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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수련
황금수련 ⓒ 궁중유물전시관
하얀 연꽃

花中君子却相宜, 화중군자각상의
不染纖塵白玉姿. 불염섬진백옥자
最愛聞香初過雨, 최애문향초과우
晩凉池館月來時. 만량지관월래시

꽃 중의 군자란 별명은 너무나 마땅하네
티끌도 먼지도 묻지 않은 백옥같은 모습이라네
비 온 뒤 번지는 향 마냥 사랑스러운데
해질녘 누각에 바람 서늘하고 달이 떠오네


청나라 변수민(邊壽民)이 노래한 '하얀 연꽃(白花)'이란 한시이다. 예부터 사람들은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를 사군자(四君子: 梅蘭菊竹)라고 하여 좋아했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연꽃을 많은 사람들은 사랑했다. 특히 연과 불가와의 인연은 자못 깊기만 한다. 여기 시인은 하얀 연꽃을 "꽃 중의 군자"로 칭송하고 그 모습과 향기를 아름답게 읊는다.

서울대 명예교수 이병한 선생은 “연꽃은 흙탕물 속에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데 이 세상에는 스스로 도덕군자로 행세하면서도 세속탁류에 휩쓸리는 사람들이 많으니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한다.

분홍수련2
분홍수련2 ⓒ 궁중유물전시관
연꽃을 예찬한 옛 시인들도 많았다. 애련설(愛蓮說)의 주돈이(송나라, 1017-1073), 양화소록(養花小錄)의 강희안(姜希顔, 조선초기, 1417-1465), 오곡연당기(梧谷蓮塘記)의 이산해(李山海, 조선 중기, 1539-1609) 등의 글에서 연의 기품은 높아 있다. 또 송강 정철(松江 鄭澈, 1536-1593)도 관동별곡(關東別曲)에서 백련화(白蓮花), 성산별곡(星山別曲)에서 홍백련의 향기를 묘사하고 있다.

강희안은 또, 꽃과 나무(화목:花木) 9등품 중 가장 높은 품격과 뛰어난 운치(高標逸韻)에 매화, 국화, 대나무(梅菊竹)와 함께 연꽃을 꼽고, 또 깊은 곳에 숨어사는 은자(隱者)의 기상이라면서 소나무, 국화, 대나무(松菊竹)와 함께 연꽃을 화품(花品) 9품 중의 1품으로 다시 꼽았으며, 허균(許筠, 1569-1618)은 화안(花案)에서 꽃을 요염(艶), 유명(名), 은둔(隱), 탈속(禪)으로 나누고, 연꽃을 탈속자리에다 놓았다.

홍수련
홍수련 ⓒ 궁중유물전시관
그리고 조선왕조실록에는 임금마다 또 궁궐마다 연꽃과 관련된 많은 자료가 나타나 있어 주목된다. 태종은 상왕(정종:定宗, 1357-1419)을 창덕궁 광연루(廣延樓)에 활짝 핀 연꽃(荷花) 구경을 청해 연회(宴享) 베풀고, 세조도 경복궁 후원(後苑)의 취로정(翠露亭) 낙성연(落成宴)을 베풀고는, 그 앞에 못을 파서 연꽃을 심게 명하였으며, 성종은 경복궁(景福宮) 경회루(慶會樓)에서 중국 사신맞이 연회를 베풀 때 연꽃 구경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연꽃은?

연꽃은 아시아 남부와 북오스트레일리아가 원산으로 진흙 속에서 자라면서도 깨끗하고 고귀한 식물로 ‘순결’ ‘청순한 마음’이란 꽃말을 가지고 있다. 연은 7∼8월에 꽃을 피우는데 붉은 꽃을 피우는 홍연(紅蓮)이 대부분이고, 흰꽃을 피우는 백련(白蓮)은 매우 귀하다. 우리나라에서는 10만평 정도인 전남 무안의 ‘회산(回山)백련지’가 ‘백련(白蓮)’의 집단서식지(集團棲息地)로 유명하다

연밥은 신경을 과도하게 쓰는 고3 수험생, 직장인, 갱년기 여성, 허약한 노인 등이 찹쌀밥을 해서 먹으면 좋다고 하며, 잎은 수렴제(收斂劑:위나 창자에 작용하여 설사를 멈추게 하거나 점막이나 피부의 상처에 얇은 막을 만들어 보호하는 약), 지혈제로 사용하거나 오줌싸개 치료에 쓴다. 뿌리(연근:蓮根)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이 들어있어 나물 등으로 요리한다. 뿌리와 꽃이 피부에 좋다고 하여 차로 만들어 마시는 사람도 있다.

홍련
홍련 ⓒ 궁중유물전시관
최근엔 연꽃이 노화방지에 탁월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부산대 정해영 교수 연구팀은 1000여 종의 자생물질을 탐색한 결과, 연꽃 수술에서 노화 방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천연물질을 추출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정 교수팀은 "연꽃 수술 추출물이 노화의 원인물질인 활성산소와 활성질소 생성을 막을 뿐만 아니라 제거하는 기능까지 있다는 것을 확 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꽃은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다. ‘염화시중(拈花示衆)의 미소’ 즉, 어느 날 영산회상(靈山會上)에서 부처님이 설법 대신 연꽃 한 송이를 들어 보였는데 제자 중에 가섭존자만 홀로 미소를 지었다고 하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연꽃은 흙탕물 속에서 맑은 꽃을 피운다. 그래서 불교(佛敎)에서는 깨달음을 얻은 부처를 상징하고, 빛과 극락정토(極樂淨土)를 상징하기도 해 생명의 근원으로 인식된다고 한다.

전국에서 열리는 각종 연꽃잔치

경기 남양주 봉선사는 7월 19, 20일 경내에 조성된 1000여 평의 연못 주변에서 영산대재를 하며, 가수 한영애, 안치환의 산사음악회, 놀이마당, 국악한마당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또 강화도 선원사는 3500여평의 연밭에서 17∼20일 ‘제1회 논두렁 연꽃축제’를 여는데 연이야기, 연차시연, 소림사 무술 시범 등의 행사를 갖는다.

어리연
어리연 ⓒ 궁중유물전시관
서울 서대문구 봉원사는 17일부터 8월 12일까지 제1회 서울연꽃축제를 개최하는데 연못 대신 대웅전 앞마당에 600여개의 수반(水盤)을 마련해 일일이 연꽃을 심을 계획이라고 한다. 연산재와 이애주춤 한마당 그리고 연꽃사진전을 연다.

백련의 원조격인 충남 아산 인취사는 7월 하순 ‘백련시사(白蓮詩社)’라는 이름으로 잔치를 연다. 800여 평의 아담한 연못에 100종의 각종 연꽃이 만발할 무렵에 시인, 화가, 국악인, 차인들이 모여 시를 짓고, 노래를 하며 차를 나눈다.

전주 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전주예총)도 26, 27일 전북 전주 덕진공원에서 전주 연꽃예술제를 연다. 4만여 평에 가득 핀 홍련을 배경으로 음악회, 사진촬영대회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충남 천안시 상록리조트에서는 9월 21일까지 ‘제1회 세계연꽃축제’가 열리고 있다. 전 세계에서 자생하는 350종 1200본의 다양한 연꽃이 10만평 규모의 공원을 가득 채웠다.

전북 김제의 청운사는 지난달 28일부터 연꽃축제를 시작해 이 달 27일까지 계속한다. 1만 6천 평의 연못에 백련 꽃이 활짝 피어 있는데 매주 토·일요일 공연도 마련되어 있다. 청운사는 연꽃 차의 최대 생산지로 연간 1만여 통의 차를 만든다. 연꽃과 작설차를 섞어서 만든 ‘백련차’, 연잎만으로 만든 ‘백련잎차’, 연꽃 잎 줄기 열매 등을 섞어 만든 ‘백련정차’가 있다.

분홍수련
분홍수련 ⓒ 궁중유물전시관
전남 무안군 연꽃축제는 일반인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행사로 올해는 8월 14부터 17일까지 열린다. 10만여평의 회산 방죽에 피는 연꽃이 장관을 이룬다. 군청은 올해 연꽃 관찰을 위한 보트도 띄울 예정이다. 여기에는 양파담기 대회, 서울팝스오케스트라의 한여름밤의 대음악회, ‘양파 한우 먹고 소리 크게 지르기 대회’, 연꽃생태사진전시, 불교탱화전시, 사찰음식전, 탁본체험장, 황토농산물을 이용한 천연염색전, 연향차와 초의선사 다도체험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되어 있다.

고궁과 연꽃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덕수궁 잔치

그런 가운데 서울 한복판에서도 연꽃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잔치가 열린다. 문화재청 궁중유물전시관(관장 강순형)은 서울 도심에 자리잡은 덕수궁에서, 맑은 벗(淨友)과 군자(君子)라 한 연(蓮)꽃과, 깨끗(淸純)한 마음이란 꽃말로 사랑 받아온 수련(睡蓮)꽃을 피워, 몸과 맘을 깨끗이 씻어줄 고궁과 연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해 볼 자리를 마련했다.

동남아 등 국내외 곳곳에서 오랫동안 연꽃을 수집한 공주대학교 ‘금강생태공원개발연구센터’(소장 서승염)의 도움으로 대형 분지(盆池:흙과 물을 넣은 항아리만큼 큰 화분)에 심은 무려 250종 500분(연꽃 100종, 수련 150종-희귀종 열대수련 20종 포함)을 서울에서 그 첫선을 보이는 것이다. 여기선 연차 및 연엽주 시음회와 아름다운 연꽃 슬라이드 감상 및 연의 효능과 재배법 등에 대한 특강도 열어 일반인들의 흥미와 이해를 드높이는 자리도 마련하였다.

백련
백련 ⓒ 궁중유물전시관
기간은 2003년 7월 12일(토)부터 9월 14일(일)까지이며(월요일은 쉼), 장소는 덕수궁 분수대이고, 연차, 엽연주 시음회는 12일 오후 3시, 강순형 관장의 ‘슬라이드를 활용한 연꽃 감상하기’ 특강은 7월 26일(토) 오후 3시, 서승염 소장의 ‘연의 효능과 재배법’ 특강은 8월 2일(토) 오후 3시에 있게 된다.

지난 5월 29일 <한겨레>에는 “삼보일배, 이야말로 진정한 종교!”란 제목으로 현각 스님의 글이 올라 있었다.

"5월 31일 토요일, 새만금 삼배일보 행렬이 광화문 집회를 마지막으로 대장정을 끝낸다. 같은 날, 불교, 카톨릭, 개신교 연합으로 난치병 어린이를 돕기 위한 사랑의 바자회가 수유리 화계사 아래 한신대학원 운동장에서 열린다. 이 두 가지 사건을 보면서, 나는 한국의 종교공동체에 내가 속해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지금처럼 사회가 불안하고, 어지러운 시기일수록 이러한 행동은 더욱 필요하다. 이라크 전쟁 발발 이후 한반도에서도 핵무기에 대한 불안이 팽배하고 있다. 그러나 중동에서 종교 간의 끝이 보이지 않는 갈등과 미움이 전쟁까지 이어진 반면, 요즘 한국에서는 종교 간의 장벽이라는 두꺼운 흙더미를 뚫고 연꽃 봉오리 하나가 피어나고 있다.

백수련
백수련 ⓒ 궁중유물전시관
이 꽃은 다른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이 놀랄 만큼 아름다운 것이다. 이 꽃의 감로수는 한국이라는 위대한 사회 위에 떠돌고 있는 비관적분위기를 몰아내고 한국인의 저력을 입증하고도 남을 만큼 달다.”


연꽃은 바로 그런 것이다. 우리 모두 연꽃을 가슴 속에 넣어 두고 사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일까? 그럴 때만이 세상은 평화 속에서 아름다움을 간직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연꽃을 고궁 속에서 색색의 고운 빛깔, 그윽한 향내와 청정 탈속한 자태의 아름다움을 함께 바로 우리들 눈코 앞에서 자세히 보고 함께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잔뜩 세속의 때가 묻은 사람들이여 가까운 덕수궁에서 연꽃의 향그러움으로 몸과 마음을 닦아내면 얼마나 좋을까?

무안 연꽃축제 포스터
무안 연꽃축제 포스터 ⓒ 무안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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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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