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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변호인단과 함께 충주지청에 출두하고 있는 오웅진 신부. 오 신부는 9일까지 세번의 소환장을 받았지만 이틀은 침묵을 지켰고, 한 번은 소환에 불응했다.
지난 7일 변호인단과 함께 충주지청에 출두하고 있는 오웅진 신부. 오 신부는 9일까지 세번의 소환장을 받았지만 이틀은 침묵을 지켰고, 한 번은 소환에 불응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꽃동네 설립자인 오웅진(57) 신부의 국고 보조금 및 후원금 횡령 등의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충주지청(지청장 김규헌)은 며칠째 소환조사를 받고 있는 오 신부가 계속 '묵비권'을 행사하자, 강제적 수단을 동원해 수사를 벌일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오 신부 변호인단이 "10년차 이상의 경력을 가진 검사가 (오신부를) 조사하도록 요구하겠다" "사건의 본질을 수사하라. 농지법 등은 잔가지이다"라면서 검찰의 수사 영역 뿐만 아니라 피의자 입장에서 담당 검사를 마음대로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명하고 있다.

"기본적인 법조인의 자질을 망각한 행위를 하고 있다."(충주지청 검사)

오웅진 신부를 수사하고 있는 충주지청 한 검사는 소환조사 이틀째인 8일 저녁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오 신부의 '자원봉사변호인단'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다음날인 9일 오후 당초 예정되어 있었던 오 신부가 '신병'을 이유로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자 김규헌 지청장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오 신부가 이틀 동안 묵묵부답한 것은 결코 바른태도가 아니다. 또 일부 변호인은 자신이 그렇게 하라고 했다며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닌다. 이런 식으로 수사를 지연시킨다면 오 신부에 대한 강제수사도 검토하겠다."(김규헌 충주지청장)

검찰이 이처럼 변호인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지난 7일부터 사흘째 검찰의 소환을 받은 오 신부가 이틀동안 검찰의 심문에 단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는 이른바 '진술거부'를 하고 있는 탓이다. 오 신부는 심지어 '생년월일'이나 '출신학교'를 묻는 기본적인 질문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충주지청 수사검사가 '법조인의 자질'을 들며 변호인단에 불만을 표시한 것은 피의자인 오 신부의 묵비권 행사 배경에 변호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변호인단은 오 신부에 대한 이번 검찰 수사가 "무리한 수사"라는 이유로 오 신부에게 진술거부를 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자원봉사변호인단 가운데 한 명인 손광운 변호사는 7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농지법 및 부동산실명제 위반, 업무방해 등 사건의 본질이 아닌 잔가지에는 수사에 협조하지 말고 묵비권을 행사하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오 신부는 변호사들의 주문을 받아들인 탓인지 이틀동안 전혀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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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속한 수사 종결 요구하던 변호사, 지금은 진술거부 사주해 수사 방해"

현재 오 신부의 변호인단으로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한 사람은 임광규(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부회장), 이상수(이용호 게이트 특검보), 손광운 변호사 등 3명이다. 그러나 이 외에도 정장현 변호사와 판사 출신 김동국 변호사가 오 신부를 돕고 있고 김기수 전 검찰총장도 조만간 선임계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처럼 '화려한' 변호인단이 있음에도 이들이 오 신부에게 진술 거부를 종용한 것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 동안 이 사건의 빠른 수사 종결을 검찰에 수 차례 요구해왔던 변호인단이 막상 오 신부 본인의 소환조사에 들어가자 침묵하도록 요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충주지청 한 관계자는 "손광운 변호사가 지금 말을 바꾸고 있다"며 "지난번 충주지청 앞에서 일인시위를 할 때는 빨리 수사를 끝내라고 했고, 충주지청 검사들은 능력이 없으니 대검 중수부로 넘겨서 수사하라고 했는데 지금은 오 신부의 진술거부 작전을 손 변호사가 사주해 오히려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충주지청 관계자들은 오 신부의 변호인단이 "기본적인 법조인의 자질"조차 잊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오 신부에게 진술거부를 종용함으로서 수사 진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충주지청 전경.
충주지청 관계자들은 오 신부의 변호인단이 "기본적인 법조인의 자질"조차 잊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오 신부에게 진술거부를 종용함으로서 수사 진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충주지청 전경. ⓒ 오마이뉴스 권우성
김규헌 지청장도 9일 오후 기자들을 만나 "지난 1월말 검찰의 수사 사실이 알려진 뒤 꽃동네와 천주교 청주교구, 수사 수녀들, 변호인들이 각종 민원과 탄원을 통해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 해 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했다"며 "조속한 수사 마무리를 위해 협조하겠다고 해놓고 지금 와서 수사를 방해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성토했다.

특히 김 지청장은 이 자리에서 일부 변호사를 지목해 "사건의뢰인에게는 관심도 없고 오직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사건을 이용하는 변호인"이라면서 "변호사에게 일일이 대응할 필요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겨우 농지법 조사하려고 검찰이 10개월 허비했겠나?,
변호사들이 검찰에서 도대체 뭘 조사하는지조차 모른다"


검찰은 또 임광규, 손광운 변호사가 "사건의 본질을 수사하라"며 "농지법 등은 잔가지일 뿐"이라고 주장하는데 대해 "변호사들이 검찰에서 도대체 뭘 조사하는지조차 모른다"고 비판했다.

김 지청장은 9일 "겨우 농지법 조사하려고 검찰이 10개월을 허비했겠느냐, 검찰은 그렇게 한가한 조직이 아니다"라며 "지금 수사의 내용은 '과연 꽃동네의 실체가 무엇이냐'는 것과 '꽃동네를 어떻게 운영해 왔느냐'는 것"이라고 밝혔다.

충주지청 한 검사도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거나 참고할 내용이 있으면 정식으로 변호인 의견을 서면 제출하라고 몇 차례 요구했다"며 "조사받았던 수사, 수녀들이나 오 신부 본인에게 몇 가지만 물어봐도 변호인 의견을 제출할 수 있을텐데, 변호사들은 그것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는 "이는 변호사들이 검찰의 수사 내용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충주지청 일각에서는 "오 신부가 얼마나 거물이길래…"라는 비아냥 섞인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손광운 변호사가 오 신부 소환 전날 기자들에게 "10년차 이상의 경력을 가진 검사가 조사하도록 요구하겠다"고 밝힌 뒤 나온 얘기다.

한 검사는 "충주치정에서 10년차 이상 검사는 지청장, 부장검사밖에 없는데 지청 전반을 관리해야 하는 지청장이나 6명 검사들의 수사지휘를 하고 결재해야 할 부장검사가 수사하라는 말이냐"며 "오 신부가 얼마나 거물인지는 모르지만 비리의혹이 있는 전직 장관이나 청와대 비서실장도 검찰에 출두하면 특수부 평검사들 조사를 받는다"고 전했다.

손광운 변호사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한 뒤 검찰에 "10년차 이상의 연륜있는 검사로부터 직접 심문 받을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도대체 오 신부가 얼마나 거물이길래..."라는 반응이다.
손광운 변호사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한 뒤 검찰에 "10년차 이상의 연륜있는 검사로부터 직접 심문 받을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도대체 오 신부가 얼마나 거물이길래..."라는 반응이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충주지청 관계자들이 변호사들을 향해 '법조인의 기본 자질'을 들어가며 질타한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변호사들이 피의자의 기본권을 생각하는 것은 좋지만, 기본적인 법조계의 룰조차 고려하지 않은 막무가내식이라는 얘기다.

충주지청 "강제조사 등 법이 허용하는 모든 조치 취할 것"

오 신부는 10일 오전 9시55분께 충주지청에 다시 출두해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진술을 거부하는 등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충주지청은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 지청장은 9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오 신부가 계속해서 진술을 거부한다면 강제조사 등 법이 허용하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검찰은 이번주 기본조사를 마친 뒤 다음주까지 오 신부를 소환 조사해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검찰은 비록 오 신부가 진술을 거부하고 있지만, 그 동안 수사를 통해 혐의 내용을 입증할 상당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청장은 "다음주까지는 본인 해명과 그에 따른 자료 재확인으로 결론을 내려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며 "진술 거부에 따라 오 신부에게 돌아갈 비난과 각종 불이익은 오 신부측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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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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