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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지난 2일 한겨레플러스의 뉴스메일 '손석춘의 R통신'에 실린 글입니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5월30일 "보수세력, '대통령 노무현' 인정하나? 지지층 조급성·지나친 기대도 문제"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명계남 이스트필름 대표 인터뷰 기사에 대한 반론 성격의 글입니다. 다소 늦은감이 없지 않지만 <오마이뉴스>는 손석춘 한겨레 논설위원의 허락을 받아 전문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한 젊은 벗의 편지를 받고, 명계남 전 노사모 회장(현 이스트필름 대표)이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지난 편지(노 대통령에 보내는 긴급편지)에 대해 저를 비판한 사실을 알았습니다.

제 의견이 궁금하다는 당신께 다시 편지를 띄웁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명 대표는 인터뷰에서 수구세력을 비판했습니다. 저 또한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노 대통령이 실수한 게 무엇인가"라는 식의 논리는 저는 물론이거니와 그 누구도 설득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개혁민주세력'을 비판한 대목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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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세력, ' 대통령노무현 ' 인정하나? 지지층 조급성 · 지나친 기대도 문제"

먼저 인터뷰 기사를 읽지 않은 젊은 벗을 위해 명 대표가 제 편지에 대해 비판한 대목을 가감 없이 전해 드리지요.

"제가 존경하는 <한겨레> 손석춘 논설위원, 그러시면 안됩니다. 아마 자기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면 내가 앞서갔구나 하고 생각했으리라고 믿는데...(중략) '노 대통령은 변한 게 아니라 무식한 것'이라고 말한 리영희 교수님, 그 단어는 노인 입장에서 쓸 수 있다고 보고... 한국사와 언론을 보는 그 분의 통찰력과 깊이를 존중해요. 어르신 입장에서 보면 안타깝겠죠.

그러나 저는 그분이 어떤 단어를 썼다고 흥분하지 않습니다. 흥분하면 무슨 말을 못합니까? 저도 차량 접촉사고 나면 입에서 무슨 말이든 튀어나오는데..(중략) 모두가 힘을 모아야지... 개혁민주세력도 익명성으로 혼란스러운 인터넷에서 말로만 떠들고 사람이 변했다고 단어 놀음이나 해서 국민들을 호도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손석춘 위원이 대표적인 사례예요. 굉장한 영향력을 미쳐요. 저도 그분이 쓴 몇 권의 책이 굉장한 영향력을 미쳤는데, 단어를 신중하게 골라 써야 할 분은 (대통령이 아니라) 그 분이예요."


명 대표의 '정중'한 비판에 제 생각을 밝히는 게 도리라고 생각됩니다. 먼저 '경위'부터 설명 드리지요. 노 대통령이 한총련 집회와 관련해 '난동자를 엄단하라'고 지시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자로서 제가 할 일이 무엇인지 고심했습니다. 그 지시가 현실화하기 전에 바로잡고 싶었습니다. 즉각 편지를 띄운 이유입니다.(신문기자인 제가 그 방법말고 노 대통령에게 발언할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긴급편지라는 제목으로 곧바로 <인터넷 한겨레>에 올리고 퇴근한 뒤였습니다. 한 문학지가 마련한 좌담을 마친 뒤 뒤풀이를 하고 있었지요. <오마이뉴스> 정운현 편집국장으로부터 그 편지를 전재해도 되겠느냐는 전화가 왔습니다. 인터넷에 올린 모든 글은 저작권을 따지지 않는 것이 '관례'이기에 선뜻 동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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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오마이뉴스>를 보니 독자의견(리플)이 단숨에 1000여 개를 넘어섰더군요. 본의 아니게 논쟁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명 대표는 제가 개혁민주세력 가운데 "단어놀음이나 해서 국민들을 호도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라고 했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요.

저 '단어놀음'이나 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습니다. 신문사가 휴일인 지난 토요일(5월31일)에도 오전 9시 한총련 출범식에서 두시간 강연을 한 뒤 광주로 내려가 광주전남통일연대가 주최한 강연을 두시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원주로 가 저녁 늦게 강연을 했습니다. 시간이 없어 점심과 저녁을 거른 채 강연이 끝난 밤 11시에야 된장찌개 한 그릇으로 허기를 채웠습니다.

아직 공부할 게 많은 제가 지난 봄 석 달 내내 신문사 일을 마친 뒤 여기저기 강연을 다닌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한반도의 상황이 자칫 민족이 공멸할 수 있는 위기로 치닫고 있어서입니다. '남북정상회담 특검'이나 방미외교에서 드러났듯이 노 정권의 남북화해정책이 아주 중요한 시기에 민감하게 흔들리고 있는 탓입니다. 유일한 희망이 젊은 벗, 당신과 민중이기 때문입니다.

명 대표는 저를 지목해 "아마 자기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면 내가 앞서갔구나 하고 생각했으리라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유감이지만 전혀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노 대통령이 다음 날 오월항쟁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선처를 약속했음에도 그 '선처'가 일선 현장에서 왜 '효과'가 없는지 의아스러울 뿐입니다. 명 대표나 노사모가 비판할 과녁은 '개혁민주세력'이나 제가 아니라 '선처 지시'를 실행하지 않는 '공직자'들이지요. 지금 학생들 검거에 나선 경찰의 시퍼런 서슬을 보십시오.

노 대통령이 '난동자 엄단'을 지시할 때 가장 먼저 비판할 사람도 제가 아니라 명 대표나 노사모이었어야 하지 않을까요.

손석춘 한겨레 논설위원
손석춘 한겨레 논설위원
젊은 벗, 새삼스런 말이지만 사랑은 어려운 일입니다. 한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는 길이 어떤 것인가를 명 대표가 조금은 더 진지하게 성찰해주었으면 싶더군요. 남북화해정책은 물론이고 언론정책마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는 노무현 정권의 '첫 단추'를 더 늦기 전에 바로 끼워야지요.

사족이지만 명 대표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저를 비판할 게 아니라 쓴 소주 한 잔 주고받으며 의견을 나누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입니다. 젊은 벗들은 언제든 어디서든 '여유'를 지니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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