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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 공동대표가 지난 5월 14일 송내역에서 추락사한 故 장영섭씨의 위령제에서 헌화하고 있다.
박경석 공동대표가 지난 5월 14일 송내역에서 추락사한 故 장영섭씨의 위령제에서 헌화하고 있다. ⓒ <위드뉴스> 자료사진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지하철 1호선 내지 8호선은 모두 장애인 편의증진법 시행일 이전에 설치되어 있던 시설들로 '장애인 편의증진법에 의한 정비기간은 법 시행 후 7년 후인 2005년 4월 10일까지 편의시설을 설치· 정비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고 피고들이 장애인 편의증진법에서 정한 기한 내에 장애인편의시설을 완비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계속 편의시설의 설치, 관리 및 시설개선 등에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불법행위를 행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의 자유로운 이동권을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들은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이유는 △서울시·서울시 지하철공사·서울시 도시철도공사는 1998년 11월 13일경 지하철 환승 편의시설 개선계획을 수립하는 등 편의시설의 정비 및 확충의 계획을 세운 다음 휠체어 리프트나 엘리베이터 등의 설치 추진 △2000년 5월 22일경부터는 편의시설 설치작업을 총괄하여 확대추진하기 위해 서울특별시 지하철건설본부에 편의시설 등을 설치하도록 일괄 위임한 점 △장애인 편의시설은 2004년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편의시설 정비 및 확충작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지난 97년 4월 10일 제정되어 98년 4월 10일 시행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 편의증진법)'에는 '장애인 등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장애인 등이 아닌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라고 되어 있으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각종 시책을 마련하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두고 있다.

또한 장애인 편의증진법 시행일로부터 2년 이상 7년 내외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하고 그 기한을 2005년 4월 10일까지로 못박고 있다.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석 대표 등 9명의 휠체어장애인들은 주로 이용하는 지하철역에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지하철을 이용할 수 없거나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다하더라도 장애인 편의증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편의시설 구조·재질 등에 관한 세부기준에 적합하지 않아 편의시설을 이용하는데 있어 불안감을 느끼는 등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해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었다.

이들 장애인들은 헌법에 의거해 인간의 자유로운 행동권이 포함된 행복추구권, 거주 이전의 자유권 등을 인정하고 있고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신체장애자 및 질병 노령 기타와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는 헌법 규정을 거론하면서 편의증진법에서 장애인편의시설 설치기한을 2005년 4월 10일로 규정하고 있지만 장애인 이동권은 헌법에 보장된 것이기 때문에 기한과 상관없이 피해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장애인들은 철로점거 등을 통해 장애인이동권 보장을 요구해왔다.
그동안 장애인들은 철로점거 등을 통해 장애인이동권 보장을 요구해왔다. ⓒ <위드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재판부는 "장애인들이 편의시설 설치, 관리를 요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권리가 헌법에 의해 직접적 및 필연적으로 도출된다고 보기 힘들고 장애인들의 편의시설 설치, 관리 요구권리는 장애인들의 사회활동참여와 복지증진을 위하여 국가가 구현해 주어야할 사회적 기본권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면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관리 규정시행을 2005년 4월 10일까지 유예하고 있기 때문에 편의시설의 적절한 설치, 관리가 지연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사정만으로 피고인들이 어떠한 불법행동을 저질렀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재판부는 '사회적 기본권 구현은 국가의 입법 과정, 정책결정과정, 무엇보다도 예산책정과정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결정해야할 사항으로 국가의 현실적인 재정적, 경제적 능력의 범위 내에서 다른 국가과제와의 조화 및 우선 순위결정을 통해 그 구현시기, 범위 등이 정해질 수밖에 없다(2002헌마52결정)'는 2002년 12월 18일 헌법재판소 판례를 근거로 들기도 했다.

다만, 원고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아직 장애인 편의시설이 장애인 편의증진법에서 정한 설비기준 등에 적합하도록 설치·관리되지 아니한 상태인 까닭에 원고들이 다소간에 정신적인 고통과 불안감을 느끼는 점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법원의 판결에 대해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현재의 법 자체가 얼마나 한계가 있는가를 극명하게 나타내주는 것"이라며 "지금의 법을 가지고 장애인 차별철폐라는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박경석 공동대표는 "비장애인 중심으로 구성된 그들의 생각에 의해 장애인이 계속 다치고 죽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며 "지금의 법으로는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법 개정을 통해 강력한 강제조치를 만드는 투쟁을 전개해야 할 것 같다. 장애인 이동보장법이나 장애인차별금지법도 지금과 같은 법 형태를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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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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