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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학교 부속병원
조선대학교 부속병원 ⓒ 오마이뉴스 강성관
송씨는 올해로 조선대 병원에 입원한 지 14년째다. 그는 지난 89년 3월 왼쪽 손이 저려오는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 27살 때이다.

그는 목뼈가 거위 목 모양으로 구부러지면서 척수를 압박하여 방치하면 사지마비로 진행될 수도 있다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 수술을 받았으나 수술 직 후 하반신이 모두 마비되고 말았다. 이후 재수술을 받았으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금 하반신 마비와 양손 불완전 마비상태로 간병인 없이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1급 장애인이다.

의료사고 환자에 뒤늦게 진료비 독촉

송씨는 "치료를 책임지기로 약속한 병원이 이제 와서 거리로 내몰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송씨에 의하면 당시 주치의였던 A씨와 지난 93년 2월 형사고소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3천만원에 합의하면서 이후 치료까지 책임지기로 했다는 것. 고소를 취하한 송씨는 퇴원 무렵 병원 측이 향후 치료에 대한 서면 약속을 거부해 지금까지 퇴원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송씨는 "병원에 제기한 손해배상청구가 시효 만료로 기각되자 그 뒤 퇴원을 종용해왔다"며 "그 전까지는 퇴원 얘기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대법원은 공소시효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지난 2001년 12월 최종 기각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조대병원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결과 무혐의였지만 도의적 차원에서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며 "형사건 취하조건도 없었고 치료보장에 대한 얘기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사자와 합의를 볼 때는 3천만원이 아니라 1억이 들더라도 한꺼번에 합의를 하지 몇 십년 걸릴지도 모르는 환자에 대해 평생 치료해 준다는 조건으로 합의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14년째 입원중인 송진곤씨. 하반신을 쓸 수 없어 욕창때문에 또 다른 곤욕을 치르고 있다.
14년째 입원중인 송진곤씨. 하반신을 쓸 수 없어 욕창때문에 또 다른 곤욕을 치르고 있다. ⓒ 이국언
그러나 병원 측의 주장과는 달리 이 합의는 대검찰청의 재수사 지시 뒤에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2년 12월 11일 대검찰청(담당 김기석 검사)은 고등검찰청에서 A씨 등에 대해 무혐의 처분한 것에 대한 재항고 사건에 대해 재 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합의는 병원 측의 주장처럼 도의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재수사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당시 송씨와 의료진 A씨와의 합의 내용에는 민·형사상 이의제기를 않기로 하고 그해 8월까지 퇴원하기로 했을 뿐 퇴원 이후의 진료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논란은 이 때문이다.

보호자 송진삼(38)씨는 "병원 측에서 치료를 약속해 그럴 것으로만 알았다"며 "법적인 문제를 잘 모르다보니 그렇게 도장을 찍었다"고 말한다. 그는 "치료비가 얼마가 들지 모르는데 그런(치료보장) 약속 없이 어떻게 합의를 봤겠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송씨가 무려 14년을 병원에 머물게 된 것에 대해서도 주장이 다르다. 송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약속하지 않았다면 어떤 수를 쓰더라도 쫓아냈지 지금까지 가만히 놔 뒀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병원 원무과 한 관계자는 "법원의 퇴거판결이 있었지만 집달관마저도 어떻게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요양처를 알아봐 주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정보회사에 진료비 청구를 의뢰한 것과 관련해 "진료를 더 필요로 하지 않는 상태에서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대안을 찾아보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변비환자 '대장절제' 두고 논란

조선대병원이 이번에는 진료에 대한 문제로 환자측의 반발을 사고 있다.

김태훈(31)씨는 지난해 악몽과 같은 한 해를 보냈다. 서른 한 살 그는 지난해 1월 만성변비로 조대병원에 입원한 후 그로부터 지난해에만 4차례 수술을 받는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첫 번째 수술은 지난해 2월이었다. 원인을 찾기 위한 진단 겸 대장에서 막힌 변을 밖으로 빼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별다른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다.

한동안 통원치료를 하던 그는 병이 악화되면서 4월 14일 다시 입원수속을 밟았다. 그때부터 통증과 함께 복부에 가스가 차면서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보호자 김희범(59)씨는 "병원 측에 몇 번에 걸쳐 조치를 요구했지만 주치의가 일본출장 중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복부는 팽창할 대로 팽창된 상태였다.

환자측 "늑장 조치 때문에 빚어진 일" 주장

두 번째 수술은 4월 19일에야 이뤄졌다. 주치의 B씨가 출장을 마치고 복귀한 다음날이다. 보호자 김씨는 수술을 마치고 나오는 주치의의 어두운 표정에서 이날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날 수술은 거대결장 수술이었다. 대장 전체를 잘라낸 것이다.

김씨는 이에 대해 "일본에 간 교수가 돌아오지 않으면 죽으란 말이었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른 사람한테 진료케 했던지 전원조치를 했다면 수술시기를 놓치지 않고 대장전체가 부패 돼 절제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것.

이에 대해 B 교수는 "그 상황에서는 절제할 수밖에 없다"며 "대장이 늘어난 것은 대장 기능 상실로 오랜 시간 변이 쌓여 나타난 것이지 갑자기 막힌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입원 뒤 금식 상태였고 며칠 진료가 지연됐다고 해서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는 없었다는 것.

1년 사이 네번의 수술을 거쳐야 했던 김태훈씨. 그의 복부는 온통 수술 자국이다.
1년 사이 네번의 수술을 거쳐야 했던 김태훈씨. 그의 복부는 온통 수술 자국이다. ⓒ 이국언
김씨의 수난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김씨는 이 수술 뒤 6일째인 4월 25일 이번에는 좌우 옆구리에 구멍을 뚫고 우측 하복부 쪽에 인공항문을 만드는 수술이었다. 대장을 잘라내고 접한 한 부분이 터져 복수가 가득 차 올라왔던 것이다. 이번에는 염증에 감염돼 세균이 혈액 속에 침투하는 패혈 증세까지 동반된 상태였다.

더 충격적인 일은 그로부터 1주일여 후에 벌어졌다. 속이 쓰려 복용한 알약이 지체할 시간도 없이 하복부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장 내부를 촬영한 결과 왼쪽 갈비뼈 밑 공장부위가 크게 찢겨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그 뒤 상태가 악화되면서 네 번째 수술을 하루 앞둔 9월 26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으로 응급차에 실려 옮기게 됐다. 4월부터 금식상태에 있었던 김씨가 영양제로만 버텨온 지 6개월째였다. 이 무렵 김씨는 기력이 쇠할 대로 쇠한 상태에서 간혹 헛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보호자 측이 조대병원에 불신을 갖는 것은 서울에서의 진단결과와의 차이 때문이다. 진단결과 패혈증에 망상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되고 있는 상태로 절대적으로 위험한 상황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수술이 문제가 아니라 패혈증과 곰팡이 균을 치료하는 것이 더 급하다는 설명이었다. 수술은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왜 대장을 잘라냈는지에 대해 오히려 보호자한테 묻고 있었다.

병원측 "수술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주장

보호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만약 그대로 수술이 이뤄졌다면 끔찍한 상황이 발생했던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어머니 구춘자씨는 "그런 지경에 이른 환자를 두고 어떻게 수술을 하자고 했는지 알 수 없다"며 "아들이 실험용이냐"고 거친 말들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조대병원 B 교수는 "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호전되지 않아 더 이상 버티기도 곤란했다"며 "수술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는 "수술을 준비하자고 한 것이지 그대로 꼭 하자는 것은 아니었다"며 "환자의 상태를 최종 점검해보고 그때 상황에 따라 수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씨는 지난해 11월 서로 엉겨 붙은 장을 다시 분리하는 네 번째 수술을 마쳤다. 그리고 오는 6월로 예정된 수술에서 장이 원래의 직장과 연결될 수 있기를 한 가닥 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거듭된 수술로 얼마 남아있지 않은 장이 기대하는 것과 같이 연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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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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