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선이·효순이를 잊지 않았다.
추모 대회에 8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참석한 김지혜(푸른학교 교사) 선생님은 결연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아이들이 오고 싶어했고, 이 나라의 주역인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참석하게 되었다. 바로 오늘은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촛불의 힘으로 아이들에게 우리 나라 주권을 찾아주었으면 좋겠다."
6월 13일은 미선이·효순이가 억울하게 하늘 나라로 떠난 지 1년째 되는 날이며 그들의 죽음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우리가 촛불을 든 지 200일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과 국민들의 눈물 섞인 목소리들이 무색할 정도로 현실은 아무 것도 바뀐 것이 없다.
제 2의 미선이·효순이
작년 12월 20일, 살인 미군은 무죄 판결을 받았으며, 소파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군 측은 "훈련이 있는 날은 주민들에게 알리겠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하였다.
194일째 촛불행사인 6월 7일에는 전연옥씨가 구속되었다. 혐의 근거는 신문 뭉치로 경찰 헬멧을 때린 것이며, 4월에 사면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집행 유예라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받았다. 연행되는 과정에서 전연옥씨는 눈을 가격당하여 전치 2주의 타박상을 입었다.
6월 12일에는 미선이·효순이가 억울하게 죽어야만 했던 경기도 양주에서 29세 청년이 미군차량에 받쳐 즉사했다. 이에 대해 미군이 그 어떤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아무런 죄 없는 목숨이 불타오르는 지금, 우리는 약소국이라는 이유만으로 미국에게 인권과 생명을 유린당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미국의 사과와 소파개정, 살인 미군 처벌, 평화 정착이 되는 그 날까지 촛불을 끄지 않을 것이다.
촛불의 힘, 당당한 내 나라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일동 묵상을 하며 추모대회는 시작되었다. 성남시 합창단의 <아침 이슬>, 양주 청소년 연화단 <버들소리>의 풍물패, 안치환과 자유의 추모공연, 한국 전통 타악 연구소 '판'으로 미선이·효순이의 넋을 기렸다.
소중한 자식을 잃고 찢어지는 마음으로 1년을 보낸 미선이·효순이 부모님들도 함께 했다.
미선이 아버지는 거듭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안녕하세요, 미선이 아버지 인사드립니다. 미선이와 효순이의 억울한 죽음을 위해 애써주신 범대위와 온 국민에게 감사드립니다. 이 촛불이 한미소파개정의 밑거름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효순이 아버지 또한 감사의 인사와 함께, 소파개정에 대한 강한 지지를 부탁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효순이 부모입니다. 지난 1년간 효순이·미선이를 위해 애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국민의 자존심을 찾기 위한 촛불 지회가 소파개정이 전면 되는 날까지 계속되게 해주십시오."
그들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시청 앞 광장은 '솔아솔아 푸른 솔아'를 부르며 눈물 바다가 되었다.
촛불에는 힘이 있다. 이것은 국민의 힘이며 지금은 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승리를 위해 계속 타오르고 있는 중이며 촛불이 횃불이 되고 횃불은 분명 우리에게 승리를 안겨줄 것이다.
우리는 반미를 외치자는 것이 아니다. 살인을 인정하고 처벌하자는 것이며 대등하지 못한 한미관계를 바로 잡자는 것이다. 소파개정을 통해 우리 나라 주권을 되찾자는 것이며 더이상 강대국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 국민의 인권을 유린당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다.
추모대회는 범대위의 홍근수 목사님의 마지막 연설로 막을 내렸다.
"미선이, 효순이가 떠난 지 1년이 되었는데도 달라진 것은 없다. 주한 미군은 그대로 있고 미군때문에 원하지 않는 전쟁 위험에까지 처해있다. 우리는 소파개정과 대등한 한미관계를 원한다. 자주와 평화를 바라는 강한 의지가 촛불로 모였다.
촛불의 힘은 국민의 힘이다. 촛불의 힘으로 당당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 또 밝은 평화의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촛불을 들고 지지하는 온 국민의 의지를 세계 만방에 알리고 미선이와 효순에게 한 약속을 지킬 것이다. 그 누구도 자발적인 촛불의 힘을 막을 수 없다. 불길로 솟구치는 승리의 그날까지 우리의 촛불 행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