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추진모임 의장부터 탈당계를 쓰자고 할 것이다. (탈당 의원이) 30명만 되면 폭발력이 얼마이겠나. 이부영 의원의 말이 맞다. 낙선할 각오 없이 신당은 힘들다. 또한 정치는 역시 뚜렷한 명분과 강력한 리더십이 갖춰져야 한다. 과거 정치사를 보면 그렇다. 그런데 지금 보면 둘(신·구주류) 다 좀 그렇다. 지도력이 확립돼 있지 않아 보인다."
'미스터 쓴소리' 조순형 민주당 의원이 이번에는 신주류의 리더십을 문제삼고 나섰다. '만약 신당추진모임 의장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조 의원은 "낙선을 각오하고 탈당계를 낼 정도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며 신주류의 우유부단한 행보를 비판했다.
조 의원은 5·16 신당 워크숍에 참석했고, 지난 3일 신당추진모임에서 발표한 명단에 고문으로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그러나 그는 4일 <오마이뉴스> 등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제는 5·16 워크숍 참석 명단을 기준으로 (신당 참여를) 판단하면 안된다"며 "(신당추진모임은) 시기상조라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신주류의 신당추진모임 기구 명단 발표 등에 대해 "분파행동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9월 이전에 전당대회를 열어 당의 진로를 결정하고 지도체제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조 의원 말고도 추미애 의원 등 신주류 내지 중도파로 분류된 일부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는 방안이다. 그러나 조 의원이나 추 의원 등이 주장하는 전당대회 소집 요구는 구주류에서 주장하는 '신당 반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도부 선출과 더불어 개혁신당, 통합신당, 리모델링 등 당 진로와 관련한 다양한 방안을 놓고 대의원들의 의사를 묻자는 것.
조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최근 일각에서 주장하는 '청와대 비서진 개편'에 대해서 "하루라도 빨리 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코드에 맞는 사람들로 보좌진을 구성해놓고 지금 와서 공신들은 6개월밖에 기회가 없다고 하는데…. 공신이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야지 6개월은 또 뭐냐"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과거 이방원이 두 번의 쿠데타로 왕위에 올라 개국공신이 많았는데, 세종이 즉위하면 개국 공신들이 횡포를 부려 국정이 어려울 것 같다고 판단해 개국공신들을 가혹하게 정리했다"며 "세종이 태평성대를 열어간 것은 태종이 개국공신을 정리해 줬기 때문"이라고 조선 개국 초기의 일화를 소개했다.
한편, 지난 3일 신당추진모임쪽에서 발표한 '신당 참여파' 현역 의원 60명 가운데 조순형 의원을 비롯해 김경재·박병석 의원 등이 유보 내지 불참 의사를 밝혔다. 이밖에도 일부 의원들이 관망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신당추진모임에 결합하는 의원들은 현재 민주당 전체 의원의 절반이 조금 넘는 50여 명선이다.
| | "북핵, 북핵하는데 조순형 의원은 북핵보다 더 위험한 사람" | | | |
| | | | ⓒ오마이뉴스 이종호 | 노무현 대통령 취임 초반, '조순형 의원이 요즘 대통령에게 섭섭해하는 것 같다'고 묻자, 민주당의 C의원은 웃으며 "북핵, 북핵 하는데 사실 북핵보다 더 폭발적이고 위험한 게 조순형 의원"이라며 "노 대통령께서 북핵만큼이나 신경을 써야 할텐데…"라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답했다.
"대통령이 못해 먹겠다고 했는데, 밤낮 바른말만 하려니 굉장히 부담이 많아요. 집사람에게 나도 '미스터 바른말' 노릇 못해 먹겠다고 했어요." 지난 6월 13일 <대한매일>과의 인터뷰에서 조 의원은 노 대통령의 '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발언을 꼬집어 이같이 쓴소리를 뱉었다.
뿐만 아니다. 6월초 노 대통령이 자신의 후원회장이었던 이기명씨에게 공개편지를 보내자, 조 의원은 "읽어보니까 편지가 길던데 그럴 시간에 방일을 앞두고 외교 현안 및 경제 문제에 신경을 쓰는 게 더 대통령다운 일"이라고 충고했다.
그의 쓴소리는 국민의 정부 시절, DJ 앞에서도 '기회가 닿으면' 어김없이 터져 나왔다. 모범적인 의정 활동을 이름난 조 의원의 이같은 쓴소리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일리 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지만, 가끔은 좌충우돌하는 듯한 발언으로 그의 속내를 통 모르겠다는 불만도 나온다.
특히 최근 신당 논의와 관련한 그의 발언은 다소 헷갈리는 대목이 눈에 띈다. 또한 그 답지 않게 신·구주류를 모두 비판하는 양비양시론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를 놓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자유당 시절 야당 대통령 후보로까지 나왔던 유석 조병옥 박사의 아들이라는 '혈연'이 그를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고 풀이한다. 이 점은 DJ와 함께 정통 야당의 길을 걸었던 정일형 박사의 아들인 정대철 대표가 신주류이면서도 신당에 대해 우유부단한 것과도 묘하게 맞물린다. / 이한기 기자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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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조순형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3일 신당추진모임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는.
"모임에 나오라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
- 신당추진모임에 참여할 의향이 없는 건가.
"이제는 (개별 의원들의) 의향을 듣고 (일 처리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5·16) 워크숍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안되는 것 아닌가."
- 5월 16일 워크숍에서 인사권 문제는 의장에게 위임된 사항이라고 김원기 의장이 말했는데.
"각자가 거기에 따라 행동을 하면 되고 못마땅하면 안하면 된다."
- 신주류의 이같은 행동을 분파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있나.
"분파행동이랄 것까지는 없다. 신당추진운동인데. 기구를 만들어 언제까지 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 그렇다면 무엇부터 먼저 해야 하나.
"전당대회에서 진로를 결정하고 지도체제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집권당 6개월 동안 표류했다. 정상적인 체계 회복이 신당창당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9월은 너무 늦고 그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 전당대회는 리모델링, 통합신당, 개혁신당 등 3가지 안에 대한 당의 진로를 결정하는 자리가 돼야 하나.
"양대 세력이 정치적 합의를 봐야 한다. 다만 진로는 결정해야 한다. 지도체제를 정비하고 새 지도부도 선출하고…."
- 구주류쪽은 '신당반대'를 의제로 한 전당대회 개최를 고수하고 있는데.
"자기들 주장이어야 하지 신당이 안된다고 규정하는 것은 독선 아닌가. 중도파 일부에서 전당대회를 제기하고 나온 것은 한 쪽은 중재안을 받고, 한 쪽은 안 받았기 때문에 당 진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전당대회 개최 밖에는 다른 대안이 없지 않는가. 이것이 일리 있다는 의견도 많다. 정대철 대표도 그런 제안을 신주류쪽에 했다고 하더라."
- 신·구주류 간 사전 절충의 여지가 있다고 보나.
"있다. 의지의 문제이다."
- 앞으로도 신당추진모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인가.
"그런 모임 자체에 반대한다. 시기상조이다. 참여하지 않겠다. 두 달도 끌었는데 왜 못 기다리나. (기구를 띄워 신당추진을 할 것이라면) 당 밖에서 해야지. 9월까지 기다릴 건가. 한 달, 두 달 한가하게 그럴 수 있나."
- 신주류쪽은 지난 3일 '시국선언'을 했던 원로들의 주장이 자신들의 신당 창당 취지에 부합된다고 하더라.
"주장이야 자유이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 신주류 일각에서 청와대 비서진의 개편을 주장하고 있는데.
"하루 빨리 해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보좌진 개편을 해야 한다고 한 것은 크게 잘못됐다. 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당내 중진들과 만나자고 해서 만났는데, 그때 화두가 인사문제였다. 나는 대통령의 보좌진 인사부터 잘 해야 큰 인사가 잘 된다고 했다. 보좌진이 직언도 할 수 있는 그런 보좌진이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당선 당시 신세를 진 사람은 안 데려가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런 사람은 정부가 아닌 다른 곳에 둬야 좋다고 조언했다. 그런데 대통령은 코드에 맞는 사람들로 보좌진을 구성했는데, 지금 와서 공신들은 6개월 밖에 기회가 없다고 하는데…. 공신이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야지 6개월은 또 뭔가.
과거 이방원이 두 번의 쿠데타로 왕위에 올라 개국공신이 많았다고 한다. 세종이 즉위하면 개국공신들이 횡포를 부려, 국정이 어려울 것 같다고 판단해 개국공신들을 다 정리했다. 가혹하게 했다. 세종의 장인까지도 정리를 했다. 세종이 태평성대를 열어간 것은 태종이 개국공신을 정리해 줬기 때문이다. 들어보니 지금 보좌진들은 국정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사람들로 채워졌다고 하더라."
- 청와대 편제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나.
"편제가 잘못 됐다던데. 책임총리제를 한다고 했으면 대부분의 인원을 총리실로 보내야 했다. 대통령은 50명 정도 나머지 250명은 국무총리실에 줘야 한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보고 받게 되면 모든 분야에 개입할 수밖에 없지 않나."
- 당에서도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해야 한다. 당이 완전히 배제되고 역할도 못하고 있다."
- 청와대 재 충원이 잘 되겠나.
"일단 직업 공무원을 중심으로 채워져야 하는 것 아닌가. 직업공무원 중심을 해야 한다. 그래야 현충일에 일본 천황을 만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그리고 비서실 개편은 당 차원에서 건의를 해야 하지 신주류에서 하는 게 맞는가. 철저히 이해하고 건의해야지 어느 계파에서 하는 것은 잘못됐다."
- 대통령 면담은 신청할 생각이 없나.
"거절당하는 수모를 받고 싶지는 않다. 한화갑 전 대표는 여러 번 거절당했다더라. 국정에 관한 조언과 건의는 공식적으로 당 차원에서 해야 한다."
- 5월 16일 워크숍에는 참석했다가 지금 와서 모임 자체를 반대한다는 것은 모순되지 않나.
"워크숍은 워크숍이다. 많이 참여하라고 있는 것 아닌가. 반대하는 사람도 다 참여했다. 그 당시에도 나는 모임 결성 자체에 반대했다. 전체회의는 않고 분임토의를 하는 바람에 이렇게 됐다. 김상현 고문도 나와 같은 입장이다. 그리고 의장을 선출하지 말자고 했다. 대부분이 동의해서 모임을 결성한 것은 좋다. 하지만 이후 동력을 잃고 결단을 못 내린 것 아닌가. 통합신당을 잡아놓고 일부 '개혁신당'이나 반대하는 얘기를 하면서 정통모임의 결성을 낳게 한 것 아닌가."
- 구주류는 통합신당에 동의한다고 해놓고는 지금 반대하고 있는데.
"광주에서 하는 것을 보니 기세 등등해서 절충이 안 될 것 같더라. 워크숍이 중요한 계기였다. 그 분위기를 이어가서 했어야 하는 건데. 동력을 잃고 주춤해서 이 지경이 됐다. 신당을 하려면 탈당계를 쓸 사람 30명은 있어야 한다. 3일 신당추진모임에 참석한 28명이 탈당계를 쓸 수 있겠나."
- 만약 조 의원이 신당추진모임 의장이라면 어떻게 하겠나.
"의장부터 탈당계를 쓰자고 할 것이다. 30명만 되면 폭발력이 얼마이겠나. 이부영 의원의 말이 맞다. 신당을 하겠다는 사람은 낙선을 각오해야 한다. 나는 한겨레민주당 때 낙선을 했지만, 낙선할 각오 없이 신당은 힘들다. 또한 정치는 역시 뚜렷한 명분과 강력한 리더십이 갖춰져야 한다. 과거 정치사를 보면 그렇다. 그런데 지금 보면 둘 다 좀 그렇다. 지도력이 확립돼 있지 않아 보인다."
- 지금은 지도력 발휘가 힘든 때 아닌가.
"지도력이 없다면 나머지 사람들이 전략과 전술이라도 잘 짜야지. 명분으로만 되나. 고도의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기획은 잘 하는 것 같은데 실천이…."
- 결과적으로 김원기 의장의 지도력을 문제삼는 것 같다.
"그런 게 아니다. 나나 김 고문이나 우리 모두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