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학창시절 정확히는 중고교 시절 이상이니 포부니 그런 말들을 사랑했었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말과는 멀어지는 것 같아서 슬플 때가 많다. 노력하지 않으면서 좋은 결과만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 할 길이 없을 듯하다.

나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성과 감성 중에 유독 감성에 치우쳐 있음을 발견 할 수 있는데, 언제부터인가 나는 이것이 부담스러워 졌다. 나는 이성적인 사람이 되기를 오래전부터 갈망해왔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 은 내가 너무 닮고 싶은 사람의 모델이다. 감정에 치우쳐 일을 그르치는 부류가 되기를 원치 않았다. 비가 오는 날이어서 햇살이 너무 좋아서 그저 눈물이 나는 그런 감성을 떨쳐버리고 싶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동물적인 성장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성숙이 함께 이루어질 때 참다운 의미를 지니는 것이며, 인간적 성숙은 성찰을 요구하는데, 사회적 동물인 인간으로서 성숙하려면 그가 속한 사회에 대한 비판적 안목을 갖기 위해 학습해야 하며, 또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할 것인가에 대해,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생활태도를 가질 것인가에 대하여 끝없이 성찰해야 한다고 어떤 책은 말하고 있었다. 동물적인 성장으로 볼 때 내가 어른이 된 것은 벌써 오래 전의 일이다. 그러나, 인간적 성숙을 위해 기울인 노력은 얼마나 되는지 회의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성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 열망은 고등학교 때부터 나타났던 것 같다. 2학년이 되기 전 문과나 이과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했는데, 나는 이과를 택했다. 수학을 잘한다거나 과학에 깊은 관심이 있었던 것은 물론 아니었다. 그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 부류의 학문을 좀더 듣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면, 좀 더 이성적인 사람이 될 것만 같아서...

그러나 이성적인 사람이 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는 이성적인 사람이 감성적인 사람이 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차라리 이성적인 사람의 부류에 속해서 감성적이 되고 싶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감성에 치우친 사람, 이성에 치우친 사람 도대체 이것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자라나는 환경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겠지. 그 외에 다른 경우의 수는 알지 못하겠다.

요즘 내가 이성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일은 토론과 토의, 특히 정치와 경제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일이다. 목요일과 일요일마다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토론 프로그램을 열심히 시청하고 있다. 나는 개인적인 발전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정치니 경제니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별로 관심이 없는 학생이었다. 내 앞가림도 하기 힘든 형편에 그런 것에까지 관심을 둘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이내 깨닫게 되었다. 나는 누구인가?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니었던가.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우리 나라의 일에 무관심하다면, 우리 나라의 일에 관심을 가질 사람은 누구인가? 프랑스 국민인가? 미국 국민인가? 우리나라 정치인이어야 하는가? 그것은 우리나라 국민 모두의 몫이다. 나라의 일에 조금의 관심도 기울이지 않으면서, 우리나라 정치 수준이 낮다느니, 경제가 왜 이 모양이냐고 탓하면 안된다. 아니 탓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적어도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기 전에 왜 문제가 그렇게 심각해질 수 밖에 없었는지 원인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대안을 생각해 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이 되고 싶은 열망은 없다. 우리 사회가 더 인간답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이 되기를 열망하는 나는 이 사회의 구성원인 것이다. 냉철한 이성을 지닌 사람이 되어 사회 현상을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관찰하고, 잘못된 것은 왜 잘못되었는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책과 영화, 음악을 좋아합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