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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라면 한 번쯤 자녀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학급에 간식을 넣어보았거나 아니면 간식을 먹었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음료수나 아이스크림 아니면 빵이나 햄버거, 닭튀김에서 피자까지 다양하다.

쉽게 생각하면 일 년에 한두 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돈으로 따져도 몇 만원 정도에 불과한, 더구나 강제적인 것도 아니고 학부모가 제 자식 먹이겠다고 자율적으로 제공하는 것인 만큼 어찌 보면 매우 단순하고도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사정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처럼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간식 여부를 놓고 속앓이 하는 학부모, 특히 엄마들의 고민을 들여다보면 이 문제가 그렇게 유쾌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금방 확인할 수가 있다.

여수지역 한 초등학교의 2학년과 6학년 학생을 자녀로 둔 차예원(40)씨의 경우 "고학년일수록 간식을 특별히 요구하지 않는 편이지만 고학년인 큰애가 소극적이어서 친구관계가 원만한 것 같지 않아 학급에 치킨을 간식으로 넣어줬더니 친구관계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한다.

"큰애 담임 선생님은 간식 넣는 걸 별로 탐탁치 않게 여기시는 분인지라 물론 미리 상의를 드리고 넣어줬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둘째 아이(9)란다.

"준수는 집에 오면 자꾸만 간식 타령이다. 담임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얻어먹기만 하는 것은 거지들이나 할 짓'이라며 누구 누구는 벌써 몇 번의 간식을 넣어줬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공공연하게 얘기하는 모양"이란다. 얼마 전에는 준수가 "엄마 우리 집은 얼마나 가난해요? 우리가 거지인가요?"라는 질문을 해서 몹시 당황했다는 것이다.

간식을 넣어주는 이유나 처지도 가지가지이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학급의 임원이 되어서 넣어줬다"고 하고 또 한 학부모는 "남들이 대부분 넣어주다보니 자식 기죽이기 싫어서 넣어줬다"고 한다. 물론 "순수하게(?) 별 의미 없이 요깃거리 하라고 넣어줬다"는 학부모도 있다.

양현미(여·34)씨는 "1,2학년의 경우 학생들 중에 따로 임원을 뽑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돌아가며 봉사반장을 할 때 넣어주었다"고 했다. 또 어떤 학부모는 "간식을 보낼 때는 보통 선생님 몫은 별도로 피자나, 과일을 준비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 간식을 받아들이는 교사들의 입장은 어떨까?

우선 간식을 전면적으로 금지시켜야 한다는 S초등학교 박모 교사의 견해를 들어보면 "간식이 들어오는 순간 아이들의 시선이 간식으로 쏠려 나누어주기 전까지는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먹는 동안은 물론이고 늦게 먹는 아이들을 기다리느라 수업을 못한다. 그리고 지금은 예전처럼 굶거나 영양부족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얼마나 있느냐? 오히려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라며 "괜한 일로 엄마들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도 싫다"고 말한다.

의외로 교사들은 간식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적극 개진하는 편이었으며 간식을 요구한다거나 긍정적인 의견은 드러내놓고 개진하질 않았다. 그런데 학부모들이 느끼기에는 학교에서 은근히 원하며 조장한다는 것이다.

심한 경우는 이로 인해 자기의 자녀가 선생님으로부터 차별을 당한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단순하게 학부모 엄마들의 느낌의 문제만일까? 아니다. 앞에서 보았듯이 간식을 요구하는 교사도 분명히 존재한다.

간단하게는 지나가는 투로 "××엄마 간식 한번 안 할 거요?" 내지는 "○○간식은 빼고 넣어주세요"라는 등의 말을 흘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말들이 엄마들에게 거역할 수 없는 하중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학부모 엄마들은 또 어떠한가?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일정 부분 간식이 자기 표현의 한 방편으로 왜곡되어 나타나는 문제가 있다. 이를테면 생활의 수준 정도를 과시하는 작용을 하기도 하고 자기 자식 잘 보아달라는 일종의 '눈도장'용으로 간식이 작용하다보니 간식의 원래적 의미보다는 무분별한 경쟁으로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하며 이로 인해 종종 학부모 엄마들간에 반목이 생기기도 한다.

"××엄마는 선생님에게 잘 보이려고 안달복달하고 선생님은 은근히 이런 분위기를 즐기는 것 같다"고 꼬집는 학부모도 있다.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드러내놓고 거부할 수도 없어 마지못해 간식을 제공했다"는 김미현(39)씨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식"이라며 엄마들의 심정을 토로했다.

즉 "거부하고 싶어도 자식을 맡겨놓은 처지에서 개인적으로는 어느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겠냐"는 것이다. 한술 더 떠서 "오히려 눈치껏 선생님의 취향을 고려해서 선생님의 간식을 따로 준비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란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간식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우선 아이들이야 먹을거리가 생기니까 당연히 좋아하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올해 아홉 살인 이두형(초2) 어린이는 "먹기 싫은 간식을 선생님 때문에 억지로 먹기도 하고 선생님이 허락할 때는 집으로 가져오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우선 간식을 해오지 못하는 아이들이 느끼는 소외감이 그것이다. 이 부분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대단히 비교육적인 모습으로, 가정 형편상 간식을 해올 수 없는 아이는 위축되거나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기껏 간식을 넣어줬다 할지라도 간식의 내용에 따라 호감도를 매겨 "××엄마는 피자를 가져왔는데 ○○엄마는 고작 빵 한 조각"이라는 등의 비교도 역시 문제다. 문제의 해결은 결국 교육적 기준에 천착해서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

왜냐면 지금의 간식이 '못 먹어서 영양보충 해주는 차원'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 돈으로 내가 사주는 것인데 뭣 땜시 트집을 잡나"며 간식문제 자체를 괜히 거론한다고 역정을 내는 자모회 간부였던 엄마도 있지만 간식 자체가 전혀 없다고 해서 교육적으로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오히려 어떤 이유에서건 간식을 제공했을 경우 소외되거나 상처 입은 아이가 단 한 명이라도 나타난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이고 교육적이지 못한 것이다.

앞의 양현미씨는 "기왕 간식을 허용해야 할 경우는 담임 선생님이 나서서 피자나 햄버거 대신 떡이나 간단한 과일 등으로 유도했으면 하고 학부모 엄마들도 아이들의 선호도에 편승하기보다는 음식문화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물론 담임 선생님이 학년초에 안내문을 보내서 강력하게 간식을 금하고 심지어는 되돌려 보내기도 해서 간식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을 덜었다는 학부모 엄마도 있었다.

학교 운영위원회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다는 서모(남·42)씨는 "만약 학교 차원에서 간식을 금지하고 대신 학교 발전기금으로 ○○학년 ○반 간식비용이라고 목적을 명시해서 기금을 기부 받으면 그대로 사용 할 수가 있다.

그럴 경우 무기명으로 학급에 간식을 제공한다면 학생들이 간식문제로 인해 상처받는 일은 피할 수 있을 텐데‥‥. 이럴 경우 과연 얼굴 드러내지 않고 들어가는 간식 비용을 기부할 수 있는 학부모가 과연 몇이나 될 수 있겠나?"라는 자못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학부모 엄마들 사이에서 전설적(?)으로 회자되는 한 선생님의 간식에 대한 에피소드(?) 한 토막이 유달리 가슴에 남는다.

"교육 단체의 젊은 간부이기도 했던 주모 선생님은 학년초에 반 어린이들과 함께 간식에 대한 토론을 하였고 그래서 간식을 원칙적으로 금하기로 결의를 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햄버거와 같은 패스트푸드 음식은 먹지 않기로 약속을 하였는데 공교롭게도 한 학부모가 햄버거와 음료수를 사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과 약속한 대로 햄버거는 포장상태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음료수는 아이들과 함께 화장실로 가서 쏟아버렸는데, 그 후로 이 선생님의 반에서는 간식구경을 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아직은 학교 당국이나 담임 교사의 의지가 이 문제를 좌우하는 관건인 셈이다. 그리고 비록 간식이 사소한 문제일지라도 교육적 잣대로 살펴보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학교에서는 배달 온 닭튀김집 오토바이와 햄버거집 차량이 교차하고 그 사이로 슈퍼마켓 점원이 바쁘게 비집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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