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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4시 경 강릉 문화의 집 강당에서 중고등학생연합 주관으로 '고교평준화 대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17일 오후 4시 경 강릉 문화의 집 강당에서 중고등학생연합 주관으로 '고교평준화 대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김경목
지난 4월부터 불거진 '고교평준화' 운동이 강릉, 원주, 춘천 등 도내 18개 시군으로 확대 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강원도 교육청(한장수 교육감)과 강원고교평준화 추진위원회(이재만 위원장)는 성숙된 대화로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혼란을 초래한 어른들을 꾸짖는 양 '중고등학생연합 강릉지부(지부장 조성혁, 이하 학연강릉지부)'가 '우리들의 목소리를 내자'는 취지로 강릉지역 고교입시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큰 관심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는 관내 50여명의 중·고등학생들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찬성, 반대 각 3인의 패널들이 열띤 공방을 펼쳤다.

17일 오후 4시 경 용강동 문화의 집 2층 강당에서 학연강릉지부 주관으로 개최된 100분간의 토론회는 사회자 이은령(18, 강여고)양의 평준화 역사 개요 설명과 더불어 "찬·반 의견을 통해 바람직한 교육제도가 무엇인지 알아보자"는 발언으로 시작됐다.

토론자들은 △평준화로 인해 '성적하향' 되지 않나? △자신에 맞는 교육이 '평준화'인가 '비평준화'인가? 등 두 가지 의제를 가지고 토론을 진행했다. 고교평준화를 반대하는 패널들은 이구동성으로 고교평준화 정책은 성적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찬성쪽 패널들은 근거 자료를 제시하며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 후 상위권 성적하향은 일부 인정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덧붙여 이은주(18, 강여고)양은 "특수반 도입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라는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교육의 본질적 기능(인성교육)에 다가가야 한다.", "대학 평준화 없는 고등학교 평준화는 의미가 없다."는 등의 주장은 교육 관계자들도 깊이 있게 받아들여야 할만큼 심도있는 논의가 오고갔다. 토론자의 뜨거운 공방에 이어진 찬반투표에서는 찬성 표가 38명, 반대 표가 12로 찬성 쪽으로 기울었다.

100분 토론의 현장으로
이셋별 군(19)이 상대 패널을 향해 "평준화 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이셋별 군(19)이 상대 패널을 향해 "평준화 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 김경목

찬성입장: 이은주(18, 강여고), 조성은(18, 문성고), 이셋별(19, 강릉고)
반대입장: 김현덕(18, 강릉고), 황동현(18, 강릉고), 최동진(19, 강릉고)


사회자 모두 발언 해주십시오.

이은주 고교평준화는 3가지 장점이 있다. (1)장기적 교육 효과 (2)지역사회 회복(위화감. 서열화 해소) (3)인성교육

황동현 반대한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색깔이 있듯이 자신의 능력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고교입학 문제도 능력에 따라 가야한다. 공부를 잘한다, 못한다의 판단은 잘못된 사회 인식이지, 학교 서열화가 나쁜 것은 아니다.

조성은 강릉은 내신평가로 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학력으로만 학생을 평가하면 다양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 소외감 느끼는 학생들 많기 때문에 본인은 고교평준화를 찬성하는 입장이다.

김현덕 평준화를 반대한다. 대학교가 평준화 되지 않는 이상 고교평준화는 힘들 것이다. 대학에 학력 차이가 있듯. 명문고 진학보다 명문대 진학하기 위해 과외를 하는 것이 아닌가.

이셋별 고교평준화는 중학교 정상화를 위해 실시돼야 한다. 비평준화 상태에서는 고교 교육이 입시 교육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는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자질을 기르는 곳이어야 한다.

사회자 패널간 질의 답변 해주십시오.

최동진 평준화는 상위권 학생들의 성적 하락을 불러온다.

이은주 서로가 서로를 도울 수 있는 관계로 가야한다. 평준화를 실시하고 있는 타지역에서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적하향은 없었다. 그러나 상위권 학생들의 성적 하락은 부인하지 않겠다. 평준화에 의해 중위권 학생들이 교욱의 중심이 된다면 상위권 학생들은 특수반을 만들어 보완하면 될 것이다.

김현덕 특수반 거론은 또 다른 서열화 아닌가.

이은주 교복에서 받는 소외감은 없어진다. 평준화 상태에서 학교 간 서열화, 위화감은 비평준화 때보다 덜할 것이다.

김현덕 전체성적이 오르고, 상위권은 내려가는 현상은 인정한다. 하지만 선진국도 그렇듯이 똑똑한 사람이 세상을 이끌어 가지 않나.

이은주 많은 중·하위권의 능력은 많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조금 차이가 있을 뿐이다.

최동진 제가 아는 선생님 말에 따르면 중학교 평준화되면 다 섞여 기준을 잡아 가르치기 힘들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 성적이 하향평준화 된다.

이은주 소수를 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비평준화 상태에서 다수의 피해자는 어떻게 보상받아야 하나.

사회자 소수의 상위권 학생들이 다수를 위한 희생을 통한 해결이 필요하다. 이제 고교 평준화로 인한 학력 저하 문제는 여기서 그만하고 '성적차이' 문제로 토론하자.

김현덕 다수의 피해라는 말은 과장이다. 중하위권 학생들도 상위권 학생들 보며 열심히 하지 않나.

토론회 이모저모

초여름 날씨만큼 후끈 달아오른 100분간의 줄다리기 토론은 시종 팽팽한 접전 속에 날카로운 질문 공세와 불꽃 튄 응수가 오갔다.

"아유, 답답해"
강릉여중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교과서를 달리하자는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나!"라며 성토한다. 또 "머리가 될 사람, 팔다리가 될 사람 따로 있다."는 주장에 "집단 이기주의, 엘리트주의"라며 흥분된 어조로 수군거리기도 한다.

양인영(18, 제일고)군은 "평준화 반대 쪽의 주장에는 근거 자료를 제시해야 설득력이 있다"고 말한다. 이날 토론회에는 어른들은 들어올 수 없었다. 아무래도 성인들이 있으면, 아이들이 원활한 토론을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아이들의 세상보기에 전교조 강릉지회장 박형운(38, 역사)씨는 "지금까지 피동적으로 움직이던 청소년들이 자신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토론회를 연 취지 자체가 평준화에 대한 바람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같은날 오후 2시에는 강릉고교평준화 추진위원회(김용배 위원장)가 옥천동 네거리에서 출범식을 갖고 한국은행까지 거리 시위를 전개하면서 강릉발전 위한 '고교평준화 실현'을 시민들에게 선전했다.

이셋별 강릉 지역은 현실상 평준화가 가능할 것이다.

김현덕 한 교실에서 알기 때문에 자고, 모르기 때문에 잔다. 이건 교육 붕괴이다.

이은주 대부분 선진국에선 평준화를 하고 있다. 교육붕괴 문제는 국가에서 책임져야 한다. 그렇게 따지면 곤란하다. 본인은 학원 다니는가?

김현덕 (웃음) 솔직히 누가 안 다니고 있나. 학원에서 그 만큼 공부하면 성적 나온다.

이은주 모의고사 성적 비교자료 제시한다. 평준화 경우 고3 222.74 →223, 비평준화 경우 228.16→222.77로 나타났다. 이렇듯 다양한 학생들이 모이면 더 도움된다.

황동현 하나의 사례로 일반화시키는 건 아닌가.

조성은 그럼 상·중·하위권 나름대로 교과서를 각각 만들어야 하나.

사회자 상위권이 중·하위권 이끌어 같이 성적 향상돼야 되지 않나. 학력문제는 여기까지 하겠다.

황동현 학교 분화는 잘못 아니다. 사람마다 똑같을 수 없다. 머리가 될 사람, 팔 다리가 될 사람 있다. 고교평준(균)화는 의미가 없다. 개인의 능력이 다 다른데, 그것을 평준화 시킨 다는 것은 말이 안되다.

이셋별 평준화 의미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황동현 찬물과 뜨거운 물을 섞는 것이 아닌가.

김현덕 교육기회 균등보다 교육수준 평등이다.

이셋별 왜 다른 지역은 평준화하는가.

최동진 어디인가.

이셋별 춘천, 안동, 강릉 등 7개 지역이다.

사회자 논점 벗어난 발언 자제해 달라. 자신에 맞는 교육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내용으로 토론에 임해 달라.

황동현 특성화 교육, 공부 잘하는 학교, 못하는 학교로 구분했을때 전체로 보면 섞이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능력에 맞는 교육도 필요하다.

이은주 토론의 논점이 벗어난 것 같다. 주제를 다시 정리해 시작하자. 성적, 인성교육은 평준화돼도 상하 나뉜다. 그러나 이것도 인성교육이다. 상하위권이 같이 공부 못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특수반 거론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상위권 성적이 떨어지는 단점은 보완할 수 있다. 중위권 중심으로 가르치면 된다. 전체 성적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

황동현 대학 평준화 없이 고등학교 평준화는 의미 없다.

이셋별 우리는 중학교 교육 정상화를 이야기 하고 있다.

최동진 대부분 수업시간에도 공부를 잘 안 하는데, 평준화된다면 누구나 고등학교 갈 수 있어 공부하지 않을 것이다. 기초 학력조차 떨어지지 않을까.

이셋별 중학교 내신 올리기 위해 프린트 내주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실실적으로 성적이 향상되는 것도 아니다.
최동진 성적 부풀리기가 있지만 그 사람이 공부하는 것은 변함 없다.

이셋별 입시제도에서 내신으로 입학한 세대는 성적이 저하되고 있다. 참석자들의 교복색깔로 우리들이 차별 받고, 그것은 부모님에게까지 이어진다.

최동진 비평준화 지역의 문제점에 동의한다.

이은주 7월에 시민투표로 결정이 된다고 한다. 이젠 현실적인 논의를 하도록 하자.
저는 원주에서 강릉여고로 입학했는데, 여기 만큼 심한 지역이 없다. 교복 색깔로 학원, 심지어 독서실에서 차별 받고 소외 받는다. 감수성에 예민한 시기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탈피할 때이다. 교육이 무엇인가? 상위권만 명문대를 보내는 교육은 지양돼야 한다.

참석자질의 찬물과 뜨거운 물을 섞으면 안 된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가?

황동현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지 말라. 난 단지 다르다는 의미로 한 말이다.

조성은 찬물과 더운물 발언 정정해 달라.

사회자 참석자들의 투표 결과 총 투표자 50명 중 찬성 38표, 반대 12표가 나왔습니다. 100분 에 가까운 시간, 토론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의 토론이 앞으로 고교입시제도 개선에 좋은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 그럼 오늘 토론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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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강원정치 대표기자, 2024년 3월 창간한 강원 최초·유일의 정치전문웹진 www.gangwoninnews.com ▲18년간(2006~2023) 뉴시스 취재·사진기자 ▲2004년 오마이뉴스 총선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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