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미술가 최병수씨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중구 충정로의 문화일보 갤러리 맞은편에는 강북삼성병원이 있다. 5호선 서대문역에는 언제 왔었지? 저 병원에 언젠가 와봤던 듯한데…. 갸우뚱하다가 문득 기억이 되살아났다. 바로 작년 7월, 그 병원에 입원했던 최병수 작가를 문병했었다.
당시 그는 북한산 관통도로 강행을 막기 위해, 북한산 살리기 현장본부 격인 '철마선원'의 망루에서 숙식하며 대형 설치물 'No Tunnel'을 제작하고 있었다. 관통도로 건설 시행자측의 용역깡패가 새벽에 망루에 난입해 쇠파이프로 최 작가의 온몸을 구타하고 동아줄로 포박했다. 실신했다 깨어난 그는 병문안 온 우리들에게 "조각에 쓰는 전기톱을 윙~ 켜서 깡패들의 접근을 막고 "같이 죽자…. 이놈들아…"라고 했더니 용역깡패들이 쩔쩔매더라"며 오히려 느긋해했었다.
그를 처음 봤던 곳은 1997년 교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3차 회의장이었다. 그의 손을 거쳐 커다란 사각 얼음 속에 숨어 있던 얼음 펭귄이 태어났다가 반짝거리며 녹아 내렸다. 그 이후에도 그는 지구온난화를 상징하는 얼음 펭귄을 종종 조각했다. 리우+10 국제회의장 앞에 전시된 얼음 펭귄의 사진은 전세계로 전송되기도 했다.
생명과 평화와 정의가 필요한 현장에는 늘 그가 있었다. 새만금 갯벌을 살리는 어떤 자리에서도 그의 작품은 빠지지 않았고, 통일과 평화를 염원하는 곳마다 그의 작품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이번 전시회에는 전시장 입구에 '통일솟대'가 자리잡고 있고, 전시장 바닥에는 북한산 관통도로를 반대하는 '나무 마음'이 깔려 있다. 벽에는 걸개그림들의 원작 또는 축소복사판이 걸려 있다.
다음 주 중에 작살 맞은 고래를 그린 '우리는 당신들을 떠난다(We are leaving you)'로 포스터로 제작될 예정이다. 이 걸개그림도 이번 전시회에서 볼 수 있다.
그의 작품을 보고 싶거나 그에 대해 더 알고 싶으면 http://www.jigubanji.com 을 방문하면 된다. 다음 페이지들에서도 최병수 작가의 소개를 볼 수 있다.
http://nongbalge.or.kr/choi/choi.html
http://user.chollian.net/~huhja/sos/choi.htm
이번 전시회는 서울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5번 출구 방향의 문화일보 사옥 2층에 있는 문화일보 갤러리에서 7월 30일까지 열린다. 전시기간 내 휴관은 없으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리고 무료이다. 최병수 작가의 작품이 들어있는 예쁜 엽서 세트도 준다.
| | 새만금 공사 중단은 기쁘지만.... 핵폐기장도 막아내야지 | | | 최병수 작가 전화 인터뷰 | | | |
| | | ▲ 죽음의 서류에 사인을 하다 | | - 다음 전시회 계획은?
"본격적으로 '성장한 야만'(Modern Savage)을 주제로 한 전시 계획으로 잡고 있다. 내년 후반기쯤으로 계획하고 있다."
- 오늘(15일) 행정법원에서 새만금 갯벌 공사 중단 결정을 내렸는데.
"법원이 판단을 잘 했다. 지금까지 방조제 만드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많은 산이 파괴되었는데, 앞으로 갯벌을 매립한다면 해창산은 물론 엄청난 산이 더 파괴될 것이고 수십조의 돈이 들어갈 것이다. 상식적으로만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법원도 전문가들 불러다가 조사해보니까 당연히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되었을 거다. 기분이 좋다. 나뿐 아니라 새만금 생각하는 사람은 모두 기뻐하고 있을 것이다."
- 한편 김종규 부안 군수가 핵폐기장 유치 신청을 냈다. 이와 관련된 작품을 만들 계획이 있는지?
" 아, 그렇지 않아도 벌써 만들었다. 김종규 부안군수, 김형인 부안군의회 의장,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이, 말하자면 죽음의 서류에 사인을 한 건데, 그에 대한 포스터를 제작했다. http://www.buan21.com/ 에 올려 놓았다. 포스터는 내일 배포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파괴의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그 파괴를 막는 속도는 느리다. 막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파괴의 속도를 뛰어넘는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 김나희 기자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