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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 소나기가 한바탕 퍼붓고 난 후의 그 상쾌함을 즐겨본 적 있습니까? 또 추운 겨울엔 하얀 눈과 함께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를 꿈꿔 본 적은 있나요?
“저는 비 오고 눈 오면 가슴부터 두근두근 거려요. 좋아서 그러는 게 아니라 제 일이니까요. 어서 회사에 가야하는데 하는 생각부터 들죠.”
기상청 예보실의 최치영 총괄예보관(48)은 근무를 시작한 후 언제나 첫 눈 오는 설렘보다 적설량을 먼저 생각합니다.
예보실은 4교대로 근무를 합니다. 오늘은 야간근무를 하는 날이기에 저녁 9시 30분에 출근했습니다. 순수 예보관 5명, 위성과 지진 담당 1명씩 이렇게 7명이 한 조를 이룹니다. 그는 총괄 예보관으로서 전국의 상황을 담당합니다. 기상청에서 근무한 지 정확히 15년 6개월. 예보업무 경력 6년째입니다.
“예전에는 비 오고 눈 오고 바람 불고 조심해라 식이었지만 이제는 주 5일 근무잖아요. 레저 스포츠 쪽으로 방향을 잡지 않으면 경쟁력이 부족하죠.”
매년 6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는 방재기간으로 폭풍, 호우, 낙뢰가 많이 발생합니다.
“북태평양 수온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에요. 지금 태풍 발생이 빠르거든요. 지난번에 태풍 6호가 왔었잖아요. 보통 장마 끝나고 오는데 벌써 6호면 빠른 편이죠.”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기 쉬운 한 가지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강수확률 30% 이러면 비올 확률이 30%인 줄 알고 있는데 사실 그것과는 약간 달라요, 서울은 송월동이 기준이 되는데요. 그곳에서 같은 상황과 조건 100번을 관측했더니 30번이 비가 왔다는 얘기거든요. 그러니까 통계수치가 되는 거죠.”
“저도 처음엔 족집게처럼 딱 맞추는 게 예보를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니에요. 어디가 맞고 안 맞고는 오차가 생기면 완전히 틀려버리는 거잖아요. 전체적인 흐름을 짚을 수 있어야 합니다. 과학적인 근거로 자기가 낸 예보를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예보관에겐 수십 개의 자료를 머리에 넣고 그것을 잘 풀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죠.”
“힘든 건 딱 하나 야근이 힘들어요. 여기 들어올 때 점심 먹고 자고 들어와요. 이게 몇 번은 괜찮은데 계속 하니까 아침에 집에 들어가서 자고 그러니까 동네에서는 첨에 절 실직자로 봤다니까요.”
일주일에 보통 두 번 정도 해야 하는 야간 근무가 조금은 버거운 가 봅니다. 예보실에선 누구 하나라도 병가를 내면 똑같은 직급의 사람이 반드시 그 자리를 메워야 합니다.
“밤새 수고가 많으십니다. 우선 특보상황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오전 3시 20분. 전국 5개의 지방청을 연결한 회상회의가 시작됩니다. 5시에 나갈 예보를 위해 전국의 상황을 종합하는 것입니다. 화상회의는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 하루 두 차례 정기적으로 갖습니다.
그가 먼저 대략적인 상황을 브리핑한 뒤 제주, 광주, 대전, 강원, 부산 순으로 각 지방청에서 상황을 전합니다. 이미 강수가 시작된 전라도는 전북의 호우주의보 발령을 놓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오늘 같은 경우는 예보하기 쉬운 편에 속해요. 비가 반드시 오니까요. 비가 올 듯 말 듯 하면 정말 머리 쥐어뜯는 거예요. 소나기도 참 난감해요. 소나기는 반드시 오는데 어느 지역에 올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거든요.”
예보실에서는 민원을 위한 예보 상담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울려대는 문의와 항의전화를 위해서 입니다. 지금 현재 중국의 기온이 몇 도인지 친구와 내기를 했다는 사람, 방학숙제 때문에 전화를 건 꼬마, 자신은 도사라며 언제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습니다. 항의전화 또한 엄청납니다. 그러나 그는 이제 항의 듣는 일에 대해 담담합니다.
“우린 잘해야 본전이에요. 맞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니까요. 예보이기 때문에 오차가 날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하세요. 찾아와서 항의하겠다고 한 사람들도 많아요. 국민들은 결과만 놓고 평가하시지 저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예보를 하는지 잘 모르니까요.”
오전 5시가 되자 언론매체를 비롯해 전국에서 기상예보가 필요한 70여 군데에 오늘 하루 일한 결과물인 기상예보 자료가 동시에 보내집니다. 이제 6시 아침 방송을 통해 오늘의 날씨가 어떤지 알 수 있습니다.
“저희가 힘들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기상청이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됐으면 좋겠어요. 불확실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예보에 의한 정확성이 85%~88%거든요."
그가 마지막으로 기초과학에 대한 육성을 강조합니다.
"우리나라는 과학 강국도 아니에요. 경제 강국도 아니고, 농업 강국도 아닙니다. 인터넷, 핸드폰 보급률 등을 가지고 IT강국이라고 하는데 그런 것만 발전하고 다른 것은 다 후진했어요. 이공계 출신의 관료자가 맡았으면 좋겠어요. 그 분야의 전문가가 책임을 지는 거죠. 기초과학에 좀 더 많은 관심을 쏟아줬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