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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임대업을 하던 박아무개(51)씨가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은 지난 2001년 4월. 자신이 빌려 준 3억2000만원을 받기 위해 채무자 김아무개(42)씨와 고아무개(41)씨를 목포 경찰에 고소하면서부터다. 박씨는 당시 고소인 자격으로 경찰에서 진술까지 마친 뒤였다. 그런데 며칠 뒤 박씨 귀에 이상한 소문이 들렸다.

경찰에서 자신을 내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죄 지은 게 없다’고 생각한 박씨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던 어느날 서울의 후배로부터 피하라는 연락이 왔다. 그러면서 경찰이 자신을 잡아갈 날짜까지 후배가 알려줬다. 후배가 연락했던 내용 그대로 박씨는 2001년 5월 22일 목포시 용당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목포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긴급 체포됐다. 혐의는 폭력과 공갈이었다. 그것도 자신의 돈을 갚으라고 두 달전에 고소했던 김씨와 고씨가 피해자로 돼 있었다고 박씨는 주장했다.

돈 받기 위해 채무자 고소한 게 발단

경찰은 ‘박씨가 돈을 갚지 않는다며 폭력배를 시켜서 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했고 웃돈을 요구했다’는 혐의를 추궁했다. 대질신문까지 했으나 박씨의 결백은 들어주지 않았고 결국 구속 수감됐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난해 11월 6일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서는 박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지난 5월 26일 항소심 공판에서 광주지법 제3형사부 역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며 무죄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박씨에게 갈취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돈 액수나 방법 등 진술이 일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들이 경찰과 검찰 그리고 재판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는 등 신빙성이 없다’며 ‘오히려 김씨와 고씨가 박씨의 채무독촉을 일시에 모면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재판부는 무죄이유를 덧붙였다.

악덕 사채업자로 몰려

빌려준 돈을 찾기 위해 경찰을 찾아갔던 박씨가 거꾸로 가해자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와 정신적, 경제적 엄청난 피해를 당한 사건이다. 그는 지금 국가를 상대로 배상신청을 고려하고 있다. 박씨는 목포경찰에서 대질신문 당시 양측 주장이 엇갈리게 되면 피해자로 둔갑한 고씨 등을 담당경찰이 수차례 복도로 데리고 나가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검찰이 자신의 진술내용만 면밀히 검토했더라도 이 같은 인권침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 사건에서 피해자로 둔갑된 고씨와 김씨는 박씨가 처음 사기죄로 고소한 피고소인들이었다. 문제는 박씨가 거꾸로 피의자가 됐지만 이들이 고소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경찰의 인지사건인 셈이다.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박씨는 이들을 무고죄로 고소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경찰, "짜맞추기 수사 아니다" 밝혀

수사내용만 보더라도 개인간의 금융거래에 따른 폭력사건 등을 어떻게 고소절차도 없이 경찰이 알아서 수사를 했느냐는 점이다. 기자는 이런 의문을 확인하기 위해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과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지금은 신안군 섬 파출소에 근무 중인 당시 담당형사 박아무개씨와 수차례 전화연락을 시도했다. 그러나 파출소 동료직원들은 “순찰 나갔다”는 내용만 전할 뿐 수차례 전화연락에도 불구하고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박씨를 수사했던 또 다른 경찰 임아무개 형사는 "그 당시 다른 사채폭력 사건을 수사하면서 서울까지 출장을 갔었다. 수사과정에서 박씨가 다른 사람을 시켜 김씨와 고씨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진술이 나와서 수사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 형사는 또 "수사의 주체는 검사이고 우린 심부름꾼이다. 소명자료가 충분해 당시 영장이 발부됐고 검사가 기소한 것이다"고 반박하며 짜맞추기 수사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또 박씨가 고씨와 김씨를 사기혐의로 처음 고소한 것도 2001년 4월이 아니라 박씨가 구속된 직후인 그해 6월 7일이며 기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박씨가 처음 고소한 시기를 둘러싸고 경찰과 논란이 일고 있다.

박씨에 따르면 그 당시 경찰에 피해자로 출석했던 고씨나 김씨 모두 “우리가 한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무죄선고를 받은 후 박씨는 우연히 만난 다른 경찰에게 “내가 한 일이 아니다”는 변명만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 직권남용 민·형사소송 검토

결국 법원 판결로 수사기관의 무리한 수사로 드러났고, 이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는 작년 70일간의 옥살이 끝에 보석으로 석방돼 자신의 결백을 주장해 왔다고 한다. 4명의 자녀 등 가족 앞에서 파렴치범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었던 지난 2년 동안 그는 홧병을 얻었다. 주위의 손가락질이 두려워 밖에 나가는 것도 망설였다.

박씨는 “경찰의 청부수사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박씨 변론을 맡았던 김재근 변호사는 재판과정에서도 “사주 내지 청탁을 받은 공정성이 결여된 수사였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공무원이 업무상 고의 또는 중과실일 경우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박씨와 상의해 수사기관의 직권남용과 불법감금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전했다.

박씨는 끝으로 “당시 목포에서 살인사건 등 미해결 사건이 많아 경찰이 자신을 사채폭력범으로 둔갑시켜 희생양으로 삼은 것 같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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