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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부터 시행된 청계천 복원 사업의 대책 없음에 투쟁을 벌였던 전국노점상연합은 서울시와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 노점상은 불법이라 대화의 상대가 아니라던 서울시가 '청계천 노점상 대책 실무팀' 을 구성해 노점상들과 대화 할 의지를 표명하고, 노점 단속에 따른 피해 신고 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에 노점상들은 생계형 노점상에 대한 단속 유보, 풍물거리 및 노점상의 문화 휴식 공간 조성, 생계형 노점에 대한 문제 등을 서울시와 논의 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영환 중구지역장의 구속, 전노련과 청계천 투쟁위 지도부에 대한 소환장 발부, 6000만원 손해 배상 청구 소송 등 뜨거운 감자를 안고 있는 이들은 여전히 투쟁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한편, 2002월드컵 노점상 단속으로 인한 노점상들의 울분이 산재해 있는 가운데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앞둔 대구에서 대대적인 노점상 단속이 시행되고 있다. 이에 국제 행사를 앞두고 시름에 찬 노점상들과 정부의 험난한 실랑이가 또 한번 예상되고 있다.

이런 단속은 이미 과거 국제적인 행사 때마다 번번이 진행됐던 사항이다. 지난 86년 아시안 게임, 88년 올림픽, 2000년 10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AM), 2001년 한국 방문의 해 등 근본적 대책 없는 강제 단속이 국제 행사 유치를 앞두고 반복되고 있다.

ⓒ 미디어다음
이에 미디어 다음에서는 '국제대회 앞두고 노점상 단속 논란' 이라는 주제 아래 네티즌들의 찬반 의견을 조사하고 있다. 그 결과 5473명 가운데 58.8%(3217명)가 '노점상 생계를 위협하는 건 부당하다' 고 했으며, 34.9%(1910명)가 불법 노점상 단속의 당연함을 지지하고 6.3%(346명)가 기타의견을 차지했다.

더불어 서울시도 6월 16일부터 홈페이지 사이버 토론방을 통해 '길거리 불법노점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아직 정확히 집계가 되지 않았지만 187건의 게시물 가운데 대략54% 정도가 노점상 단속에 반대표를 던지며 '공생' 의 의견을 제시했다.

60년대 이후 이농민들에 의해 생긴 도시 빈민층의 생계 수단으로 선택 할 수밖에 없었던 노점상은 97년 IMF이후 급증하며 한국의 사회·경제 상황과 운명을 같이했다. 특별한 기술이나 자본이 없는 영세 빈민층에게 노점은 최소한의 생계를 꾸려가게 해준 생활 수단이었던 것이다.

그후 당국의 계속된 단속에도 불구하고 노점상은 점점 더 늘어만 갔다. 이는 단순히 '법' 만으로 집행 할 수 없는 노점상의 사회적 존재 이유가 꾸준히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두 설문 조사가 보여주듯 서민들이 노점상을 일상의 한 문화로 인정하며 그에 따른 수요를 창출해 내고 있는 것도 간과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한 국제노점상연합 활동가 팻 호른(52)씨는 "세계 은행(IBRD)을 비롯한 국제금융기구들이 더 이상 노점 단속을 각국 정부에 주문하지 않고 있어요. 국제금융기구들이 노점상을 동정해서 그렇겠습니까?" 라며 "노점상이 생계를 이어갈 다른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노점상 단속은 시간과 에너지 낭비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입다" 라고 한겨레신문을 통해 전했다.

또 그는 "노점 단속을 강화해봐야 노점상인 수는 줄지 않아요. 잠시 단속을 피했다 다시 돌아옵니다. 다른 직업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죠”라며 노점상에 대한 근본 대책 없이 그저 단속 대상으로만 보는 한국의 현실에 안타까워했다.

같이 방문한 인도노점상연합 활동가 비네쉬 쿠마자(31)씨 또한 "한국 정부가 노점을 금지한다면 노점상 100만 명과 그 가족들의 생계를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반면, 노점상을 양성화해 1인당 1달러씩만 세금으로 받아도 100만 달러를 정부가 거둬들일 수 있다”며 "여기에 노점 단속에 드는 비용까지 생각하면 노점을 합법화하는 게 훨씬 큰 이익이다" 고 한겨례를 통해 밝힌바 있다.

▲ 15일 훈련원 공원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노점상인들.
ⓒ 전국노점상연합
현실적으로 노점상을 철거하는 건 이미 불가능하다. 노점상이 늘어 날 동안 그간 정부라고 수수방관하며 구경만 했겠는가? 사회가 필연적으로 빚어내는 하나의 삶 인만큼 정부는 노점상의 장단을 구분해 취사선택 할 수 있기를 바란다.

효과없는 단속은 결국 서민의 피땀 흘린 세금만 축낼 뿐이다. 단속만으론 노점상들을 뿌리 뽑을 수 없다는 걸 그간 비싼 경험을 통해 오랜 시간 봐오지 않았는가? 시민, 노점상, 상인이 상생 할 솔로몬의 지혜가 시급한 요즘이다.

일본의 야타이, 중국의 차이나타운, 프랑스의 부끼니스트, 이탈리안 마켓 등은 노점상들이 국제적인 관광 명소를 형성한 곳이다. 그저 그들을 부러워하고 있기엔 우리네 노점상 문화가 너무 아깝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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