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을 벼르던 무안의 회산백련지를 다녀왔습니다. 꽃 몇송이 피지 않았지만 사람이 많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8월 15부터 17일까지 연꽃축제를 한다는데 그때는 꽃은 많이 피었을지 모르겠지만 사람들 때문에 어디 한가하게 연 꽃을, 연 잎을, 연 밥을 볼 수나 있겠습니까?
백련지에 한번 가 보리라 마음 먹은지 여러해. 꼭 백련이 보고 싶어서 가고 싶었다기보다(사실, 제가 살고 있는 곳에도 400년이 넘는 세월동안 꽃을 피우는 백련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심었다는 백련 12뿌리가 지금은 10만평으로 불어났다니, 세월은 흘렀어도 해마다 잊지 않고 꽃을 피우는 그분의 마음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세상은 혼탁해지는데 그 혼탁한 진흙세상에서 고고한 자태의 연꽃을 피워 사람들의 마음을 맑게 하는 백련의 마음, 아니 백련을 처음 심은 사람의 마음을 말입니다.
그 이유만으로 4시간을 달려 겨우 두시간 방죽을 거닐다 다시 4시간만에 집에 돌아와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좋은 것입니다.
꽃이 많이 피었을 때 꽃을 보러 가는 것이 왠지 염치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꽃이 피기까지 힘들고 어려운 고비를 많이도 넘겼을 텐데 고작 저는 활짝활짝 핀 꽃들을 보면서 '좋다! 참 좋다'라고 말하는 것은 꽃들에게 좀 미안한 일이지요.
이제 막 서너송이 피기 시작했을 때, 아직 필 꽃이 많이 남아있을 때
앞으로 필 그 꽃들을 생각하며 나 또한 꽃봉오리처럼 가슴 부풀어 보는 것도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지난 이른 봄, 선운사 동백꽃 보러 갔을 때 겨우 몇송이 피어 내가 너무 이르게 왔구나 싶은 마음으로 돌아서다가 이런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날 선운사 넓직한 절 마당에는 나처럼 꽃 찾아 왔던 다른 사람들이 꽃이 아직 안 피었다고 두런거리는 소리가 가득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회산백련지도 연꽃이 더 피기전에 서둘러 갔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