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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식 LG 통신부문 총괄 사장
정홍식 LG 통신부문 총괄 사장 ⓒ LG제공
8일 오후 4시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속개된 하나로통신 이사회는 총 11명의 이사진 가운데 9명이 참석, 투표결과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LG의 유상증자안을 통과시키고, 오는 8월5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를 최종 승인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하나로통신의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게 됨에 따라 LG는 데이콤, LG텔레콤 등 유·무선 통신서비스와 파워콤의 인프라, LG전자의 장비사업까지 외형적으로는 국내 최대의 통신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지난 1일 정홍식 전 정통부 차관이 LG통신부분 총괄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내놓은 거대한 구상이 이제 꿈이 아니라 현실화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만든 것이다. 정 사장은 이날 하나로통신 이사회를 통해 비상임이사 후보로 추천돼 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정 사장은 취임 당시 하나로통신, 데이콤, 파워콤, LGT까지 묶어 중복사업과 중복투자를 막고 인터넷, 유무선전화, 방송을 묶어 종합통신사업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LG의 꿈이 현실화 단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유상증자 안의 임시주주총회 통과가 남아 있는 데다 하나로통신 노조 또한 적극 반대하고 있어 최종 결과는 두고봐야 한다.

하나로통신 지분의 8.43%와 5.41%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독자생존 필요성과 외자유치 조건인 주당 3100원보다 높은 발행가 등을 요구하며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 또한 "지금까지 LG의 통신사업이 걸어온 길을 보면 도저히 정사장의 말을 믿을 수 없다"며 LG의 하나로통신 인수를 반대하고 있다.

이날 하나로통신 이사회가 승인한 유상증자안은 주주우선공모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발행 주식 수는 2억주, 최저 발행가는 2500원으로 LG투자증권이 총액인수 방식으로 주간사로 참여하되, 실권주 발생시 LG투자증권이 전량 인수하는 조건이다.

따라서 유상증자가 예정대로 이루어지면 하나로통신의 자본금은 7월초 현재 1조3천966억원에서 2조3천966억원(액면가 5천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이날 승인된 유상증자(안)은 액면가 이하로 신주를 발행하기 때문에 8월5일 개최 예정인 임시주총에서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임시주총에서 특별결의를 통해 LG의 유상증자안이 승인 받기 위해서는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참석과 전체주식 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하나로통신 윤경림 상무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그 동안 이사회의 승인을 얻지 못해 진통을 겪었던 하나로통신의 자금조달 문제가 이제 첫 관문을 넘었다"며 "하나로통신에 애정을 갖고 투자를 희망했던 외국 투자자들에게도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하나로통신 이사회는 윤창번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을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 추천했다.

<1신 8일 오후 6시> 하나로통신 어디로 가나...

“외자유치가 무슨 저울질의 대상인가!”

8일 하나로통신의 이사회에 참석해 AIG-뉴브릿지 컨소시엄의 재협상 안을 설명하기 위해 서울프라자 호텔에 온 AIG-뉴브릿지 컨소시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푸념을 늘어놨다.

일산 하나로통신 본사
일산 하나로통신 본사 ⓒ 하나로통신
자신들은 LG, 삼성, SK등 주요 주주사들이 하나로통신에 더는 투자할 수 없다는 의사를 이미 확인하고 1년 6개월 여에 걸쳐 협상을 한 것인데, 갑자기 LG가 뒤통수를 쳤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하나로통신도 AIG-뉴브릿지 컨소시엄과 LG그룹의 제안을 놓고 저울질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주요 조건을 바꾼 것은 아니지만 고용안정 등 몇몇 사안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조건을 달아 하나로통신 측에 제시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만약 LG그룹의 유상증자안이 이번 이사회에서 통과된다면 어느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에 투자를 하겠느냐”고 비난했다.

8일 오후 4시. 서울 프라자호텔 4층 난초홀에서 하나로통신 이사회가 열렸다. 이사회에 참석하는 9명의 이사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굳어 있었다. 이날 이사회는 LG그룹의 5000억 유상증자안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일 예정이었다.

지난 3일 열린 이사회에서 AIG-뉴브릿지 컨소시엄의 외자유치안이 부결된 후 하나로통신은 사실상 LG그룹에 편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조만간 유동성 위기가 찾아올지도 모르는 하나로통신에 LG의 제안은 생존의 유일한 돌파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7일 밤 AIG-뉴브릿지 컨소시엄이 하나로통신에 고용안정을 필두로 한 재협상 안을 공식 제안해 옴에 따라, 하나로통신의 향배는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특히 기존 4억5천만 달러 규모의 외자를 5억 달러로 증액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두루넷 인수, 데이콤 합병 등을 추진한다는 청사진은, 5000억원 유상증자안과 신주발행가 최저 2500원을 제시했던 LG그룹에는 치명적인 제안이었다.

따라서 이날 이사회는 형식적인 LG 유상증자안 통과 자리가 아닌 여러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복잡한 자리가 되어 버렸다. 왜냐하면 기존의 LG 유상증자안 통과뿐 아니라 LG안을 부결하거나 LG안을 유보한 후 차기 이사회에서 두 가지 안을 검토해 추후에 투표하는 것까지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로통신의 한 관계자는 “오늘 참석한 이사들은 LG그룹과 AIG 그룹 모두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두 제안 중 하나로통신에 더 유리한 쪽에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자 쪽에서도 애초에 이런 좋은 조건을 내놓을 것이었으면 진작에 했어야 했다”면서 “어느 한 곳에도 의존할 수 없었던 하나로통신을 날로 벗겨 먹으려 했던 의도가 아니겠냐”면서 “회사에는 외자유치와 LG안을 비교하면서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하나로통신 노조도 이날 성명을 통해 “두 안을 충분히 비교 분석해 더 나은 안을 채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회사를 위한 길”이라면서 “오늘 이사회에 상정된 LG안을 일단 부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고속인터넷 업계 2위 업체인 하나로통신의 앞날은 앞으로 몇시간 후면 판가름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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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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