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파로 이름난 명계남은 무대가 그리워 8년간의 광고회사생활을 청산하고 연극계로 되돌아와 연습에 땀을 흘리고 있다." (93년 6월25일, <북회귀선>/섬세한 처리… “완전히 새 무대”)
"명계남의 능글맞은 연기는 한국 최고 조연이라는 명성에 어울린다." (98년 6월8일 조연 코믹연기로 인기 끄는 <미스터 Q >)
"껄렁한 연기만 보다 오랜만에 접하는 명계남의 힘있는 연기도 좋다." (99년 6월4일 박광수감독 영화 이재수의 난; 죽음의 광기에 포위된 인간 그려)
'배우 명계남'을 호평한 90년대 조선일보 기사들이다. 그는 96년 <조선>이 후원하는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고, 99년에는 <조선>이 주최하는 대학로 축제의 사회를 보기도 했다.
그런 그가 노사모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2001년 9월 12일 '<조선> 반대 영화인 선언'을 주도했고, 같은 해 동료 영화인들에게 청룡영화상을 거부하자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작년 5월 명씨가 자사 기자의 '노사모' 기자회견 취재를 막자 <조선>은 사설까지 쓰며 그를 공격했고, 명씨 역시 더더욱 안티조선 운동에 전력을 다했다. 불과 몇 년 사이 '불구대천의 원수' 지간이 된 이들의 갈등은 어디서 배태한 것일까?
기자는 명계남에게 1997년 2월 20일자 <조선> 기사를 보여줬다. 당시 명계남의 인터뷰를 쓴 기자는 정치부(한나라당 출입)를 거쳐 지금은 경제부에서 일하고 있다.
- 예전에는 <조선>과 인터뷰도 하고 그러셨네요?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나는 <조선> 편향이었어요. 내가 그때 광고쟁이였기 때문에 <조선>의 힘을 믿고 의지했었죠."
- 기사들도 대체로 호평 일색인데...
"연기를 잘했으니 잘한다고 써주지 않았겠어요?"(웃음)
- 최근 들어 <조선>과 사이가 안 좋아진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창동 장관과 문성근, 나 이렇게 셋이 한 번 모여서 얘기한 적이 있는데, '야, 이거 우리인생 정말 웃기게 됐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그러나 <조선>에서 저를 다루는 게 나에게 무슨 영향이 있겠어요? 그냥 무시해야죠.
아전인수식 해석일 지 모르지만, <조선>에서 내 이름을 자주 올리는 것은 노무현을 공격하기 위해서지, 명계남을 공격하려는 게 아니라고 봐요."
- 노무현 시대가 가도 안티조선은 여전히 유효하지 않나요?
"노무현 시대가 가기 전에 안티조선도 마무리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오래가면 안 되는데..."
- 작년 이맘때 '조선일보 50만부 절독운동'을 공언했는데, 성과가 있었는지? <조선>의 영향력은 예전보다 떨어졌지만, 그것이 부수의 감소로 이어진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때는 <조선> 절독운동에만 매진할 수 없었죠. 그러나 좀더 매진하고 그러면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 안티조선 운동의 방향을 놓고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고 있는데...
"<조선>을 바로 잡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기는 힘들 것으로 봐요. 이렇게 말하는 것에 불쾌감을 갖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조선>을 범죄집단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맞을 수 있다고 봅니다. <조선>도 친일문제 등 자기들이 잘못하는 것은 인정해야 해요. 의도적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속으로 지향하는 바를 자기들의 표현수단을 통해 몰아가는 것은 잘못됐죠. 그런 언론은 없어져야죠."
- 제가 최근 안도현 시인이 <조선일보> 인터넷판에 연재물을 쓰는 것에 비판적인 기사를 썼습니다. 안 시인에 실망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와 같은 문제제기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조선> 인터뷰 및 기고 거부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럴 분이 아닌데, 안도현 시인이 그렇다는 것은 좀 놀랍네요. 개인적으로 만나는 일은 없지만, 그를 잘 아는 사람과 제가 잘 알기 때문에 만나서 얘기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은데... 잘못된 시각입니다.
이런 분도 있어요. 안티조선 성향의 교수가 'XXX의 축구이야기'라는 책을 냈는데, 이게 조선일보사에서 펴낸 책이예요. 그분 얘기는 '이런 것을 다뤄주는 곳이 없는데, <조선>에서는 책도 만들어주더라'는 거예요. 그런데, 이게 <조선>의 전략이거든요.
안도현 시인은 또 다르겠죠. 새로운 실험을 궁리하거나 그런 사람들은 매체를 가리지 않습니다. 도움을 받으면 굉장히 좋아하고, <조선>은 그걸 이용하는 거죠. 그래서 딜레마가 있는 거예요. 정치적인 것은 아닌데, 많이 읽히면 좋지 않나? 중요한 점을 놓치는 거죠.
결국 이용당하는 것이지만, <조선>이 워낙 돈도 많고, 원고료도 잘 주고, 거대하다보니 거기에 넘어가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