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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극빈지역 중의 하나인 비하르주 둥게스와리에서 생활하고 있는 국제구호단체 JTS의 자원봉사자들의 생활상을 소개합니다...<필자 주>

▲ 둥게스와리의 마을사람들
ⓒ 김동훈
이 곳은 전기가 안들어오는 지역이다. 송전선이 마을 앞을 뻔히 지나가면서도 천민마을이라고 이 마을만 쏙 피해가는 정말 관심밖의 지역이다.

JTS가 이 곳에서 사업을 시작해온지도 9년이 넘었고 건물만 4동을 가지고 있을 만큼 커졌지만 전기는 여전히 들어오지 않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전기도 안들어오는데 이곳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면 먼저 웃기부터 한다. 그런데 사실이다. 필자가 책임자로 있는 지바카 병원에는 기증받은 대형냉장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쓰지를 못한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 병원에서 자원봉사하고 있는 인도인 의사
ⓒ 김동훈
따라서 백신이나 저온 저장이 필요한 약품들은 애초 구입할 생각을 못한다. 하물며 35도 실온보관이 대부분인 약품들을 기본 35도부터 시작되는 더위 속에 갖다 놓은 필자로써는 이만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음으로 해서 자원봉사자들이 겪는 생활방식의 변화도 클 수밖에 없다. 우선 모든 일을 낮에 해야한다.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보안상 위험한 지역이기도 하고, 저녁엔 활동할 수도 없기 때문에 일찌감치 하루를 마감하고 숙소로 들어와야 한다.

따라서 이 곳에서는 오후 3시 정도만 되어가도 하루를 마무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오후 6시만 되면 저녁밥 먹고 씻고 취침 준비를 하는 내 자신의 모습을 보고서 한국에서는 퇴근도 안했을 이 시간에 하루를 정리해야 한다는게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론 재미있어 했는지 모른다.

대개 취침 시간은 저녁 9시에서 10시 사이. 모두들 한국에서 늦게까지 자지 않던 버릇들이 있어 밤늦게까지 깨어있을 것 같으나 실상 그렇지 못하다.

우선 1년의 태반이 여름인 이 곳에서 낮 동안의 더위 때문에 사람들은 금방 지쳐버리기 마련이고 그래서 어두워지면 자연스럽게 잠자리에 들게된다.

혹 밤시간을 이용해서 여가선용을 해보려고도 하지만 우선 앞서 말한대로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니 무얼 해볼 수가 없다. 전기가 없으니 저녁이 되면 촛불 밑에서 생활해야 하는데 촛불 밑에서 책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리 오래 할만한 게 못된다.

게다가 여름밤에는 촛불을 보고 몰려드는 벌레와 특히 1년 내내 유행하는 말라리아를 걱정하게 하는 모기떼들을 보고 있노라면 태연하게 촛불을 켜고 있는 것도 용기에 속한다.

게다가 한여름에는 촛대에 꽂혀있는 초가 낮 사이에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180도 이상 휘어버리기 때문에 초를 세워놓기가 참으로 애매하다.

▲ 마을에서 아이들을 씻겨주고 있는 법륜스님(JTS 이사장)
ⓒ 김동훈
사정이 이렇다보니 처음 이 곳에 온 자원봉사자들은 저녁에 많이 남는 여유시간에 그동안 못한 영어공부도 해보고 더불어 한국에선 바빠서 하지 못하던 일들을 해보겠다는 여러 가지 다부진 꿈들을 가지고 오나 그것도 잠시 뿐, 금세 일찍 잠자는 대열에 참가하고야 만다.

그저 자는 것 이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모여서 수다를 떠는 것 밖에는 없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매일 보는 그 얼굴에 그 얼굴들일 뿐인데도 왜 그리 할 말들은 많은지….

저녁에 일찍 자는 대신에 아침에는 새벽같이 일어난다. 유독 한국인 자원봉사자들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이 곳 현지 천민마을 사람들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기는 마찬가지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게 습관이 돼 있는 듯하다.

재작년에 마을에 들어가서 그들과 똑같이 생활해본 적이 있었는데 대충 이들이 기상하는 시간을 보면 새벽 4시 즈음인 것 같다. 우리들도 새벽 4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그러다보니 아침 각 사업장(학교, 병원, 마을개발, 사무국, 기술학교, 마을 유치원 등)으로 출근하는 시간도 7시. 그때부터 정신없이 전체 사업장이 돌아간다.

이렇게 얘기하다보면 참 답답할 것 같은 생활 같지만, 정말 실제로 답답한 생활이다.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는 그렇다. 생각 같아선 젊은 사람들이 열정을 가지고 이러한 열악한 조건들을 견뎌볼만도 하겠지만 실제로 적응을 잘 하는 분들은 장년의 나이로 오신 연륜있는 자원봉사자 분들이다.

산전수전 다 겪다가 인도의 오지까지 와서 자원봉사를 하는 장년층의 자원봉사자들에게는 아무래도 젊은이들에게 부족한 세상을 이겨나가는 힘이 있는가보다. ‘보이지 않는 연륜의 힘’을 새삼 이 곳에서 배우게 된다.

(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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