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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문을 마친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7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미국 방문을 마친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7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화갑 민주당 전 대표는 7일 신당 추진 논의와 관련 "나는 민주당을 끝까지 지킬 것"이라며 발전적 해체를 주장하고 있는 신주류쪽 입장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기회가 된다면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내 의견을 전달하고 조언을 듣기를 기대한다"며 신당 문제로 대통령과 만나고 싶다는 뜻을 피력하기도 했다.

8박9일간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이날 돌아온 한 전 대표는 귀국 직후 인천국제공항 귀빈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리 당은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 창조적이고 발전적인 모든 노력을 다 해야 할 것이다. 다만 정대철 대표와 지도부를 중심으로 사심을 버리고, 인내를 가지고 고민하며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신당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몇 일이 걸리더라도 많은 분들을 만나 생각을 정리하겠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한 전 대표는 이어 신구주류간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는 현재의 민주당을 "주체성과 질서, 방향감각이 예측 불허인 상태"라고 진단하고 "개인의 욕심을 버리고 당을 살리고 여당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한국정치에 기여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또 "민주당은 군사독재와 유신독재,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사람이 모인 정당"이라며 "우리는 민주당 투쟁에 무임승차한 사람도 당원이면 다 포용해서 함께 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정당이 바뀌면 어떻게 제도적으로 정통성이 뿌리를 내리겠냐"고 반문하면서 "우리당은 야당에서 여당이 된 유일한 정당 아닌가. 여당에서 정권재창출을 이룩한 정당 아닌가"라며 민주당의 법통 계승을 여러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한 전 대표는 최근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를 일본에서 만나 내각제 개헌문제를 논의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낭설"이라고 일축하고 "지난 3월 3일 김 명예총재로부터 식사나 하자는 연락이 왔으나 잡음이 생길 것 같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발언이 끝나자마자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 숨기면서 하지 않고 당당히 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전통 민주당 지지자들의 박수소리의 함의는?
[현장] 한화갑 전 대표 귀국 안팎

7일 오후 5시30분 인천공항 국제선 출구 E 게이트 주변은 한화갑 전 대표를 마중 나온 당직자 및 당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대략 80∼90명이 출구 한 켠을 에워싸고 한 전 대표의 귀국을 기다릴 정도였다. 하지만 대다수가 나이가 지긋한 전통 민주당 지지자들이었다. 또한 출구 정면에는 '민주 정통 계승하여 개혁·통합 계승하자'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든 당원들도 있었다.

오후 5시45분께 한 전 대표가 정철기, 박병윤, 조한천 의원과 김태랑 최고위원, 이평수 수석부대변인, 장전형 부대변인 등과 함께 출구를 빠져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당원들과 당직자들은 '한화갑'을 외치기 시작했다. 한 전 대표는 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3층 귀빈실로 향했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당원들과 일부 당직자들의 위기의식도 엿볼 수 있었다. 신주류측의 민주당 발전적 해체 주장 때문이다. 이들은 한 전 대표가 "민주당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말과 "어떤 정당이 나온다더라도 정체성과 정통성에서 우리 당만큼 뚜렷한 정당은 없다"는 발언이 끝난 뒤 박수를 터뜨렸다.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에도 그러했다. '역시 한화갑 대표구나', '민주당이 해체되지 않겠구나'를 의미하는 안도의 박수소리였다. 신주류 측을 방어할 수 있는 유일한 당내 인사가 한화갑 전 대표밖에는 없다는 기대감도 함께 녹아있는 듯 보였다. / 이성규 기자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는 7일 오후 인천공항 귀빈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당과 관련 '앞으로 당당히 할 말은 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는 7일 오후 인천공항 귀빈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당과 관련 '앞으로 당당히 할 말은 하겠다'라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다음은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의 발언 전문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번에 미국에 간 것은 5월 1일 우리나라 한국언론재단과 국정홍보처, 존스홉킨스 대학의 공동 주최로 남북관계와 한국정치에 대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거기서 한국의 정치개혁에 대해 게스트 스피커(Guest Speaker)로 초청돼 갔다.

미국에 가서 두 가지 일을 더 추가했다. 첫째는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미국 국회에서 노 대통령을 환영하는데 차질이 없도록 US-ASIA NETWORK 콜라드 번즈 상원의원을 만나 부탁했다. US-ASIA NETWORK 공동의장 자격으로 미국 국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환영하는 행사를 번즈 상원 의원이 주관할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 국회의 모든 지도자들이 노 대통령을 환영하는 자리가 마련된다는 확답을 듣고 왔다.

둘째, 플로리다 주에 네이플이라는 도시가 있는데 10년 사이에 인구가 7만5000명에서 75만명으로 늘었다. 그런 모델 케이스를 둘러보면서 내 선거구인 무안·신안 지역개발에 보탬이 되도록 자료를 수집하러 갔다. 이 세 가지 일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내문제에 있어서는 내가 국내에 오랫동안 없었으므로 앞으로 많은 분들의 조언을 들어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기회가 있는 대로 여러분에 말씀을 드릴 수 있는 준비를 하겠다.

우리 당은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 창조적이고 발전적인 모든 노력을 다 해야 할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당의 여러 면모도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다만 정대철 대표와 지도부를 중심으로 사심을 버리고 어느 것이 당을 살리는 것이냐는 차원에서 인내를 가지고 고민하면서 좋은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분명히 말씀드린다. 민주당을 끝까지 지킬 것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과정에서도 설사 단일화가 안 되고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그대로 우리 당 후보가 된다면 그래도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나는 노 후보를 밀겠다, 그리고 끝까지 당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심지어 노 후보가 선거 결과에 따라 나를 팽하더라도 우리당의 대통령 후보로서 밀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말을 분명히 했다. 증인이 많다. 마찬가지고 민주당에 대해서 애착을 가지고 있다.

민주당은 군사독재와 유신독재,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사람이 모인 정당이다. 우리는 민주당 투쟁에 무임 승차한 사람도 당원이면 다 포용해서 함께 가야 할 것이다. 여당으로서 모든 책임과 의무를 다하면서 국민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지금 우리당의 입장은 주체성과 질서, 방향감각이 예측 불허 상태인 것 같다. 앞으로 이러한 것을 하나 하나씩 정리해서 국민에게 보여줘야 여당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고 생각한다.

세번째 우리 당은 민주화 정통세력이 집결한 정당일 뿐 아니라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으로 남북문제 해결, 통일기반 조성, 한반도 평화 문제에 있어서 실천하고 앞장선 사람이 모여있는 정당이다. 어떤 정당이 나온다더라도 정체성과 정통성에서 우리 당만큼 뚜렷한 정당은 없다.(박수)

그리고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정당이 바뀌면 어떻게 제도적으로 정통성이 뿌리를 내리겠나. 야당에서 여당이 된 유일한 정당 아닌가. 여당에서 정권재창출을 이룩한 정당 아닌가. 이 이상 더 자랑할 것이 어디 있나. 이러한 전통을 그대로 지니고 국민 속에 뿌리내리는 정당이 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것은 몇 일 더 걸려도 재촉할 것도 서두를 것도 없다. 많은 분들을 만나 고견을 듣고 생각을 정리할 것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내 의견을 얘기하고 조언듣기를 기대한다. 정치에 있어서 국민을 안심시키고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데 모든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내가 이번에 미국에 가보니까 220만 교포들이 국내문제를 굉장히 걱정하고 있었다. 이러한 걱정을 우리는 덜어줘야 한다. 여당은 여당대로 당내 대립과 반목 때문에 제 구실을 못하고 있고, 당정 협조가 제대로 안되고 있고 여야간 타협이나 협상은 기대하기 어렵게 돼 있고 청와대와 야당 사이에서도 정치는 존재하지 않고 대립만 존재하고 있다.

우리가 언제까지 이대로 끌고가야 하나. 하나둘씩 매듭을 지어 가는 과정이 좋은 정치이다. 모든 당원들이 개인의 욕심을 버리고 당을 살리고 여당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한국정치에 기여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앞으로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많은 분을 만날 것이다. 좋은 조언을 해 주시고 훌륭한 대안을 만들어 달라.(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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