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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참여마당은 높아진 국민들의 참여 열기를 국정운영에 반영하기 위해 새롭게 마련한 온라인 토론 공간으로 "참여정부는 주요 현안 및 쟁점 등을 국민토론에 붙이고 합리적인 결론을 유도하여 정책에 반영할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토론 중인 중요 안건은 1. 신용카드관련 문제해결과 건전한 신용카드 사용문화 정착을 위한 토론 2. 카파라치를 다시 허용하면? 3. 학교급식 무엇이 문제인가? 4. 장애인 편의증진을 위한 아이디어를 찾습니다. 5. 건강보험데이터 활용 방안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모아 주십시오 6. 입양제도 개선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모아주십시오. 7. 고속도로 과속방지 방법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모아주십시오. 8. 교통위반 벌점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모아주십시오. 9. 국민참여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이 진행되고 있다.

▲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참여마당 주체토론 "장애인 편의증진을 위한 아이디어를 찾습니다."
ⓒ 이철용
장애인과 관련한 "장애인 편의증진을 위한 아이디어를 찾습니다"도 지난 4월 16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시작된 국민제안 토론으로 장애인의 이동권과 관련한 문제제기가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민의 참여를 통해 토론하고 그것을 정책에 반영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편의증진 관련 제안은 국민과 장애인 당사자의 활발한 참여로 18일간 진행되었다. 많은 장애인들은 청와대가 장애인과 관련한 문제를 직접 주도하는 것에 대해 큰 기대를 가졌다.

편의증진 공모 무색케 하는 관계부처의 답변

그러나 5월 3일 관련 제안에 대한 관련부처인 보건복지부, 건설교통부, 교육인적자원부가 밝힌 제안에 대한 답변과 청와대 국민참여수석실의 종합의견은 장애인이 그간 끊임없이 요구한 내용들과는 거리가 커서 제안 공모를 진행한 의의를 무색케 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참여수석실은 "장애인 편의증진을 위한 아이디어를 찾습니다" 토론을 진행하며 "우리 모두 외형적으로든 내면적으로든 특정한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단지 장애의 정도와 유형이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봅니다. 국민참여수석실에서는 장애인의 편의증진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집하면서 무심코 이루어지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하였습니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취지에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답변은 전혀 이러한 취지를 담지 못하고 있다.

국민참여수석실은 종합토론 정리문에서 "장애와 관련된 국가정책은 보건복지부를 비롯하여, 건설교통부, 교육인적자원부,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 모든 부처에서 함께 추진하여야 할 사안들이 많습니다. 때로는 예산의 문제로, 때로는 부처간 협의의 문제로, 그리고 때로는 형평성의 문제로 만족할만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아 답답하신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제안에 참여해 주신 분들의 정성과 관심 속에서 장애로 인한 차별의 해소를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을 말씀드립니다."라며 "우선적으로 실현 가능한 제안들부터 현실화시키도록 꾸준히 협의해 가겠습니다"라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각 부처의 답변내용은 이번 제안이 있기 이전의 내용을 반복하거나 합리화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청와대의 개선 방안과 새로운 정책제시를 갖고 마련한 국민제안을 관련 부처들은 기존 부처의 입장을 밝히거나 부처의 입장을 합리화시키는 내용 외에는 다른 특별한 대안과 정책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 정책 반복, 도로공사 부실 원인 장애인께 떠넘기기도

보건복지부의 경우 이미 발표한 장애범주 확대에 대해 현행 지체, 뇌병변, 시각, 청각, 언어, 정신지체, 발달, 정신, 신장, 심장 10개 장애유형을 오는 7월부터 간, 간질, 호흡기, 장루 및 안면장애 등 5개 장애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장애인 표지 개선,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 장애인 이동권 등에 관한 입장을 밝혔지만 어는 것 하나 새롭게 이번에 요구한 제안을 수렴하거나 정책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발표문을 반복했다.

건설교통부는 도로공사의 통행료감면카드와 장애인복지카드를 단일화하자는 의견에 대한 답변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답변과 함께 도로공사가 장애인들로 인해 큰 손실('02년 217억원)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마치 도로공사의 재정 악화가 경영의 부실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할인해 주다 보니 부실이 발생했다는 식의 오해를 살 수 있는 발표를 통해 자신들의 부실화를 합리화하려는 의도까지 드러내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특수교육기관 증설 등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내용이 없이 막연히 "확대할 계획이다" 라고 밝히고 있다. 특수교육 대상자에 관하여도 "확대 등을 계획하고 있다"라고 추정적이고 원론적인 부분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담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 토론방을 폐쇄하시지요?"

이렇듯 이번에 진행된 청와대 국민참여수석실의 "장애인 편의증진을 위한 아이디어를 찾습니다." 공모는 청와대와 관련부처의 손발이 맞지 않는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청와대와 관련 부처의 안일한 대응에 대해 한 제안자(이태희, rheeth486)는 새로운 제안을 통해 속히 토론방을 폐쇄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제목 "이 토론방을 폐쇄하시지요?"

본인은 이 방에 개선이 되기를 바라는 작으마한,
나름대로의 소망을 가지고 글을 올린 사람입니다.
( 5 번글: 한국도로공사관련 복지카드와 할인카드 통합의 건)
...

세밀하고 꼼꼼하게 검토를 하겠다는 청와대의 변죽은 립싱크로 홍보용으로 합니까?
아직도 자유당식 발언을 합니까? (새로 만드실 당은 "자유당"으로 하시지요?)
건교부는 한국도로공사와 같은 전형적인 나으리들의 집합체이지 않나요?
자신들이 저지른 것들을 개선하라니. 그때에 계셨던 많은 분들이 불명예가 될까봐,
두려워서 버티기 일변도(앵무새)로 나갈것은 뻔한 현실일진대...

이곳이 청와대 토론방이 맞는가요??
이는 차라리 "건교부에 가서 글을 다시 올리시지요?"
하는 것보다 더 한 국민을 상대로 우롱하는 처사라 아니 할수 가 없다.
...

참!
또 이글을 건교부나 행자부, 비서실 등으로 이관시켜서
지 멋대로 답변토록 배려를(?) 해 주신다면 제 추측이 맞겠구면요?


시민단체들 또 한번의 사이버 쇼인가?

이렇듯 참여정부의 국민제안을 통한 정책입안을 목적으로 하는 "장애인 편의증진을 위한 아이디어를 찾습니다"는 장애인의 기대, 요구와는 다르게 변죽만 울린 정책중의 하나가 되었다.

이번 아이디어 공모에 대하여 장애인이동권연대의 박경석 공동대표는 "다시 한 번 참여복지를 주창하는 노무현 정부의 허구가 드러난 사건으로 실질적으로 장애인의 요구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사이버 쇼를 한 번 치른 헤프닝이었다"라고 평가하며 "정권이 바뀌어도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없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의 배융호 정책실장은 이번 청와대 국민참여수석실에서 모집한 "장애인편의증진을 위한 아이디어 모집"은 "계획 자체에 대한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충분한 홍보 미비, 정부의 무성의하고 비전문적인 답변으로 그 빛이 퇴색되었다"라고 했다.

"국민들이 홈페이지에 올린 아이디어들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것들인 반면, 정부의 답변은 기존에 이미 시행되고 있는 것이거나, 혹은 이미 계획되어 있던 부분들을 반복해서 발표한 것에 불과했다"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정부의 무책임과 무성의한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장애인당사자 및 단체들이 참여한 '장애인접근권확보위원회' 등이 구성되고, 정부에 장애인의 접근권만을 담당하는 부서가 설치되어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 나가는 길뿐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청와대 국민참여수석실에서 실시한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 편의증진을 위한 아이디어를 찾습니다"는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변죽만 울리는 요란한 일회성 행사에 지나지 않았다. 바라기는 국민참여수석실에서 밝힌데로 관련부처들과 논의과정을 거쳐 부처의 답변 이상의 새로운 대안들이 다시 제시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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