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된 민주당 신당추진모임 경기남부 범국민토론회에는 신당 창당을 향한 다양한 주문들이 쏟아졌다. 구주류의 반대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경기남부 지역의 밑바닥 민심을 읽고 신당 세몰이를 하는데 일단 성공한 셈이다.
약 600여명의 당원과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배기선, 유선호 등 민주당 신당추진모임 위원들과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정일형 <경기일보> 정치부장, 안명균 경기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들은 대체로 신당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통합신당이냐 개혁신당이냐를 놓고 약간의 시각차를 드러냈다. 일부 전문가와 민주당 의원들은 범개혁세력의 집결을 주문하며 통합신당론에 힘을 보탰지만, 몇몇 지역 관계자는 '민주당 뿌리 제거론'을 강조하며 개혁신당에 좀더 무게를 실었다.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은 "지난 2000년 새천년민주당이 만들어졌는데 다시 신당 논의가 시작된 것은 장기적 비전을 가진 정당이 되지 못하고 2000년 총선을 겨냥한 정당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신당이 이같은 전례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로 태어나는 신당은 '자생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한 두 가지 조건으로 진성당원의 확보와 민주적인 정당운영시스템의 구축을 제시했다.
안민석 중앙대 교수는 "축구경기로 비유하자면 전반전에서 개혁세력이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승리를 거뒀는데 아마도 전반전에서 너무 에너지를 소진한 나머지 탈진해 있던지 방심해 있던지 내년에 다가오는 총선, 후반전을 앞두고 분열돼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며 운을는 뗐다.
안 교수는 "2004년 총선이라는 후반전에도 이겨 이 경기를 승리로 만들어야만 이 땅의 개혁세력이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며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와 단일대오를 형성한 개혁세력이 일대일로 맞붙어 개혁진영 정당의 압승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화 개혁세력의 분열은 역사의 후퇴를 자초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배기선 의원의 '51% 정치론'
배기선 민주당 의원은 30% 개혁세력만의 신당이 아니라 합리적 보수세력을 규합한 51%의 통합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51% 정치론'을 들고 나왔다. 민주당의 전통과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한 배 의원은 "노 대통령이 반드시 성공해야 하고 신당은 노 대통령의 성공을 위한 기반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배 의원은 "30% 정치란 개혁을 좋아하는 분들만의 신당인데 이 분들만 모으면 30%밖에 모아지지 않고 70%가 반대하면 힘들다"고 비판한 뒤 "30%의 개혁세력과 그 개혁을 존중하고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공존·상생하는 세력, 통합세력, 개혁적이고 합리적인 보수세력이 콘소시움을 이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정일형 <경기일보> 정치부장과 안명균 경기 환동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경기도민의 정치적 성향 분석을 토대로 신당이 갖춰야 할 조건 등을 제시해 주목을 끌었다. 특히 이들 두 패널이 발언할 때 진지하게만 청취하고 있던 청중들이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정 정치부장은 지난 97년 대선과 2000년 총선, 2002년 지방선거, 2002년 대선 등에 나타난 경기지역 표분포 현황을 소개한 뒤 "경기도민은 아무리 훌륭한 인물이라고 개혁과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끌어냈다.
"껍데기만 바꾸는 신당을 벗어날 수 있겠는가"
그는 "기존 정치권에서 소외돼온 경기도민의 아픔이 녹아내려 있지 않는가라는 점이 지방언론의 분석"이라며 "지역정당 탈피와 전국정당을 추구하는 신당의 뿌리가 될 수 있는 곳은 바로 경기도가 아닌가, 경기도민의 정서를 잘 읽어낸다면 신당을 성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 정치부장은 경기도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신당이 △토호세력과의 결별 △경기도내 지역주의 탈피 △인물을 키워낼 수 있는 정당으로의 변화 등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향후 탄생할 신당도 결국 뿌리는 민주당 아니냐, 껍데기만 바꾸는 신당을 벗어날 수 있겠느냐고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김대중 대통령으로 시작해 노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인물위주의 정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경기도내 지역주의 탈피와 관련 "신당을 한다는 분들도 고향이 어떻게되고 출신지가 어떻게 되느냐는 식으로 연고를 매개로 유권자들에게 접근해 온다"고 꼬집은 뒤 "전라도나 경상도에서 경기도 들어와 사는 분들이 선거에서 자기들을 끌어들이지 않았으면 하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안명균 경기 환동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신당은 여태까지는 과도하다라고 얘기했던 개혁세력까지 어떻게 함께 안고 갈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후보를 지지했던 많은 국민들 중에 이러한 세력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권에 묻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이 소외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