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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미디어
'죽음이란 삶의 대극이 아닌 일부'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알고있음'이 생에 적용되기란 얼마나 지난한 일인가?

하여, 우리는 죽음을 삶과는 외떨어진 공포나 서러움 따위로 인식하기 일쑤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류명환의 첫 시집 <서쪽으로 길이 있다>(상상미디어)에서 만나는 진술은 익숙하면서도 생경하다.

그 날 사내와 나는 말없이 다리 난간에 기대어 석양 그늘로 흘러가는 오리떼를 턱 괴고 바라본 것뿐이었는데, 몇 날 후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나는 그에게 그가 이 세상에서 겪은 가장 슬픈 이야기보다 더 슬픈 이야기를 들려줄 수 없었던 것을 슬퍼하였고… (위의 책 중 '부음' 부분)

강원도 어느 한적한 마을에서 함께 오리떼를 바라보던 사내의 갑작스런 죽음. 그러나 그 죽음은 우리의 경험 '밖'이 아닌 '안'에 있었다. 갑작스런 한 사내의 사라짐. 그러나, 그 사라짐으로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슬프지만, 엄연한 명제. 바로 이때 류명환은 또 다른 사라짐 혹은, 죽음을 떠올린다.

무망(無望)도 희망이어라 // 절망하여 단 한번을 무릎 꿇어본 일이 없고 / 내 안에 적을 지님이 없었으되 / 호강한 것이다 // 살아야겠다 (위의 책 중 '자살 고(考)' 전문)

스스로 택한 죽음이거나, 어쩔 수 없이 맞아야했던 죽음이거나 그 차이는 없다. 지상에서의 짧은 생을 마무리하고, 천상으로 사라진다는 것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인 동시에 인력(人力)으로 어떻게 해볼 도리 없는 우주의 순리.

이것을 깨달은 시인은 너무나도 태연한 목소리로 죽음을 노래한다. 그 노래 속에는 류명환이 태어난 고향, 강원도 영월의 바람소리가 묻어있다.

그리고… 오래 면벽 중이던 누가 결가부좌를 풀고 유언을 물어오거든 // 단조로운 삶이 못내 겨웠음을 / 망자(亡者) / 즈음사 깨달은 바 // 일몰의 골짜기를 갸웃갸웃 되짚어 갔더라고 // 짐작이듯 / 근황만을 전함이 옳겠다 (위의 책 중 '묘비명' 전문)

류명환의 시를 읽다보면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잠언. "어느 죽음이 감히 삶보다 따뜻하랴." 그렇다. 우리는 아직도 아니, 앞으로도 삶보다 따뜻한 죽음을 만나지 못하리라.

무엇이 그 남자의 모두를 파괴했는지
- 김인숙의 <그래서 너를 안는다>


ⓒ 청년사
인간에게 가족이란 무엇이고, 그 가족과 나눌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사람이 사람으로 인해 아름다워지거나 추해질 수 있는 극단은 어디쯤일까? 이처럼 난해한 질문을 던지며 1993년 출간된 김인숙의 장편 <그래서 너를 안는다>(청년사)가 대폭 손질돼 다시금 독자들과 만났다.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래서 너를 안는다>가 안고있는 문제의식은 세기가 바뀐 지금도 여전하다.

세상물정 모르고 착하기만 했던 스무 살 청년 완기는 무엇 때문에 작부에게 손찌검이나 하는 전과 3범의 파렴치한으로 전락했을까? 그것은 시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가난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운명 탓일까?

작가 김인숙은 "10년 동안의 군살을 빼듯" 이번 작품을 다시 손봤다고 고백하며, "무엇이든 송두리째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나를 두렵게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 개인의 삶이든 집단의 살아냄이건, 송두리째 버려지는 것은 세상에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현재가 아닌 미래까지 고민하며 살아야하는 것이 아닐지.

부자가 되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 박종하의 <생각이 부자를 만든다>


ⓒ 한국경제신문
세상 사람 대부분이 인정하는 묘한 아이러니가 있다. 누구나 부자가 되고싶어하지만 정작 부자는 혐오하는 현실. 도대체 부자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박종하의 <생각이 부자를 만든다>(한국경제신문)는 자본주의 사회가 지속되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는 물음들에 친절하게 답하고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부자란 단순히 돈만 많은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만의 꿈을 가지고, 자신만의 지혜를 발휘해, 위기를 극복한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에 덧붙여 "부자가 되려면 '부자=돈 많은 사람'이라는 선입견부터 버려라"고 충고한다.

주도성과 용기, 자신감이 내재된 선택과 집중은 박종하가 말하는 '부자가 되기 위한 선결조건'. 하지만, 이것들만 가진다고 부자가 되는 건 아니다.

그는 "돈 한푼 더 벌기 위해 무조건 앞만 보면 달린다고 부자가 되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끊임없는 전략적 사고가 배제된 뚝심은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동아시아 전통문화 속에 깃든 생태적 관점
- 계간 <숨소리> 2호


ⓒ 이룸
토지문화관에서 발행하는 문학 환경 계간지 <숨소리>(이룸) 2호가 출간됐다. '환경과 문학에 대한 고른 관심과 균형 잡힌 편집'이라는 창간 슬로건은 이번 호에도 적용됐다.

특집으로 다룬 '동아시아 전통과 자연이해'에서는 유명종, 이희덕, 장경화 등의 필자에 의해 동아시아 전통 문화 속에 녹아든 생태적 관점과 문학적 표현들이 고찰되고 있다.

계명대 김열규 교수와 철학가 박이문은 각각 '풍류를 따라서 노니는 사색의 자유'와 '동서양의 자연관과 문학'이라는 글을 통해 이 잡지의 환경적 관심을 심화시켰다. 독일 시인 귄터 쿠너트의 생태적이며, 동시에 시적인 삶을 성찰한 울산대 최정호 교수의 권두언 역시 책의 정체성에 힘을 더한다.

이와 함께 실린 배문성과 이면우의 시, 김영래·김윤영·김정희의 소설은 <숨소리>의 숨결을 문학적으로 한층 풍성하게 하고있다. '시인에게 고향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풀어낸 노(老)시인 민영의 문학강연록은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은 담담한 목소리가 돋보인다.

서쪽으로 길이 있다

류명환 지음, 상상미디어(=로즈앤북스)(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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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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