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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건강한 사람일지라도 100년 이상 장수를 누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세상을 떠난 돈많은 사람들만 보더라도 인간의 생로병사는 결코 쌓아놓은 부로 해결할 수 없는 것임을 사람들은 익히 알고 있다.
정판요 할머니는 보릿고개보다 더하게 가난했던 시대, 척박하다 못해 하루 세끼를 채우는 게 오히려 이상했던 시절에 세상에 나왔다. 정 할머니는 주민등록상 1890년 12월 생이다. 이 기록으로 본다면 나이가 111살이다. 19세기말에 태어나 20세기를 성큼 넘어온 장수노인이다.
전남 함평군 대동면에서 살다가 지금은 함평읍에 있는 양로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17살에 시집을 갔고, 여섯 남매를 두었다고 한다. 입 주위에 모자이크처럼 퍼진 세월의 주름살만 아니면 살아온 날에 비해 오히려 젊어보인다.
그러나 늙고 약해진 자신을 챙길 아들 둘은 이미 먼저 세상을 떠났다. 지난 2000년 3월부터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험한 세상과 세월의 강을 건너온 나이답지 않게 얼굴 모습은 고운 편이다.
양로원 관계자에 따르면 주민등록상 나이는 111살이지만 실제 나이는 100살을 조금 넘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신도 또렷한 편이다. 다만 귀가 잘 안들릴 뿐이다. 이곳에서도 자신이 손수 빨래를 할 정도로 건강하다.
정 할머니는 내내 “오래 살면 못써”라는 말을 되풀이 했다. 죽어야 할 나이가 찼는데도 얼른 죽지 않는 것이 세상 사람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뜻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았다. 할머니의 귀에 대고 큰소리로 다시 한번 나이를 물었다. 그는 반복해서 85살이라고 했다. 그리고 “영감은 5년 전에 죽었다”고만 했다. 이미 100세가 넘었음에도 정씨 삶의 시계는 85세에 고정돼 있는 것 같았다.
장수의 비결은 온화한 성격
먼저 세상을 떠난 영감님의 이름을 물었다. 성이 김씨라는 사실만 얼른 대답을 하지만 이름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영감과 자신이 세살차이라는 것만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기억의 한 켠에 있었던 남편의 이름조차 이제는 가물가물하지만 정씨의 얼굴 모습은 낙천적이었다.
양로원 윤상규 사무국장은 “정씨의 장수비결은 평소 온화한 성격에다가 사교성이 좋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100년이 넘도록 농촌 함평이 떠나지 않았다는 정씨는 최근 전남도가 조사한 도내 100살 이상 노인 258명 가운데 최고령자로 기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