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귀여니' 소설이 청소년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출간된 지 두 달도 안돼 20만부가 팔렸다는 소설 <그놈은 멋있었다>를 대박으로 터뜨리며 세인의 귀추를 받고 있는 귀여니는 수많은 사이버 작가와의 보이지 않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10대 사이버 작가이다.
2001년 8월부터 '다음'의 유머게시판에 두 달간 연재했던 '그 놈'이란 글이 편당 평균 조회수가 8천만에 달했고 200개에 가까운 팬 카페가 생긴 것에 이어 현재 귀여니의 홈페이지(www.guiyeoni.com)에는 30만 명의 회원이 등록되어 있다고 하니 실로 '귀여니'의 인기를 실감할 수가 있다.
인터넷 소설이 종이로 인쇄돼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책 이외에도 각종게임은 물론 최고의 흥행을 올린 <엽기적인 그녀>, <동갑내기 과외하기>, <퇴마록> 등과 같은 영화는 모두 인터넷 문학 작품이 영화화 된 것으로 인터넷 소설의 그 활동범위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에 일부 오프라인 작가들은 "말초적인 감성에 치우쳐 문학성이 떨어지고 맞춤법과 표기법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는 인터넷 소설이 오프라인에서마저 성공을 거두는 현실에 자괴감을 느낀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기존의 오프라인 문학과 구별되는 사이버 문학의 그 어떤 특징이 있어서 엄청난 흥행을 가져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사이버 문학은 오프라인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산ㆍ수용ㆍ유통된다는 사실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작가는 완성된 형태의 작품을 출간하고 독자는 신문서평과 같은 정보를 접한 뒤에 개인적인 차원에서 구입을 결정하는 것이 오프라인의 전통적인 절차이다.
반면에 사이버 문학은 작품 연재과정에서 독자군을 형성하면 살아 남고 그렇지 못하면 존재의미가 사라진다. 살아 남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이용한 글쓰기의 특성을 잘 간파해야하는데, 사이버 작가 '귀여니'는 그 특성을 잘 간파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그 작가의 나이가 10대라는 점에 착안하여 청소년들의 심리를 잘 전달했다는 데에 '그 놈'이란 인터넷 문학이 성공적으로 발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실에서 추론해 볼 수있는 현 청소년의 문제점을 짚어 보자면, 세대가 빠르게 변하면서 현재 청소년 대다수가 인터넷을 이용, 자연히 정통문학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는 데 있다. 짧은 문장과 즉각적 갈등과 해소, 신속함을 특징으로 하는 인터넷 소설은 도무지 인내와 조금의 지루함도 견디지 못하는 요즘의 청소년들과 잘 맞는다고 볼 수있다. 바로 이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인터넷과 함께 자란 지금의 10대는 무수한 채팅용어와 이모티콘(감정을 표현하는 일종의 기호)을 만들어 낸 세대이다. 그 세대가 자신들의 언어로 자기 세대의 고민과 감성을 표현하고 또 그렇게 씌어진 작품을 공유해 가는 경험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대로 정통문학보다는 인터넷 문학을 애호하다 보면 정통문학의 기본이 상실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놈'과 관련된 문화적 현상을 사회병리적인 것으로 보는 시선과, '그 놈'에 열광하는 모습을 10대 전체의 이미지로 단순화해버리는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 정통문학을 멀리하고 인터넷소설과 같은 재미와 순간의 감동 위주의 것들만을 계속 가까이 하다보면 정통문학의 소외는 멀지 않았다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이 있는한 사이버문학과 오프라인 문학간의 엇나감은 계속될 것이다.
'문학이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는가' 혹은 '인터넷이 문학을 활용하고 있는가'라는 문제는 문화적 관점이다. 방대한 인터넷 공간은 우리 사회에서 이미 현실을 유통시키는 구조 이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유의 방식, 질서가 생겨나는 방식, 문제처리 방식, 욕망을 나타내는 표현 등 인터넷에서는 이 모든 것이 현실세계와 다르게 존재한다. 이제 인터넷은 하나의 매체를 넘어 그 자체로 고유한 생산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네티즌을 확보하여 '익명성'을 뒷받침으로 인간의 숨은 끼를 파헤칠 수도 있는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인터넷은 두 얼굴의 모습으로 컴퓨터 안에 도사리고 있다.
앞으로도 사이버문학은 여러 형태의 잠재력을 표출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작품성과 문학성에 기울여 오프라인문학과의 평형성을 유지하도록 하자.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