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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 하늘에 둥실 떠오른 무지개. 무지개는 빗방울들이 꾸는 태양의 꿈이다.
오클랜드 하늘에 둥실 떠오른 무지개. 무지개는 빗방울들이 꾸는 태양의 꿈이다. ⓒ 하니네
이렇게 무지개에 조금씩 둔감해지면서 어쩌면 뉴질랜드에서의 이민생활이라는 것도 바로 이 무지개와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멀리서 바라볼 때는 여러 면에서 살기 좋고 자연환경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아이들 교육환경도 우수하고 또 생활에 여유가 있어 보여, 많은 이주업체에서 광고하듯이 뉴질랜드는 정말 ‘지상의 마지막 남은 천국’ 쯤으로 여겨지지만 2년을 여기서 생활해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웬만한 기본 의사소통은 가능해도 깊은 대화를 나눌 정도는 아직 아니어서 영어는 여전히 멀리 있어 보이고 한국에서 몸담았던 유사한 직업을 이곳에서 다시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또한 사소한 문화적 차이가 때로는 큰 마음의 상처로까지 연결되기도 한다.

특히 명절날이나 가족들의 생일날 등 민족적, 개인적인 기념일을 맞이할 때 느끼게 되는 쓸쓸함은 이민생활의 가장 큰 그늘일 것이다. 한국에서라면 온 가족들이 모여 떠들썩하게 즐길 텐데, 이곳에서는 그저 우리 가족 세 식구끼리 아니면 가까운 교민 한 두 가족과 함께 할 뿐이니 어찌 쓸쓸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있으랴.

그런데도 사람들은 무지개의 그 화려한 빛깔만을 바라볼 뿐, 무지개 선 곳엔 비가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자주 잊어버린다. 나도 물론 그러한 사람들 중의 하나였기에 이곳에 와서 살고 있는 것일 터이다. 하지만 나는 나의 선택에 아직은 후회가 없다. 무지개 선 자리에 내리는 비는 곧 그치고 푸른 하늘에게 자리를 내주는 것처럼 이 쓸쓸함의 힘으로 나는 나의 새로운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태양을 꿈꾸는 무지개는 쓸쓸한 빗방울의 눈물을 이겨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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