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위로부터 이남희, 이대연, 안석환
위로부터 이남희, 이대연, 안석환 ⓒ 루트원 엔터테인먼트
4월 3일부터 시작되어 5월 4일까지 계속될 이번 공연에는 한국 연극계의 자산인 안석환, 이대연, 이남희가 열연한다. 그림을 두고 말싸움하는 남자 친구들의 우정을 담은 이 작품은 무대 장식미보다는 세 남자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연극 <남자충동>과 영화 <넘버3>로 세 배우 중 가장 대중적 인지도를 갖고 있는 안석환은 호불호가 분명치 않은 착한 친구 역을 맡아 경박한 웃음과 수다로 관객들의 즐거움을 책임진다.

<오구-죽음의 형식>에 출연했었던 연기파 이남희는 약간 허위의식에 젖어사는 친구 역으로 출연, 치밀한 전투적 대사를 던져 관객들 가슴을 찌른다. <날 보러와요>와 영화 < YMCA 야구단 >으로 얼굴이 익은 이대연은 직선적인 성격의 친구로 등장, 이남희와 앙숙 연기의 결정적 장면들을 선보인다.

이 같은 호연을 무기로 갖고있는 <아트>는 서로 다른 성격의 친구들이 그림 하나 때문에 어떻게 서로를 할퀴고 우정이 틀어지고 화해해 우정을 지켜나가는지를 치밀하게 펼쳐 보인다. 원작이 갖고 있는 남자 심리의 완벽한 재현성을 바탕으로 세 치의 혀로 다투는 감정 싸움, 예술작품 수용에 대한 논쟁 등이 명연기자들에 힘입어 그 맛이 제대로 살아나 있다. 그 무대 위의 싸움을 지켜보는 관객은 두뇌 운동을 통해 그것들을 흡수하고 감동한다.

세 친구의 싸움 중 작품 수용에 대한 부분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아무 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캔버스를 보고 세 친구는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는데 우리 또한 어떠한 작품을 두고 서로 다른 평가를 내린다. 때로 그 감상은 자신의 애초 생각과는 달리 뒤늦게 바뀌곤 한다.

가령 작품이 알고있던 것보다 값비싼 것이거나 유명한 작가의 작품임을 뒤늦게 알았을 때, 또 비평가의 의견에 솔깃할 때 그 작품에 대한 자신의 느낌은 처음과는 달라진다. 여기서 우리는 허위의식과 지적 콤플렉스에 빠진 솔직하지 못한 인간들도 볼 수 있고, 무지한 인간들도 보고, 아무런 느낌도 가지고 있지 않은 인간들을 보기도 한다.

세 부류의 유형은 <아트>의 세 친구 캐릭터에도 녹아있다. 그들은 그 차이 때문에 싸운다. 심지어는 감정 싸움으로 번져 절친한 친구를 인식공격까지 한다. 세 친구는 그러나 고집하던 서로의 주장을 접고 소통한다. 이는 소모적인 논쟁으로 서로가 소원해지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다. 영원한 우정을 바라기 때문이다.

흰 캔버스 일 뿐이라며 그 위에 스키 타는 사람을 그려 넣었던 친구는 결국, 그 낙서를 지우고는 그 작품이 한없이 내리는 눈 저 끝으로 스키 타는 사람이 사라지는 그림이라고 바꿔 말한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 친구가 된다.

우정을 비롯하여 인간관계는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다. <아트>는 자기 입장만 고집하는 현대 인간들에게 한번쯤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