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거제도와 관련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되 비례대표 의원의 정수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다.
또한 국회의원의 정원도 현 273명에서 300명 정도로 증원하는 것이 한국의 정치상황에 적절하다는 주장도 점차 탄력을 받아가고 있다.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위 '국회의원선거제도에 관한 공청회'에서는 이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의견들이 주를 이뤘다. 일부 현상유지 방안을 주장한 전문가도 있었지만, 불과 한 두명 정도에 그쳤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박명호(동국대 정외과)·윤정석(중앙대 정외과)·정대화(상지대 교양학부)·정해구(성공회대 사회과학부)·조기숙(이회여대 국제대학원)·조정관(한신대 국제관계학부)·최한수(건국대 정외과)·홍득표(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 등 8명의 정치학 전문가들과 정개특위 소속 의원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의원 정수 300 선 적급
공청회에 참석한 대다수 정치학 교수들은 의원정수 확대가 사실상 불가피하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박명호 교수는 의원정수와 관련 "현재의 국회의원 숫자가 외국의 경우와 비교하여 볼 때 낮으며,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현실적으로 보아 현재의 227개 내외의 지역구 수를 유지하면서 전국구의 비율을 증가시켜 전체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지 않나싶다"고 비례대표 증가을 통한 전체 의원 수 증원을 주장했다.
정대화 교수는 지역구 의원정수의 축소를 강조하며 다만 "지역구가 지나치게 줄어든다면, (비례대표를 늘이는 만큼) 국회의원 정수를 확대하는 방법으로 조정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해구 교수는 "정치가 수행해야 할 본연의 역할을 고려하여 국회의원 의석수를 300석 기준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표의 등가성과 지방분권 및 한국사회의 분화와 다양성 등을 고려하여 비례대표제 의석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기숙 교수도 "비례대표 의석을 33%로 늘인다는 조건하에 국회의원 의석수를 300명으로 늘이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수는 인구·GDP·공무원 수를 감안할 때 적은 편"이라며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적정한 숫자는 350석 정도 된다는 경험적 연구가 있다, 따라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300석으로 늘이는 것도 바람직한 개혁안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홍득표 교수는 "국회의원 수를 확대하기보다는 축소 내지 현상유지하는 것이 좋다"며 오히려 "입법보좌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는 다른 제안을 내놓았다.
중대선거구제보다 '소선거구+비례대표'가 지역주의 해소에 도움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공약사항으로 제시했지만, 이날 공청회에서는 중대선거구제보다 소선거구제와 1인 2표 비례대표제를 병립하는 것이 지역주의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소선거구제를 통해 선출된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간의 비율은 1:1이 최선이지만 단기적으로 2:1 정도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박명호 교수는 "지역구와 전국구 의원의 비율은 단기적으로는 지역구 우위(2:1)의 형태를 취하되 장기적으로는 양자의 비율을 동등(1:1)하게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고, 정대화 교수는 "독일과 러시아의 경우처럼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을 1대1로 하거나, 일본이나 멕시코처럼 적어도 40% 이상을 비례대표에 할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해구 교수는 "1인 2표를 바탕으로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를 병립시키되, 여기에 제1투표는 소선거구제 지역구투표이며 제2투표는 비례대표제 정당투표로 해야 한다"면서, 1안으로는 지역구 150명·비례대표 150명, 2안으로는 지역구 200명·비례대표 100명 정도로 상정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기숙 교수는 "과도한 선거비용의 축소, 서울의 의석구 재조정시 편의성 등을 고려할 때 비례대표 의석이 50%가 적당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비례대표를 30%로 하자는 주장이 있는데, 이럴 경우 타정당의 패권지역에 0∼1석 정도만 확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지역주의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조정관 교수는 최선책으로 "인물투표를 통한 소선거구 지역대표와 정당투표를 통한 권역별 대선거구 비례대표를 병용하는 '독일식 복합형 1인 2표제도'의 전면도입이 필요하다"면서 "다만 당선된 의원들의 당적변경을 일정 기간 동안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17대 총선 적용은 너무 급박" 반대 의견도
반면 최한수 교수는 선거구제 변경은 17대 국회 이후로 넘겨야할 과제라는 의견을 내놓았으며, 홍득표 교수도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홍 교수는 "17대 총선은 이제 10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면서 "국민의 대표를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제도의 변화를 논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소선거구제는 장점도 많고 단점도 많지만 유권자와 후보간 가장 친밀해 질 수 있으며, 민의가 가장 잘 반영되는 제도라고 볼 수 있다"면서 선거제도의 현행유지를 역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