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대표가 버스에서 우리도 의원총회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제 김원웅 대표와 원내총무 격인 내가 귓속말을 주고 받는 장면도 연출할 수 있다, 자주 보여드리겠다.”
“창당 몇 달 만에 집권당이 되더니 곧 원내 진입하고 이제 제4당이 되는 등 계속 사건을 일으키고 있다.”
유시민 의원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오고 박수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말미에 나온 “이해찬 민주당 의원과 내가 다른 당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말에는 진지한 그 무엇이 담겨진 듯 했고 박수도 여느 때와는 달랐다.
뒤이어 나온 이해찬(민주당) 의원도 “(지역구에) 경쟁당이 생기는 것이 대단히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우리 정치의) 희망적인 일이라 생각한다”며 에둘러 화답함으로써 그에 못지않은 환호를 이끌어 냈다.
이어 김원웅 개혁당 대표는 “아마존강 유역에 있는 나비 한 마리 날갯짓이 미국에 토네이도를 몰고 오는 것이 나비효과란 경제이론”이라며 개혁당은 정치권의 개혁을 불러올 것이란 자신감을 유감없이 피력했다. 또한 “민주당, 한나라당은 리모델링할 수 있는 당이 아니다”라며 최근 불거지고 있는 범개혁세력 단일정당론을 주창하고 현재 정계개편의 진원지가 바로 개혁당임을, 그리고 4.24 재보궐선거 승리를 통해 그 중심에 개혁당이 서있음을 선언하는 듯 했다.
신선함과 기대, 그러나 남는 아쉬움
지구당 창당대회나 정당 행사에 많이 다녀보지는 않았지만 이날 행사는 무엇보다 신선했다. 우선 당직자들 가슴에 달린 명찰에 이름과 함께 적힌 인터넷 아이디가 그랬다.
또한 이미 인터넷 투표를 통해 지구당 위원장을 비롯한 운영위원의 선출을 끝낸 터라 이 자리는 그야말로 선거법에 통과하기 위한 절차였고 그래서인지 오프라인 모임과도 같은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사회자의 진행은 엄숙하지 않아 작은 실수도 충분히 애교스러웠고 마이크를 잡은 사람 하나 하나 농담을 잊지 않았다. 특히 축하 공연에서 평당원과 발기인들이 나선 소박한 축하무대는 개혁당이 얼마나 젊은 당인지를 새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를 반영하듯 현재 선거법 위반으로 1심 선고에서 벌금 80만원을 받았다는 강욱천 관악(을) 지구당 위원장은 “간단한 차 한잔, 가벼운 맥주 한잔 할 수 있는 관악을 만들자”며 ‘개혁 관악’의 전망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소박함과 신선함에도 불구하고 1부 행사 뒤에 서둘러 자리를 뜨는 관악지역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의 모습에는 아쉬움과 씁쓸함을 깔리는 듯 했다. 이날 행사에 국한한다면 자칫 개혁당이 주장하는 ‘범개혁세력 단일정당 건설’에 대한 러브 콜이 민주당과 한나라당 개혁성향 의원만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까닭이다.
또한 애초에 갈 길이 다르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군소정당의 한참 선배 격이자 의연히 진보의 깃발을 들고 선전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지구당 위원장의 인사 한 마디 정도는 배치할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하기에 “여러분의 이웃”처럼 “따뜻한 관악”을 만들겠다는 지구당 위원장의 말도 “내년 총선에 승리한 뒤에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자”는 포부에 가려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분명 개혁당은 한 마리의 나비처럼 사뿐히 날아 오르고 있다. 그 날갯짓이 마냥 경쾌하고 거침없다. 하지만 변화의 바람은 토네이도와 같이 중앙정치권을 진동시킬 뿐만 아니라 지역과 생활 속에서, 사람의 마음과 마음 사이로 함께 불어야 완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개혁당이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