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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LP판은 1973년 부터 시작된 <뿌리깊은 나무>의 판소리 감상회 실황을 녹음한 것이었다. 나는 그 레코드 가게 주인에게 공테잎에다 녹음을 해줄 것을 부탁했다. 정작 내가 이 음반을 실제로 갖게 된 것은 대전에 이사를 온 후 였다. 방문 판매를 온 월부책 장사의 카탈로그 속에서 그 LP를 발견하자 마자 반가움에 앞 뒤 가릴 것 없이 덜컥 구입해버렸다. 그랬더니 이 한양대를 나왔다는 월부책 장사는 안 팔리는 물건을 팔았다는 흐뭇함에 겨워서 내게 술 대접까지 극진히 한 후 돌아갔다. 이 14장의 LP는 2000년 8월 <신나라>에서 23장의 CD로 출시되었다.
하루는 노동길이 운영하던 전주의 사회과학 서점 <금강서점>에서 1988년 한길사에서 나온 <끝나지 않은 노래>라는 책을 샀다. 군부독재에 저항하다 총살당한 칠레의 민중가요 가수 빅토르 하라의 일생을 그의 아내인 조안 하라가 쓴 책이었다. 맨날 눈물타령, 사랑타령 밖에 존재하지 않는 우리나라 가요계의 현실이 한심했다. 왜 우리에게는 빅토르 하라 같은 가수가 없는가. 자유와 평등의 메시지를 담은 라틴 아메리카의 '누에바 칸시온(새로운 노래)' 운동은 내게 커다란 문화적 충격을 안겨 주었다.
1981년부터 발행되기 시작한 도서출판 <뿌리 깊은 나무>의 <민중 자서전>의 11번째 책으로 1990년 말 <내 북에 앵길 소리가 없어요>가 나왔다. 소리북을 치던 명고수 김명환(1913~!989)의 생애가 그의 구술로 정리된 책이다. 김명환 고법의 창의성은 특유의 북가락, 변주 방법, 독특한 추임새 등이다. 그에게 북을 배운 도올 김용옥이 "다시는 그와 같은 명고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듯이 그의 소리북은 정말 일품이었다.
격조있는 소리를 가릴 줄 아는 안목이 있었던 그는 "아, 요새 놈들 소리해 뿌리면요, 참 내 북이라도 쳐 묵을랑께 인심 안 잃을라고 암말도 안해도, 꼭 불붙은 송아지 새끼 뛰어댕기듯 함부로 뛰어댕겨. 소리에 가 뼈다귀도 없음섬 지 소리럴 기양 견본으로 해서,시상 사람들 헌티 다 지 소릴 갈친단 말여."라고 판소리의 법도가 무너지있는 세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지금도 가야금 산조든 판소리든 간에 김명환의 북장단이 들어 있으면 그것은 무조건 내 수집 대상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