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김종규 부안군수가 기습적으로 핵폐기물 처리장과 양성자 가속기를 유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14일 오전 유치신청서를 산업자원부(산자부)에 접수해 물의를 빚고 있다. 김 군수는 군의회가 핵폐기장 유치 청원을 부결시키고 부안군 농·어민들도 거세게 반대하고 있음에도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해 버렸다.
이에 그동안 부안 핵폐기장 유치를 반대해온 부안 군민 1500여명은 이날 핵 폐기장 유치 신청을 무효화하고 강 도지사와 김 군수의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는 한편, 부안 농민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김 군수 체포조까지 결성하고 나섰다.
더욱이 정부에 핵폐기장 유치를 신청한 지방자치 단체는 14일 현재까지 부안이 유일해 핵폐기장 유치가 유력해진 상황에서 이를 반대하는 부안 군민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부안일대 농·어민의 생존권이 걸린 사안을 비민주적인 방식을 사용해서라도 김 군수와 강현욱 도지사가 유치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지사와의 면담 후 입장 선회한 김 군수
11일, 전날까지만 해도 반대 입장을 고수해오던 김 군수는 강현욱 도지사와의 면담이 있고 난 하루만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군수는 11일 핵폐기장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지역지원금 3천억원을 6천억원으로 조정 △변산반도 국립공원 구역 조성 △새만금에 친환경산업단지 조성 △바다목장 사업 지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본사 이전 2006년까지 완료라는 5가지 조건을 산자부에 제시했다.
이에, 반핵국민행동은 "이는 평소 강 도지사가 핵폐기장 전북도 유치를 전제로 산자부에 제기하던 것이어서 핵 관련 산업을 유치하고자 하는 산자부와 다음 선거를 염두해 업적을 쌓기 위한 강 도지사의 뒷거래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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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주민 도장 무단 사용, 핵폐기장 유치신청서 조작
실제로 핵폐기장 백지화 및 핵에너지정책 전환을 위한 전북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대표 김용호 등 6명)가 14일 성명을 통해 밝힌 사례들은 이러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대책위에 따르면 "13일 저녁 부안 주산면 신곡리 마을 이장이 자신의 집에서 이장업무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마을 주민들의 도장을 핵폐기장 주민유치신청서에 무단 사용하고, 현재 거주자가 아닌 사람들의 명의를 도용해 유치 신청서에 도장을 사용한 현장이 발각됐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한수원의 원전시설물 건설 하청업체인 현대건설 직원이 이를 유도하고 있었으며 현재 이 직원은 부안경찰서에 사문서 위조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어 이들은 "지난 5월 8일 부안 위도 주민들이 한수원에서 제공한 대덕연구단지와 부곡온천 관광 중 박아무개씨가 한 가구당 3∼5억을 제공하고 위도와 격포 사이 교량 연결을 약속한 바 있었고 이것이 실현 불가능한 것임을 확인한 주민들이 현재 서울 각 언론사에 상황을 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북대 총장, 뜬금없는 '제2 캠퍼스' 계획발표
이런 전라북도의 행보에 장단이라도 맞추듯 전북대학교 두재균 총장은 1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부안에 첨단과학기술산업단지가 세워질 경우 단지 안에 전북대 부안 캠퍼스를 설립해 방사성 기술 관련 학과와 연구소를 부안캠퍼스로 모두 옮기겠다"고 밝혔다.
두 총장의 뜬금없는 계획 발표로 문제 파악에 나선 고홍석(전북대 민주화교수협의회 대표, 전북대 농과대학) 교수는 "두 총장의 부안 캠퍼스 설립에 관해서 대학 내 구성원간의 합의 과정은커녕 전혀 알지도 못했던 일이고 분교 설립은 교육부의 인가가 필요한 사항인데 혼자만의 생각으로 이런 발표를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핵폐기장 유치를 두고 도지사와 부안 군수에 이어 대학총장까지 나서서 유치 선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렇게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도청의 한 관계자는 "부안의 핵폐기장 유치 신청 과정이 어떠했는지 도청은 전혀 모르는 바"라고 일축했다.
생명과 생존권 담보한 뒷거래, 즉각 철회해야
6천억원에 도민의 생명과 부안일대 농·어민의 생존권을 팔아먹는 핵폐기장 부안군 유치는 이미 그 정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산자부와 한수원·전북도·부안군의 밀약을 통한 핵폐기장 유치 신청 의혹이 제기되는 속에서 전북도가 할 일은 지금이라도 신청을 철회하고 도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는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