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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여중생 사망 1주기를 추모하는 촛불이 광주 금남로에서 다시 수 놓았다.
13일 여중생 사망 1주기를 추모하는 촛불이 광주 금남로에서 다시 수 놓았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김은아(16·양산중 3년)양을 비롯한 같은 반 30여명의 학생들도 이날 수업을 마치고 촛불대행진에 함께 했다. 파업중인 금호타이어 조합원들과 광주지역일반노조 조합원들도 함께 추모대회에 나섰다.

누가 억울한 죽음을 보상해 줄 것인가
효순이 미선이 추모 1주기 추모시

▲ 13일 밤 광주 금남로에서 소년소녀들이 한반도를 형상화 한 촛불에 불을 밝히고 있다.
ⓒ오마이뉴스 강성관

(전략)...

누가 국민의 억울한 죽음을 보상해 줄 것입니까
자주적이지 못한 정부
자주적이지 못한 국가

그것은 국민의 행복과 생명을 지킬수 없고
오히려 공권력의 이름으로 국민의 인권을 짓밟고
민족의 평화마저도 지킬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똑바로 보았습니다.

사랑하는 조국의 딸 효순이 미선이를 보내고
우리들은 민족자주의 문제에 대하여 두 눈을 번쩍 떴습니다

물론 저도 압니다.
평화적 방법의 추모 촛불의 소중함을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낸 새로운 문화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촛불이 많이 모여도 소용이 없습니다.
아무리 촛불이 오랫동안 꺼지지 않는다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근본적인 불평등한 소파에 대한 전면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정부와 미국은 우리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며
우리의 우렁찬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냉철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이제 그 답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모든 것은 오직 우리가 할 수 있습니다.

...(후략) / 시인 조현옥
1주기를 맞아 시민들은 여느 때 보다 촛불 추모대회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추모대회장 주변에 전시된 사진전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또 대회 준비위 측이 마련한 추모위원 모집 서명대를 찾은 시민들은 추모배지와 초를 나눠 받고 삼삼오오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추모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아침이슬'을 함께 부르며 서로 촛불을 밝히고 또 옆 사람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기도 했다. 어린아이를 안고 가족과 함께 참여한 시민들의 모습도 많았다.

경찰은 구 한국은행 사거리에서부터 도청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이날 오후 6시부터 통제했다. '자주평화촛불대행진'이 펼쳐지는 무대 앞에는 두 여중생의 영정과 함께 촛불 제단이 마련되기도 했다.

불교계를 대표해 현지스님은 "부끄러운 우리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지금도 효순이와 미선이가 죽어간 자리에는 탱크와 장갑차가 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화실천 불교연대 조현옥(39) 시인은 추모시 낭독에 이어 지나온 1년 투쟁을 되돌아보는 영상이 이어지자 이내 분위기가 숙연해 지기도 했다.

오후 8시 금남로 카톨릭센터 앞에서는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안호석 신부의 집전으로 신부와 신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미사를 개최했다. 추모행사장에는 '효순이와 미선이의 약속, 자주적이고 당당한 나라'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고, 신자들은 흰 국화 한 송이씩을 손에 쥐고 있었다.

운남동 성당의 '이아네스'라고 밝힌 한 신자는 "부모들의 심정은 두고두고 가슴에 묻을 일"이라며 "힘이 없다고 미국한테 당하고 사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미사 내내 눈시울을 붉힌 세례명이 아가다라는 한 신자(48·호남동성당)는 "강대국이라고 약한 나라에 함부로 하고 있는 미국이 교만을 떨게 하지 말라고 하느님께 기도했다"고 말했다.

추모미사를 마친 이들은 9시경 본 대열이 있는 외환은행 앞으로 이동 촛불 추모대회에 함께 참여했다.

김정길 광주전남민중연대 상임의장은 "지금 부시가 한반도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 미친짓을 누가 끌어내려야 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외교를 거론하며 "우리는 국민의 생명과 민족의 자주권을 지키는 당당한 대통령을 원한다"며 "효순이 미선이의 촛불은 한반도를 넘어 세계평화를 지키는 거룩한 촛불로 타오르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추모행사를 마친 이들은 '아리랑'을 함께 부르며 전남도청을 경유해 밀리오레 앞과 금남로로 이어지는 촛불 거리행진을 끝으로 이날의 추모행사를 마쳤다.

효순이 미선이와 함께 한 중학생들

▲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하고 있는 양산중학교 3학년 학생들
ⓒ오마이뉴스 이국언
양산중학교 3학년 4반 30여명의 학생들은 2주전부터 추모대회에 참석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추모대회가 시작되기 전 광주우체국 앞에서 대학생들과 함께 자리를 같이하며 시민들을 향해 추모대회 참석을 촉구하는 선전을 펼치기도 했다.

한세미(16·양산중)양은 "사람을 죽이고도 하나도 죄의식이 없는 미국의 행위가 부당해 참석하게 됐다"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은아(16·양산중)양은 "지역은 다르지만 같은 나이로서 효순이 미선이의 죽음이 너무 안타깝다"며 "국익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미국 앞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12월 촛불시위에 같은 반 선배들이 단체로 참여한 것을 이어받기 위해 나왔다"며 자부심을 표했다.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참여했다는 각화중학교 박미향(16)양은 "효순이 미선이가 나쁜 사람들 없는데서 편히 살았으면 좋겠다"며 "한 명이라도 촛불을 더 밝히면 힘이 될 것 같아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신아름(16)양은 "한국에서 잘 못 해 놓고 왜 자기들 나라 법을 적용하느냐"며 "부시한테 곧 당당한 나라를 만들어 미국에 싸우겠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외에 신은정 교사와 함께 추모행사를 함께한 전대사대부속중학교 학생 6명은 자유발언을 통해 미국을 규탄하기도 했다. / 이국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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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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