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대철 대표는 굿모닝시티 윤창렬 대표로부터 4억2000만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10억원 이상 수수설'이 사실무근으로 판명되더라도, 4억2000만원의 돈은 법인 기부한도를 넘어서는 불법자금일뿐 아니라, 법적 의무인 영수증처리를 하지 않은 돈이 상당액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 대표는 정치자금법과 선거법을 피해나가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가 집권당의 대표이자 민주당 신주류의 대표적인 중진이라는 점에서, 그 정치적 파장은 대단히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여권 고위인사' 혹은 '현정부 실세 정치인'이라는 표현이 언론에 계속 등장하고 있다. 아직은 언론에 실명이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정치권에서는 이미 당사자의 실명이 돌고 있는 상태이다.
검찰이 그가 윤창렬 대표로부터 6억원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하여 수사중이라는 소식이다. 수사결과 혐의가 확인되어 그 이름이 공개될 경우 당장 현정부에 미치는 타격 또한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 뿐 아니다. 굿모닝시티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다른 여야 의원들의 이름이 돌고 있다.
그런가 하면 대북송금 특검수사에서 발견된 '150억+α'의 실체도 태풍의 눈으로 자리하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김영완씨의 역할이 파헤쳐지고 비자금의 사용처가 드러날 경우, 대북송금 파문을 능가하는 태풍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얘기가 특검수사 종료 이후 계속 나오고 있다.
더욱이 최근 검찰이 하나의 가능성으로 상정한, 김영완씨가 이미 돈세탁을 끝낸 현금을 곧바로 150억원어치 CD와 교환했을 경우에는, 이 비자금의 16대 총선자금 유입 가능성이 부상하게 된다. 이 경우 당시 총선자금을 지원하는 위치에 있었던 인사들이 수사를 피해가기 어렵게 된다. 한마디로 곳곳에서 난리가 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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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검찰수사에서 야당 의원들의 이름도 나오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지난 정권의 여당인사들이 수사의 주대상을 이루고 있다. 그 유탄이 어디까지 미치게 될지는 지금으로서는 예측불허이다. 집권당의 대표가 이미 소환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현정부 실세 정치인'의 소환도 임박해가는 것으로 보인다. '150억+α' 비자금과 관련해서는 민주당내 구주류 인사들의 이름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한마디로 검찰은 정치적 고려없이 원칙대로의 수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신주류이든 구주류이든 혐의가 있으면 예외없이 수사하고 사법처리한다는 태세이다. 정치권을 향한 '검찰의 난(亂)'이라 할 법하다.
이제 그 정치적 파장은 만만치않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집권당 내부의 질서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당장 정대철 대표의 혐의 때문에 민주당내 신주류의 입지 약화를 예상하는 시각들이 많지만, 사태가 그리 단순한 것만은 아니다.
비자금 의혹 수사가 이것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굿모닝시티 수사에 이어 '150억+α'에 대한 수사까지 재개될 경우 누가 정치적으로 사망하고 살아남게 될지는 예측불허의 상황이다. 민주당내 구주류측이 다시 주도권을 잡는 상황이 오는 것도 쉽지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현정부 실세 정치인'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당장은 노무현 정부에게 타격을 주는 결과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은 역으로 과거 정치와의 단절을 위한 정치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초미의 관심사는 잇달은 비자금 수사의 파장이 현재 진행중인 신당추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동안 신주류의 일원이면서도 구주류를 껴안고가기 위한 중재자 역할에 적극 나섰던 정 대표가 낙마할 경우, 신당논의의 흐름도 새로운 국면을 맞는 것이 불가피해진다. 당장 민주당내에서는 신주류와 구주류간의 접착고리가 끊어지면서 통합신당의 현실적 가능성이 약화되는 상황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이어지는 '150억+α' 수사에서 구주류 인사들이 타격을 입을 경우에는 이래저래 통합신당의 가능성은 물건너가는 얘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민주당내의 질서는 당분간 혼돈상태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며, 이같은 상황의 지속은 결국 분당을 통한 신당결행의 행동을 촉진하게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민주당을 그대로 껴안고 가는 것 자체가 상처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비자금 수사의 태풍은 뜨거운 여름을 거치며 정치권에 많은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 검찰발(發) 정계개편이라 할 법하다.
그러나 검찰이 이런 소리를 듣기 싫어할 필요는 없다. 검찰은 예외없이 공정하게 원칙대로하면 된다. 검찰이 먼저 집권당의 안위를 걱정할 이유도 없고, 신당추진에 미칠 영향을 계산하고 있을 이유도 없다. 정치적 계산과 판단은 정치인들이 하면 된다.
신당을 추진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의 수사에서 신주류에게 불똥이 튈 것을 걱정할 일이 아니다. 그래가지고 만들어지는 신당이라면 그것은 이미 신당이 아니다. 검은 돈의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지킨, 그래서 이 고통스러운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만이 신당을 하면 된다.
정치권에 불어오고 있는 비자금 태풍. 새로운 정치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어차피 거쳐야 할 관문이다. 이 관문을 거치고나면 과연 우리 정치는 검은 돈의 악순환에서 자유로와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