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서울 삼성동의 COEX몰 반디앤 루니스 서점과 엑스박스 게임존에 이르는 통로변에서는 묘(猫)한 사진 전시회가 열렸다. 이 전시회는 국내 최대의 디지털 카메라 커뮤니티 사이트인 "DC인사이드(http://www.dcinside.com/)"의 야옹이 갤러리 회원들이 자신들의 고양이 사진을 공개적으로 선보인 것.
흔히 개는 주인을 잘 따르며 키우기가 쉬운 편이라고 알려져 있는 것에 비해 고양이는 다소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다. 또 '애견'이란 말은 흔히 듣고 있지만 '애묘'라는 말은 어딘지 생소하다.
즉, 고양이가 야행성이란 점과 으슥한 밤에 아기 울음소리를 내는 점등으로 인해 오랫동안 터부시되어 온 것. 또한 도심지에서 생활하는 고양이가 주택가의 쓰레기통을 뒤지며 도둑고양이라는 오명을 쓰면서 사람들에게 혐오의 대상이 된 것이 오늘날의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옛 민화 속에 그려진 고양이를 떠올려보면 사람들과 함께 평화를 누리는 친근한 모습의 고양이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가난하지만 착하고 화목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진주를 찾아 물어다 주는 것이 바로 고양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노랫말이 매력적인 동요, "검은 고양이, 네로~ 네로~~"에 등장하는 동물도 고양이이다. 뮤지컬로 유명한 <캣츠>의 주인공도 고양이!다. 이처럼 고양이가 사람들의 친구라는 것을 널리 알리며 오늘날의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 이번 전시회의 특징이다.
사진들은 사람의 품에 안겨진 고양이, 판넬 하나를 가득 채우는 큰 것에서부터 보통 사진만 한 작은 것까지 다양하며, 자신들의 고양이의 예쁜 모습을 찍은 것들이다. 억지로 연출된 사진이 아니라, 생활속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고양이의 매력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발바닥이나 코를 클로즈업한 재미있는 사진들이 흥미롭다.
인상적인 판넬중의 하나는 고양이에 대한 각종 오해를 쉽고 재미나게 풀어주는 설명을 담은 내용이다. 그 중의 하나를 소개하자면 "고양이가 주인을 몰라보는 배은망덕한 동물"인지 아닌지에 관한 질문에 주인을 몰라보는 게 아니라 강아지들과 같은 충성심을 바라기 때문에 생긴 오해라고 밝히고 있다.
덧붙여서 고양이는 주인을 몰라보는 것이 아니라 강아지들처럼 절대적인 충성과 복종을 하지 않는 것 뿐이며, 사람은 주인이 아니라 친구이기 때문에 복종을 기대하지 말고 좋은 친구로 대해주어야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인기 인터넷 만화가 강도영씨의 만화 "고양이를 부탁해"도 소개되고 있으며, 고양이 귀 장식의 머리띠를 한 자원봉사자들이 상세한 안내와 진행을 돕고 있다.
상업성보다는 순수하게 고양이를 좋아하며 애묘인들이 디지탈 카메라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추진하고 실천을 한 전시회라는 점에서 주목이 되었다. 전시회장을 둘러보고 방명록에 간단한 소감과 느낌을 적으면 동호회에서 마련한 열쇠고리, 엽서, 고양이 스티커와 같은 기념품을 받을 수 있었다.
전시회를 보러 온 이들 중에는 직접 키우는 고양이를 안고서 일부러 찾아온 사람들도 눈에 띄었고 아이의 손을 잡고 관람하는 가족들도 있었다. 이들의 감상 후 소감은 원래는 고양이를 많이 싫어했지만 이제는 조금 싫어하겠다는 반응이었다. 고양이가 귀엽고 고양이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며 앞으로 고양이를 한 번 쯤 키워보고 싶다는 뜻을 비추기도 하였다.
한편, 묘한 전시회를 기획하고 준비한 양현씨는 "처음 이 아이디어를 내고 시작했을때, '말만하고 진짜로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의심도 많이 받고 정말 가능한 일일까라는 의구심 섞인 말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상상하던 일이 현실이 되었습니다"라고 야옹이 갤러리 공지에서 밝혔다.
그리고 5일간의 전시회를 마치고 난 후에는 땀에 젖었던 셔츠가 잊혀질 만큼 행복했다며 고양이를 싫어하던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덜 싫어하게 되어 가슴이 벅찼다는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