국내외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는 호주의 일간지인 'The Australian'은 4월 22일자에서 미국 국방부가 북한이 사용후 연료봉을 재처리하면 영변 핵시설 폭격을 단행할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의 북 폭격설을 보도한 호주 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안>
미 국방부의 북 폭격설을 보도한 호주 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안>
호주 정부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이 기사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북한의 핵재처리 돌입시 영변 핵시설을 파괴하는 것과 함께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북한의 전방배치 군사력에도 폭격을 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신문은 "펜타곤(미 국방부)의 매파들은 정밀 타격이 전면전을 야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그 이유는 북한이 보복공격에 나서면 김정일 정권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북한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즈> 칼럼리스트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가 명명한 것처럼, 이러한 "무시무시한 계획"은 올해 초에 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그러나 호주 신문은 이러한 펜타곤의 계획을 부시 행정부가 승인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일단 행정부 차원에서는 펜타곤이 마련한 북폭 계획이나 외교적 수단을 통한 정권 교체 방안을 거부하고 국무부가 마련한 다자회담을 통한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다자회담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부시 행정부가 판단하면, 국방부가 마련한 '두 가지' 무시무시한 방안이 부상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반도는 태풍권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이제 '태풍의 눈'에 진입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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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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