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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다, 얌얌" 아이들이 저마다 만족한 표정으로 100원 짜리 아이스크림이나 얼음이 든 음료수를 손에 쥐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 때부터 용돈을 관리하는 법을 교육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맛있다, 얌얌" 아이들이 저마다 만족한 표정으로 100원 짜리 아이스크림이나 얼음이 든 음료수를 손에 쥐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 때부터 용돈을 관리하는 법을 교육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이국언
#풍경 1 : 한 초등학교 문구점 앞

광주 광산구 월곡동 한 초등학교 앞 문구점 앞. 신호등이 바뀌자 수업을 마친 한 무리의 초등학생들이 길가 문구점으로 뛰어든다.

지우개나 연필 등 그 날의 학습준비물을 사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남자아이들은 오락기를 선점하기 위해 또래 친구들 틈에 몸을 비집고 있다.

대 여섯 평 남짓한 문구점이 어느새 북새통이다. 이곳에선 100원짜리 동전 하나로도 즐길 수 있는 것이 많다. 아이스크림, 음료수, 오락게임, 소시지 같은 군것질거리가 그것이다. 100원짜리 아이스크림이나 자동판매기용 음료수를 손에 쥔 아이들이 만족한 표정으로 다시 오락기 옆으로 모여든다.

"아이들 용돈이 적어졌습니다. 예전에는 천원짜리가 많았는데 요즘은 500원짜리 동전이 대부분입니다. 우리만 그런가 해서 물어보면 다른 곳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경기가 어렵다 보면 우리도 영향을 받죠."

문구점 여주인은 "한 달여 전까지 만화영화에서 나오는 '마수리' 목걸이가 유행이었는데 요즘은 특별히 없다"며, 대신 점수 따먹기 놀이감인 '디지몬스터' 카드를 소개했다.

아이들이 오락기 앞에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진지한 표정들이다.
아이들이 오락기 앞에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진지한 표정들이다. ⓒ 이국언
"요즘 애들은 다릅니다. 으레껏 '외상 하겠다'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자주 오는 아이들은 100원 200원 하는 것은 들어주기도 하는데, 외상이 늘면 그 다음부터 안 옵니다. 그때는 자기만 안 오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을 데리고 같이 안 옵니다."

문구점 여주인은 "용돈을 달라고 하면 그때그때 주니까 아이들이 돈을 쉽게 아는 것 같다"며 "친구들이 달라고 하면 그냥 주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천원씩 나눠 갖기도 한다"고 아이들 풍경을 전했다.

아이스크림을 손에 쥔 이강표(초2)군은 "학교에서 친구가 200원을 줬다"며 "그 친구는 용돈이 많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용돈을 받기 시작했다는 강나영(초2)양은 "공부를 열심히 하면 2000원씩 받는다"며 "1학년 때는 안 받았는데 친구들이 용돈을 받는 것을 보면서 나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강양을 비롯한 또래 친구들은 "받아쓰기에서 100점을 맞으면 1000원을 받는다"고 말한다.

#풍경 2 : '자녀 경제교육' 강좌

지난 11일 빛고을 생협 사무실에 모인 40여명의 학부모들이 한 공개강좌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곳에선 아이들 용돈에 관한 이야기로 꾸며지는 '자녀 경제교육을 위한 부모교실'이 열리고 있었다. 강사는 <우리아이 경제교육 어떻게 할까?>의 저자 김정훈(원광대) 교수.

"1학년 초등학교 남자아이인데, 학교 가는 길에 오락게임 한번 더하고 싶어 나보다 일찍 일어납니다. 오후에 학원 가기 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면 주는 대로 군것질로 다 써버립니다."

"한번은 돈이 없다고 하니까 '엄마 카드 있잖아' 합니다. 카드를 어떻게 알았는지 모릅니다. 우리 애는 은행에 가면 돈이 그냥 생기는 줄 압니다."


고충을 토로하는 부모들의 태도가 사뭇 진지하다. 한바탕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용돈을 주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매주 한 차례 주는 경우, 그때그때 달라고 하면 주는 경우, 어떤 경우는 조건을 내세워 아이들의 유혹하기도 한다. 시험성적이나 집안청소가 그것이다. 부모들은 보통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용돈을 주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아이들 하는 것이 군것질 정도지 무슨 교육이 필요 있느냐'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돈 버는 것만 안 할 뿐이지 쓰는 것은 아이들도 똑 같습니다. 돈을 어떻게 벌고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써야하는지, 어려서부터 가르쳐야 합니다. 10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아야 큰돈도 잘 관리할 수 있습니다."

김정훈 교수는 "어른들이 술값이나 외식으로 돈을 쓰는 것처럼 군것질은 아이들한테 중요한 과정"이라며 "돈은 쓰라고 있는 것이니 만큼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학부모들의 경제교육 현장. 생활의 모든 것은 '돈'과 관련돼 있다.
학부모들의 경제교육 현장. 생활의 모든 것은 '돈'과 관련돼 있다. ⓒ 이국언
경제교육이 필요하다고 해서 어떻게 부자가 되는가 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돈을 버는 것이 얼마나 힘드는가, '노동의 가치'를 알도록 해야 한다는 것. 더불어 살아가는 경제윤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알고 보면 일상의 모든 일이 돈과 관계돼 있다. 아이들이 던지는 말 한마디도 간과할 일이 아니다. 얼마든지 얘깃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작은 돈이라도 직접 아이들 손에 맡겨 볼 것을 권한다. 자기 손에서 돈이 나갈 때 책임감도 느끼고 실수를 통해 배운다는 것.

이런 의미에서 엄성남(37)씨의 사례는 눈여겨볼 만 하다. 엄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한달 용돈 1만원을 주고 지출항목을 적어보도록 권하고 있다. 또 통장을 만들어 주고 남은 용돈을 모아보도록 했다.

"통장을 만들어 줬더니 군것질하고 남은 돈은 알아서 저축합니다. 처음엔 잘 모르지만 지금은 자기 돈이 느는 것을 자랑하기도 하고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엄씨는 "습관을 들이면 애들이 더 편하고 재미있어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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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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