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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기와 정동영은 꼬리를 내렸고, 이부영과 유시민은 이에 분노했다. 7개월을 넘게 끌어온 민주당의 신당 논의가 결국 '민주당'의 틀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개혁당과 통합연대는 여타 재야 세력과 뭉쳐 별도의 신당을 형성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내년 총선은 필연적으로 한나라당과 민주당, 개혁신당의 3파전 구도 아래에서 벌어지게 될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주장, 즉 일단 현재는 분열을 피할 수 없더라도 총선에서는 양당간에 정책 연합과 후보 단일화를 통해 국회 다수파를 점유할 수 있다는 말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내년에는 어느 당이든 총선에 출마할 지역구 후보를 결정하는 방법으로 상향식 공천, 국민 경선제 등의 수단을 채택해야 한다는 부담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민주당과 개혁신당, 양 당에서 그러한 수단으로 선출된 후보들이 다시 '단일화'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지난 4·24 재보선 때 고양 덕양 갑 지구당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상황이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또 만에 하나 양당간의 조율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각자 별도로 후보를 내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선거전에서의 패배는 명약관화이다.

그런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신당 논의는 보수적 정치세력을 상대해야 할 개혁 세력의 진영이 분열되어서는 안된다는 전제 아래에서 매듭지어져야 한다.

한나라당을 보라. 그야말로 우리 사회의 가장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는 김용갑, 정형근 의원부터 나름대로 개혁 세력임을 자칭하고 있는 이성헌, 서상섭 의원까지 단일한 대오로 뭉쳐있지 않은가. 그에 비하면 지금의 민주당, 통합연대, 개혁당 간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존재하는 차이는 대화와 타협으로 메우면서 서로의 자산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신당 논의를 주도해 온 민주당 신주류들은 현명하지 못했다. '개혁 세력의 단일한 신당'을 추구하면서 특정 집단의 축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문제는 '지역주의 타파'라는 그들의 목표가 선거법 개정이라는 제도적 개선의 노력 아래에서 차근차근 진행되었다기보다는 성급하게 자신들의 코드와 맞지 않는 정치적 집단을 배제하고 가려는 모양새에 있었다.

이 과정에서 특검, 파병 정국이 맞물렸고, 선명한 개혁을 추구하겠다는 인사들의 정치적 선택이 오히려 청산 대상인 일부 구주류 의원들보다 개혁성을 상실하면서 그들의 '개혁신당'은 '대통령이 원하는 당'이상도 이하도 아니냐는 오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정말로 '청산될 수 있었고 청산되었어야 할' 구주류 인사들이 정치적 발언권을 회복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신당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나는 이 점에 있어서만큼은 대통령을 옹호한다. 당정분리에 대한 대통령의 신념은 상당히 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라고 해서 신당 문제에 개입하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는가. 순식간에 민주당을 깨고 새정치 국민회의를, 다시 그 정당을 깨고 새천년민주당을 만든 DJ가 그라 하여 왜 부럽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개혁신당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추진되는 정책에 대한 정치적 선택도 개혁적으로 했어야 했다. 그래야만 대통령의 입김으로부터 독립된, 선명한 개혁정당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명백한 정권측의 실수인 특검 수용을 옹호했고, 대통령의 불필요한 친미 발언에 대해 두둔했다.

그럼에도 개혁신당의 필요성은 여전히 살아 있다. 이러한 구도가 그대로 간다면 내년 총선마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자의 지역에 근거하여 득표 활동을 벌일 것이고, 이러한 구도에 실망한 사람들의 대거 이탈로 인해 총선 사상 최초로 투표율이 50%를 밑돌고 특정 집단의 정치적 의사가 과대대표될 것이며, 결과적으로도 분열된 개혁 세력이 단일한 수구 세력을 이길 수 없을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이제는 민주당 구주류가 양보할 차례다. 사실 작년 대선 때 박상천, 정균환, 유용태, 최명헌 의원 류의 '후단협'과 거리를 두고 있었던 한화갑, 추미애, 김경재 의원 등의 측면 지원으로 현재의 구주류가 많은 덕을 본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신주류 의원들의 전략적 실책이 존재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작년에 자당의 대통령 후보를 부정한 전력이 용서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작년에 그토록 당을 흔들던 이들이 '당 사수 궐기대회'를 하고 있는 모양새도 너무 웃기지 않은가.

구주류 의원들은 입버릇처럼 '리모델링'운운하는데, 실제로 리모델링에 성공한 아파트나 건축물을 방문해 보시라. "이것이 정말로 예전 그 건물이란 말인가!"하는 탄식이 나오게 마련이다. 물론 리모델링도 리모델링 나름이지만, 제대로 된 리모델링은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한 리모델링이 '개혁'과 어떻게 다를 수 있을까? 중도파 의원들이 내놓은 먼저 당을 제대로 리모델링한 다음에 외부 개혁 세력과 당 대 당으로 통합하자는 내용의 중재안을 수용해야 한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국민참여경선'에 대해 구주류 의원들이 심한 반발을 하고 있다는데, 정상적인 반응이 아니다. 아마 내년에는 한나라당도 이렇게 공천을 할 것이다. 시대적 대세라는 거다. 이런 것까지 부정을 한다면 지금의 구주류가 작년의 '후단협'과 다를 것이 무엇이냐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게 된다. 적어도 이 점에 있어서 분명한 합의가 이뤄지고 민주당이 제대로 된 리모델링에 성공한다면, 그 때는 오히려 당 밖의 개혁 세력들에게 '단일화'의 압박이 쏟아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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