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시작이다. 우리는 쓰러지지 않는다."
9일 낮 12시 청계천 복원사업 홍보관 앞에서 시청 앞 장사 투쟁을 준비하는 청계천 노점 상인들의 약식 집회가 열렸다.
많은 비가 쏟아짐에도 불구하고 이날 집회는 전국 각 지역에서 올라온 40명 가량의 노점상인들이 참가해 청계천 노점상인들과 한 목소리로 '청계천 복원 공사의 대책 없음'을 규탄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끝까지 싸워 결코 쓰러지지 않음을 보여줍시다"라고 말문을 연 전국 노점상 연합 수석위원장 김인수(47)씨의 구호에 맞춰 15분 가량 진행된 집회는 결의를 다지는 노점상인들의 박수와 함성 소리로 마무리됐다.
그후 집회에 참석한 70여명의 노점상인들은 청계천 복원 공사의 부당함을 알리는 10대의 방송차량을 타고 시청 앞으로 이동했다.
한편, 홍보관 한 구석에는 전국빈민연합 김흥현 상임의장이 9일째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11시 30분경. 집회에 앞서 30명 가량의 청계천 노점상인들이 시청 앞 투쟁을 위해 삼일 아파트 18동 앞에 모였다. 이들은 궂은 날씨로 인해 참여가 저조한 서로의 모습에 실망하며 깊은 한숨을 교환했다.
한 노점상인은 "비가 오면 나오지 말고 비가 안 오면 나오라고 연락을 받았지만 같은 서울이어도 비가 오는 곳이 있고, 안 오는 곳이 있지 않은가?"라며 "지도자들의 정책에 일관성이 없는 것 같다"고 몹시 답답해했다.
더불어 '서울 시청 앞 장사 투쟁' 집회 내용을 모르고 그냥 나온 노점상인들도 더러 있었다. 2인 1조로 장사 물품을 준비하기로 돼 있었지만 실제로 장사 물품을 준비한 사람은 일부에 불과해 집회를 준비하는데 적잖은 차질을 빚었다.
이에 청계천 노점상 생존권 사수 투쟁위원회 위원장 이영환씨는 "많은 분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고, 솔직히 힘들어 죽겠다"며 다시 한번 노점상들에게 단합의 결의를 간곡히 당부했다.
그들은 시청 앞 장사 투쟁에 앞서 약식 집회를 갖기 위해 청계천 복원 홍보관으로 이동했다.
"대책없이 죽을 바엔 시청앞에서라도 장사하겠다."
청계천 노점상 시청 앞 장사투쟁
9일 낮 12시 30분 서울 시청 정문 앞. 청계천 노점상인들이 생존권을 위한 장사투쟁을 벌였다.
아이와 함께 좌판 시위를 한 석명숙(39)씨는 "우리 애가 심장병이다. 정말 더 이상 갈 곳도 할 것도 없다" 며 "우리의 생명이 과연 물고기보다도 더 못한 것인가?"라고 호소했다.
전국 노점상 연합 상위위원장 오종열(65)씨는 "물고기보다는 사람을 먼저 살리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서울시는 청계천에 '사람'이 사는 걸 모르는 것 같다"며 "전 세계적으로 이런 막무가내 공사를 하는 곳은 오직 한국뿐이다"라고 열변을 토했다.
이에 전국 빈민연합 의장 노수희(61)씨는 "일본에선 작은 실개천 하나를 만드는데도 주민들의 편의를 봐주느라 무려 15년이나 걸렸다. 이에 비해 서울시는 너무나 졸속 행정을 펴고 있다"며 "여론몰이를 통해 시민들이 청계천 상인들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보는지 모르게 하고 있다"고 서울시 정책에 일침을 가했다.
이에 앞서 이들은 짧은 기자회견을 통해 "대책 없이 죽을 바엔 시청 앞에서라도 장사하겠다"라며 굳은 의지를 전했다. 또 그들은 '늙은 노점상인의 노래' 와 '임을 위하여'를 함께 부르며 서로를 격려하고 박수와 함성으로 결의를 다졌다.
이 투쟁은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대략 30분 가량 진행됐다. 투쟁 후 그들은 다시 홍보관으로 모여 정리집회를 갖고 3시에 해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