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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지지율이 15%대에 머물던 지난 10월, 그래도 노무현 캠프 쪽에서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물론 바닥까지 떨어진 노무현의 지지율에도 여전히 지지를 보낸 그 15%의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력 언론사는 물론 자신의 소속 정당으로부터도 지원을 받지 못하던 노무현이 믿는 것은 오직 국민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지난 대선 결과가 노무현의 승리로 끝났을 때도 "인터넷이 조중동 이겼다"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노무현이 인터넷 때문에 이겼다'라는 말은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우선 기존의 유력 일간지들이 편파 왜곡보도로 특정 후보를 지원하고 있던 반면, 인터넷의 보도 사이트는 최소한의 언론본연의 비판기능에 치중했다. 언론의 정상적인 비판기능만 작동이 되어도 노무현 후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그 만큼 유력 일간지들의 노무현에 대한 악의적 비판이 범람했다는 뜻이다.

반면, 보도 사이트가 아닌 일반 게시판에서의 여론은 이른바 사이버 논객들이 이끌어나간다. 이 영역에서는 노무현의 홈페이지였던 노하우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칼럼니스트들이 노무현 지지여론을 조성해나갔다. 또한 인터넷 미디어 대자보의 친노 성향의 논객들이 따로 만든 서프라이즈라는 사이트 역시, 노무현 지지의 타당한 근거를 연일 생산해주고 있었다.

일반적인 여론조사가 아닌, 인터넷 상의 여론조사라면 노무현은 항상 압도적인 1위를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의 노무현의 행보는 그야말로 무풍지대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인터넷 참여정치를 강조했고, 이에 국민참여수석실을 신설하기도 했다. 청와대도 청와대 브리핑을 시작으로 각 부처마다 인터넷 홍보를 강화했다.

박주현 국민참여수석은 "참여정부가 국민참여수석실을 신설한 것은 국민들의 참여와 변화의 열기를 반영한 결과"라 지적했고, 이해성 홍보수석 역시 "참여정부의 대국민 홍보방향은 국민과 같이 하는, 문자 그대로 국민과 함께 하는 국정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찾아나가느냐 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어차피 조중동이 바뀌지 않을 바에야 노무현이 정권을 잡았다 할지라도 후보 때와의 언론환경이 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여정부 출범 5개월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보면 참여정부의 인터넷 참여정치가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참여정부의 지지율이 너무 일찍 떨어지고 있고,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은 조중동 뿐 아니라 인터넷에서도 급속히 조성되고 있다. 인터넷 정치는 국민의 참여가 필수적인데, 참여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면서 참여의 원동력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 대안 미디어 대자보(http://daezabo.com)와 시사칼럼 사이트 시대소리(http://sidaesori.com)는 7월 25일(금) '노무현 정부와 인터넷 참여정치'를 주제로 프레스센터 11층에서 토론회를 연다.

시대소리 대표필자이자 재미언론인 김민웅 목사는 '개혁적 네티즌 왜 분열하는가'라는 발제문에서 지난 대선에 강력한 힘으로 노무현이라는 상징 아래 결집되었던 개혁적 네티즌들이 분열되는 상황을, 참여정부의 실정을 중심으로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대자보의 이창은 국장은 '참여정부와 인터넷 그 운영과 성격'에서 참여정부의 인터넷 중시정책이 쌍방향이 아닌 일방향으로 정부정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없이 홍보일변도로 흐르는 점을 지적한다.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여론을 수렴하고 설득하는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동의를 구하는 것은 과거 제왕적 대통령 시절 ‘조중동’이 행한 역할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시대소리의 변희재 운영위원은 지난 대선에 노무현 정권 탄생에 큰 기여를 했던 사이버 논객들의 계보를 통해 현재 상황을 분석한다. DJ정부 때부터 개혁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개혁적 논객들은 서프라이즈라는 칼럼 사이트를 통해 지난 대선에 결집했다. 그러다 노무현 정부의 지지층이 분열되면서 동프라이즈, 시대소리 등으로 나뉘게 되었다. 이런 시점이라면 인터넷 논객 사이트의 특징인 여론몰이형 당파성을 버리고, 전문적인 토론을 통한 합리적인 대안도출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렇게 하여 4세대 논객형 사이트가 성장해야 참여정부 역시 제대로 된 인터넷 여론을 수집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참여정치를 성공시킬 수있다는 것이다.

이들 발제자들의 의견에 대해 천호선 국민참여수석실 행정관, 민주당 김성호 의원, 한일장신대 김동민 교수 등이 토론자로서 발언을 할 예정이다.

참여정부가 자신있게 내세운 인터넷정치가 흔들리는 기미가 보이는 지금, 더 늦기 전에 제대로 된 인터넷 정치 구현을 위해 개혁적 네티즌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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