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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어린이날'을 맞은 용연이(13세)네 집은 다른 집처럼 요란스럽지 않다. 중간고사를 준비하는 형연이(중2) 때문이기도 하지만 용연이네 가족은 다른 집들처럼 나들이를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이렇듯 좋은 날 반지하 전셋집에서 온 가족이 남들과 다른 하루를 보낸다.

ⓒ 이철용
용연이는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중인 정신지체 장애아동이다. 5살부터 부모는 용연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른 점을 발견하고 검진을 받았는데 정신지체라는 판정을 받았다. 여러 곳을 다니며 용연이를 치료하려고 노력했지만 마음처럼 되질 않았다.

현재 용연이는 장애인 특수학교 유치부와 초등부 1학년을 마치고 면목동에 위치한 면일초등학교 6학년 특수학급에 다니고 있다. 하루중 2교시는 특수학급의 수업을 나머지 시간은 일반 학급에서 수업을 한다.

미술수업이 있는 날이면 엄마의 마음은 더 아프다. 준비물들을 모두 챙겨서 보내지만 방과후 돌아온 용연이의 가방에는 펼쳐보지도 않은 준비물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정신지체 아동의 부모는 일년 내내 고통의 날들입니다"

요즘 용연이 어머니 이정심(43세)씨는 24시간 걱정 근심 속에서 살아간다. 대부분의 장애아동을 둔 엄마는 용연이 엄마와 같은 마음이라고 한다. 특히 정신지체 아동의 부모들은 하루 하루 사는 것이 고통의 연속이다.

학령기 정신지체 아동의 엄마들은 매년 2,3월을 지옥과 같이 지낸다고 한다. "새로운 담임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혹시 장애아동들을 잘 이해하고 돌볼 수 있는지" 일년 내내 정신지체 자녀에 대한 걱정은 끊이질 않는다.

선생님들이 조금만 관심을 갖고 살펴주면 나아진 생활을 할 수 있는데 그것을 선생님께 요구할 수 도 없는 입장에서 정신지체아동의 부모들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한 해를 지낸다.

▲ 용연이의 어머니 이정심 씨는 아들만 생각하면 설움이 복받친다.
ⓒ 이철용
용연이 엄마는 이러한 마음 고생이 벌써 10여년 째다. 그러나 요즘은 더욱 고통스럽다. "내년이면 중학교에 가야 하는데 지역의 중학교에는 장애아동을 위한 특수학급이 없다." 답답한 마음에 청와대 홈페이지에 동부교육청에 전화도 해보지만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예산문제로 현재로선 힘듭니다." "주변의 중학교에 찾아가셔서 교장선생님께 말씀해 보시죠."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초등학교의 학생들이 용연이와 함께 잘 어울려 놀아주는 것이다. 용연이도 산만하기는 하지만 붙임성이 있어서 친구들과 잘 지낸다. 그러나 이러한 친구관계가 과연 중학교에서도 이어질까 하는 것은 또 다른 고민이다.

정부의 예산타령, 이제 그만하시죠 "돈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 아닙니까?"

중소 제조업을 하는 아버지의 수입으론 아이들을 감당하기 벅차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엄마가 맞벌이를 하며 지낼 수도 없는 실정이다.

항상 용연이를 그림자처럼 지켜보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이질지 모르기 때문에 아버지의 수입으로 교육과 재활치료 등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형편인데 지금은 학교가 가까워 용연이 혼자 등하교를 하지만 인근 중학교에 특수학급이 생기지 않으면 등하교를 엄마가 항상 붙어 다녀야 할 형편이다.

▲ 천진난만한 용연이
ⓒ 이철용
용연이의 가족은 한 번도 영화관에 가본 적이 없다. 가만히 앉아서 영화를 볼 수 없는 용연이 때문에 불안해서 그런 것을 포기하고 산 지 오래다.

외출을 하려고 해도 엄마는 걱정이다. 용연이가 부산하다 보니 버스를 타건 지하철을 타건 가만히 있질 못한다. 박수를 치고 소리를 내거나 혼자 웃는 행동들이 심하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이런 장애아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지하철에서 용연이 때문에 말다툼을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제는 지하철은 절대로 타지 않는다. 사람들은 장애아동을 이해하기 보다 부모가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했다고 타박을 하는 것이 더욱 용연이 엄마를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박물관에 갔다가 시끄럽다고 쫓겨나기까지 했다. 이젠 함께 어딜 나간다는 것이 엄두가 나질 않는다. 장애아동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다.

지하철, 박물관에서 쫓겨나기도

내년에는 용연이를 중학교에 보내야 하는데 걱정이다. 참여정부, 참여복지라고 하는 현정부에 들어와도 장애아동에 대한 문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 같다. 교육권이 장애아동에게는 그림의 떡인 것이다.

국민 소득 1만불, 선진국의 문턱에 있다는 우리나라의 장애인은 50%가 넘는 사람들이 초등학교를 다녀보지 못했다고 한다. 이러한 수치스러운 통계 앞에서 교육당국은 무슨 변명을 할 것인가? 그것은 과거의 통계일 뿐이라고.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신지체 장애아동은 지금도 공부할 학교가 없어서 온 가족이 일년 365일을 고통 속에 지내고 있다.

내년 3월 용연이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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