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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주가 연일 올라간다.

이번 달 말부터는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장마가 끝나면 곧 본격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거다. 사람 마음이 참으로 간사하다. 불과 몇 주전 만해도 조석으로 춥다고 투정했는데 이제는 더워서 짜증이 날 지경이다.

날씨가 더워지면 기력이 쇠해지고 그런 만큼 사람들은 소위 스테미너식을 찾게 된다.

매장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계절별 특미로 미꾸리 튀김과 추어탕을 내놓았더니 추어탕은 점심메뉴로, 미꾸리 튀김은 간단한 술안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허준의 <동의보감>과 황필수의 <방약합편>에서도 "미꾸리(미꾸라지)는 맛이 달고 성질은 온하며 평하여 기를 더하여 준다. 술을 깨게 하고 목마름병(당뇨병)을 다스리며 속을 보하여 설사를 멎게 한다"고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는 만큼 기를 보충하는 음식으로는 싸고 효과도 뛰어나다.

어제는 가까운 남동 공단의 기업체에서 몇 분이 오셨다. 그 중 중간관리직 직원 분이 단골이신데 이번에는 사장님 이하 몇 분을 같이 모시고 오셨다. 장어구이와 술병이 거의 다 비워져 갈 즈음, 사장님이 별미로 미꾸리 튀김을 주문하셨다.

그때 주위에 있던 직원들 사이에 미꾸리와 미꾸라지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화제가 되었고 서로들 "같은 물고기다", "미꾸라지는 미꾸리의 사투리다", "맞다", "아니다" 로 설왕설래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단골손님인 직원 분이 "매장사장님한테 여쭈어 보고 결론을 내자" 며 나한테 묻는다.

이럴 땐 대답을 조심스럽게 해야한다. 어류도감까지 내세우며 자세하게 설명해야 할지 아니면 먹는 맛과 형태를 기준으로 간략하게 설명해야 할지….

그때의 분위기와 듣는 사람의 이해 정도를 감안해서 설명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설명해 주고도 따분한 얘기가 될 수도 있고 또 괜히 잘난 체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예를 들어 흥겹게 노는 술자리에서 역사를 얘기한다는 건 얼마나 우스운 일일까? 미적분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맹자를 논한다는 건 또 얼마나 난센스일까?

이런 자리에서는 정확한 정보 전달보다도 고객의 만족도가 우선이다. 나는 정말로 진지하게 물어오는 분위기와 대상의 이해정도를 가늠해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속은 같지만 종은 다릅니다. 한마디로 완전히 다른 개체란 말이지요. 미꾸라지는 몸통이 상대적으로 납작하고 미꾸리는 동글동글합니다. 흔히들 추어탕에 쓰는 것은 미꾸리입니다. 미꾸리는 꼬리부분에 눈 크기의 둥근 점이 있지만 눈에 띄는 특징은 미꾸라지가 입 수염이 깁니다."

그 뒤에 몇 분의 질문과 나의 답변이 이어지고 손님들은 "오늘 좋은 것 배웠다"고 만족해 했다.

우리들 주변에서 흔히들 볼 수 있는 아니, 볼 수 있었던 미꾸리.

어렸을 적 도랑에서 잡아 올려 매운탕 끓여먹던 미꾸리가 요즘은 양식이 아니면 보기 힘들다. 아주 가끔씩은 중국에서 종묘를 들여와서 국내에서 증체시킨 미꾸리가 국내산 미꾸리로 둔갑하는 경우도 있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미꾸라지와 미꾸리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기로 하자.

미꾸라지와 미꾸리는 둘 다 잉어목 미꾸리과 미꾸리 속에 속하는 물고기들이다. 단지 종이 다를 뿐이다. 간혹 백과사전에서조차 잉어과로 분류해 놓은 곳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우리나라 수산학에 대한 관심 정도를 반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미꾸리 : 잉어목 미꾸리과 미꾸리속( Misgurnus anguillicaudatus Cantor )
색깔 : 암청갈색 길이 : 20cm 서식지 : 한국, 북한, 중국, 일본

몸은 가늘고 긴 미꾸리형이다. 입은 주둥이 밑에 있고, 입수염은 다섯 쌍, 가장 긴 것이 눈 직경의 2.5배를 넘지 못한다.

옆줄은 불완전하다. 산란기는 4-7월이다. 몸색은 사는 환경에 따라 변화가 심하다. 일반적으로 등은 암청갈색, 배는 담황색이다. 등·꼬리지느러미에는 소암점이 밀포한다. 꼬리지느러미의 기부 등 쪽에 눈 크기의 둥근 흑점이 있다.

호소나 논의 진흙이 깔린 곳에서 산다. 주로 식물성 먹이를 먹는다. 전장 10-17cm의 개체들은 흔하지만 20cm 이상은 드물다. 전국적으로 분포한다. 북한, 중국, 일본에도 분포한다. (출처:어류도감)

미꾸라지 : 잉어목 미꾸리과 미꾸리속( Misgurnus mizolepis Gunther )
색깔 : 암청색 길이 : 20cm 서식지 : 한국, 북한, 중국

몸은 미꾸리형이지만 미꾸리보다 옆으로 더 납작하다. 입수염은 다섯 쌍, 가장 긴 것은 눈직경의 약4배에 달한다. 옆줄은 불완전하다. 등은 암청색, 배는 회백색이다. 꼬리지느러미의 기부에 있는 흑반점은 길다. 등·꼬리지느러미에 무수의 소흑점이 밀포한다.

산란기는 4-7월이고, 전장이 4cm를 넘게 되면 성어와 거의 같은 형질을 갖추게 되어 미꾸리와 구별할 수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미꾸리보다 커서 전장 20cm 이상의 개체도 적지 않다. 서·남해로 흐르는 각 하천에 분포한다. 북한·중국에도 분포한다. (출처:어류도감)


미꾸리 혹은 미꾸라지에 대해

사는 곳 : 물이 고인 늪이나 연못 저수지, 논과 농수로의 바닥 진흙이나 해감이 깔려 있는 곳에 주로 살지만 하천의 중류와 상류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생명력이 강하여 3급수에서도 잘 살며, 가뭄이 심할 때와 급격한 온도 변화에도 잘 견딘다.

식성 : 식성은 잡식이지만 어릴 때는 주로 동물성 플랑크톤이나 모기의 유충, 실지렁이를 잡아먹고, 몸길이가 7cm 정도가 되면 바닥에 붙은 조류나 유기물 조각, 식물의 눈과 씨 열매 해감 등을 진흙과 함께 먹기도 한다. 5, 6월경에 저녁부터 밤사이에 알을 낳아 진흙이나 모래 속에 묻는다.

옛 부터 추어탕감으로, 식용과 약용으로 널리 쓰인 미꾸리는 지금도 맑은 물에 담아 놓아 오물을 모두 토하게 한 후, 푹 고아서 국을 끓이는 추어탕의 원재료다.

특이한 점 : 아가미 호흡 외에도 물 밖으로 입을 내어 공기를 들이마시고 항문으로 내뿜는 창자 호흡을 하기도 한다. 산소 부족에 대한 내성이 매우 강해 산소가 부족해도 잘 견딘다. 또한 비가 내릴 때 활발하게 헤엄을 치는 까닭에 기상어라는 별명이 있다.

모기에게 천적! 미꾸라지는 엄청난 양의 모기 유충을 잡아먹는다. 미꾸라지의 하루 모기 유충 포식량은 1천 마리로 지금까지 모기천적(Mosquito fish)으로 알려진 송사리와 왜몰개의 포식량 200-300마리에 비하면 엄청난 식사량이라고….

내친김에 속담도 알아보자.

▶미꾸라지 용됐다. - 변변치 못한 사람이 휼륭하게 되었을 때 이르는 말.
▶미꾸라지 천 년에 용 된다. - 어려서 못났던 사람도 오랫동안 노력하면 훌륭하게 된다는 뜻.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 흐린다. - 못된 사람 하나가 온 집안이나 사회에 해를 끼친다는 뜻.
▶미꾸라지가 모래 쑤신다. -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 흐린다' 와 비슷한 말.
▶미꾸리(미꾸라지) 국 먹고 용 트림한다. - 변변치 않은 인물이 겉으로 큰 인물인 척하고 아니꼽게 군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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