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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 제출된 급식 불희망 신청서
유치원에 제출된 급식 불희망 신청서 ⓒ 정홍철
충북 제천시 H초등학교 병설유치원 C(6)양은 지난 4월 가정통신문을 통해 ‘5-12월 급식희망조사서’를 학부모에게 전달하였고‘급식불희망’에 체크된 조사서를 유치원에 제출하였다.

C양의 어머니는"가정통신문이 아니라 설문지로 이해했었다"며 “개별적인 급식여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급식여부를 묻는 줄 알았고‘급식불희망’의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 후에 그 결과에 대해서 선생님에게 연락이 올 것이라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무런 말도 없었다”라고 했다.

5월 1일(목) C양은 급식을 하지 않고 오후 1시경 귀가하여 울고 있었다. C양의 어머니 평소 C양을 직접 데리고 등원·귀가 시켰으나 이날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 집 앞에서 울고 있는 C양을 보게 되었다.

어머니는 K(40) 교사와의 전화통화에서 불찰이었음을 인정하지만 귀가 시간을 미리 알려주지 않은 점과 다시 한번‘급식불희망’에 대한 확인의 전화가 없었던 점을 지적하며 "급식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교사는 행정절차를 밟아 급식이 실시 되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

2일(금) 오전10시 유치원에서는 분기별로 열리는 생일잔치가 열렸고, C양도 이 달에 생일이 들어 선물을 받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 주위의 설명이다.

교감은 K교사와 주임교사에게 다음부터 행정적인 절차를 밟아 급식을 실시하라고 지시하였다.

K교사는 행정적인 절차가 준비되지 않아 2일은 불가능하고 연휴가 끝나는 6일(화)부터 급식을 하겠다고 이해를 구하며, "오늘은 12시 40분에 귀가시킨다"는 사실을 학부모와 약속하고 아이에게도 설명을 한 후 귀가 지도하였다. 어머니는 귀가 시간에 맞춰 직접 C양을 데리고 갔다.

이어 5월 3일(토) C양은 유치원에 등원하지 않았다. K교사는 오후에 C학부모와 면담 약속이 있었으나 전화로 면담을 미루면서 위압적인 고성으로 교사의 이름을 묻기에 교사는"씨앗반 선생님을 바꿔달라면 통화 가능하다"고 말하며 “당시 위압감을 느껴 이름을 알려 드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C학부모는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

K교사는 C양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서로 사과의 이야기를 나누고 6일 화요일에 C양을 보내기로 약속했다.

5월 6일 C양은 유치원에 등원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두 학부모는 매우 화난 표정으로 ‘(급식하지 않은 첫날)교사가 귀가 시간을 미리 알려주지 못한 점, 다시 한번 급식에 대해서 전화를 주지 못한 점’을 들며 항의하기에 이르렀고 K교사는 “한마디 말도 못하게 하고 사과를 하여도 받아들이지 않고 책상을 치며 고압적인 질타에 하였다”고 위협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C학부모는"당신 같은 성격 이상자에게는 아이를 보낼 수 없다"며 "응당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을 하고 돌아가기에 이르렀다.

C학부모 교육청 홈페이지에 항의 글 게재

급식 희망여부를 묻는 가정통신문
급식 희망여부를 묻는 가정통신문 ⓒ 정홍철
그 후 C학부모는 6일 제천시교육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학부모가 항의했다고 애를 굶겨야만 했습니까?’라는 글을 올렸으며 유관 기관에도 민원을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요지를 보면 "아이 엄마는 그때 학교급식 식중독 문제도 있고 해서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개별적으로 묻는 것이 아니라 의견을 물어서 전체적으로 급식여부를 묻는 줄 알았다"며 "그 후에 그 결과에 대해서 선생님에게 연락이 올 것이라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무런 말도 없었습니다"고 주장했다.

학부모의 의견이 게재되자 K교사를 비난하는 글이 잇따랐다.

한 학부모는 “유치원생을 둔 학부모로써 화가 난다”며 “단체생활을 처음 접하게 되는 유치원에서 조차 이런 일이 생긴다니 참 마음이 아프다. 19명 먹을 분량을 20명이 먹는다고 해서 큰 차이가 날까요?”라고 반문하며 모든 것에 우선해서 아이가 제일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K교사의 답변게재

아이의 급식문제를 놓고 많은 고심을 하던 K교사는 12일 오후 11시 20분경 제천시 교육청 게시판에 ‘씨앗반 교사의 입장’이란 답변을 올렸다. 6일만의 다소 늦은 답변이었다.

이에 대해 K교사는 “즉각적인 답변이 외려 구차한 변명으로 다소 왜곡될 소지가 있어 신중했다”고 말하며 “개인의 문제뿐 아니라 학교와 유치원교사들까지 호도 되는 것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K교사의 답변으로 학부모의 의견과 함께 교사의 입장이 발표되자 네티즌들의 판단은 점차 교사를 격려하는 글들과 함께 두 교육주체간의 원만한 사과가 있길 바라는 내용의 글들이 이어졌다.

이 사태를 줄곧 지켜본 한 시민은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할 것 같다”며 “유치원도 하나의 교육기관이며 규칙과 학칙은 있다. 그리고 첫 번째로 사회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그러한 것을 지켜야 한다는 것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서로 아이를 사랑한다면 진솔한 화해를
작은 실수를 더 큰 실수로 만들어서야

작은 실수는 인간인 이상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으나 이미 발견된 실수가 또 다른 큰 실수로 확대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식가진 학부모 입장에서야 당연히 화가 나기에 충분한 일이다. 하지만 그 화를 내기 이전에 식중독문제를 운운하며 공교육의 이미지를 실추하려 하고 항의 과정에서 의술을 배우고 있는 지성인으로서의 자세는 옳았는지 다시 한번 돌이켜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유치원입장에서의 원칙은 지켜져야 하며 하루 이틀 지연되기 이전에 선조치 후행정의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으로 남으며 지적받아 마땅하다. 이 부분은 유치원 측도 인정하고 사과를 하였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서로 격앙된 감정을 추스르고 원점으로 돌아가 진정 아이를 위한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제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두 교육주체간의 감정의 골이 깊어졌으며 예전에 함께 뛰어놀던 어린이는 영문도 모른 체 새로운 환경에 또 다시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이쯤에서 서로의 잘못을 비난하기 이전에, 자신의 잘못을 먼저 인정하고 사과하는 진솔한 화해를 나눠 친구들의 품으로 어린이를 돌려보내야 할 것이다.

바로 교육의 대상은 사회를 배워가는 어린이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 정홍철
동료 교사는 “7년 유치원교사 생활을 한 어머니와 의술을 배우고 있는 C학부모 입장에서 가정통신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여 교사만 있는 교실에서 큰소리로 책상을 치며 항의하는 모습에 어느 누가 위압감을 느끼지 않겠냐”며 교사의 입장에서도 한번쯤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있다는 한 시민은 “나름대로 각자 실수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학부모와 교사 각자의 입장에서 문제가 발생한 그날만을 생각하지 말고 아이가 즐겁게 웃으며 등원하던 그 순간을 떠올려 보고 서로 용기를 내어 화해의 악수를 청해 보라”고 중재의 의견도 이어졌다.

이러한 일이 있은 후 K교사는 아이들의 스케치북을 나눠줄 때마다 “매번 남는 하나의 스케치북을 보며 아이 생각에 가슴 아팠고 힘들다”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강압적인 태도에 너무 많은 상처를 받고 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한편, 3월 중순에 제천으로 이사와 다른 아이들보다 늦게 유치원에 들어온 C양은 처음에 적응하는데 다소 힘들었다는 점은 학부모와 교사 모두 알고 있었다.

K교사는 “어느 날 C양이 다가와 ‘선생님 제가 발레를 했었는데요...’라는 얘기를 건네며 처음 마음을 열었을 때가 가장 기뻤다”며 “다시 C양이 전처럼 아이들과 맘껏 뛰어 노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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